KCGI연합이 내세운 전문경영인 4인…‘거수기·非전문가’ 평가로 수렴
입력 20.02.17 07:00|수정 20.02.18 10:36
김신배 포스코 의장 이사회 ‘참석률 100%, 찬성률도 100%’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항공업 이해도 부족’ 지적
함철호 후보 ‘티웨이 흑자 성과는 활황 덕’ 평가
김치훈 후보 ‘지점장 업무 경영과 거리 멀어’ 지적
  •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결국 양측 추천 인사들의 대리전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부사장-KCGI 연합은 전문경영인 도입을 주장하며 4인의 사내이사 후보를 추천했고, 후보들은 3월 주총 전까지 주주들의 끊임 없는 검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과 삼성전자의 경영인으로 활약한 후보와 대한항공 임원 출신 인사들이 배치됐는데,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선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물이란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KCGI가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가장 먼저 내세운 명분은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이다. 대주주의 입김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갖추고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인사들을 배치하겠단 의도였다. 조원태 회장으로 집중된 오너일가의 경영활동을 차단하면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KCGI 연합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삼성전자 전 한국총괄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 등을 추천했다. 이외에 교수 및 변호사로 구성된 4명의 사외이사 후보군도 추천한 상태다.

    SK그룹 부회장 출신인 김신배 후보는 현재 포스코 이사회 의장직(사외이사)과 푸르덴셜생명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올라선만큼 앞으로 두 회사의 이사직을 유지하긴 어려워 보인다.

    과거 2017년에 국내 일부 의결권 자문사는 김신배 후보의 포스코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할 것을 권고한 이력이 있다.

    김신배 후보가 SK텔레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절(2004년 3월~2008년 12월) SK C&C, 와이더댄, 이노에이스, SK D&D, 인디팬던스 등 그룹 내 계열사들과 지속적인 거래관계가 있었다는 판단이었다. 자문사는 해당 계열사들이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이 상당히 높은 회사들로 최대주주의 사적 편익을 위한 지원행위 등을 통해 주주 권리를 침해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자문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신배 후보는 98%에 가까운 찬성률로 사외이사에 오르게 된다. 2017년엔 외국 기관투자가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가 선임에 반대했고, 2019년 재신임 안건에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투자공사(BCI)가 ‘사외이사로서 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이력이 있다(We are holding certain directors accountable for lack of risk oversight that led to major controversi)’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 포스코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지난해 이사회 의장에 오른 김신배 후보의 이사회 참석률은 거의 100%이다. 다만 이사회 안건에 대한 찬성률도 3년의 사외이사 재직기간 동안 100%이다. 임원추천위원회에 포함된 푸르덴셜생명의 이사회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김신배 후보는 주변인물을 잘 챙기고, 조직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된다”며 “다만 최근의 행적을 비춰볼 때 기업의 변화와 쇄신에 앞장 설 수 있는 인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오랜기간 재직한 배경태 후보는 김신배 후보와 마찬가지로 항공산업에 몸담았던 이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에서 중국, 중동-아프리카, 한국 총괄 등의 직책을 역임했으나 이사회 구성원으로 재직한 이력은 없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국내 휴대폰 단말기 출고가격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해 해명한 정도가 드러난 공개행보의 전부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김신배 후보와 배경태 후보 모두 해당 분야의 경영전문가로 인정 받은 인물이긴 하지만, 글로벌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항공사의 특성상 글로벌 항공사들과의 네트워크 관계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게 핵심인데 델타항공을 비롯해 대한항공과 관련있는 기업들이 해당 인사들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KCGI 관계자는 “기업 경영진이 반드시 해당 업계 출신일 필요는 없다”며 “다른 산업에서 쌓은 경험에 제3자의 객관적 및 독립적 시각을 가미해 기업을 정상화한 사례는 매우 많다”고 말했다.

    사실 KCGI가 추천한 인사 중에는 항공업계에 몸담았던 대한항공 임원 출신도 2명이 포함돼있다.

    함철호 후보는 대항항공 경영전략본부장과 뉴욕지점장 등을 지냈고,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KCGI는 함철호 후보가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로 재직시절 흑자전환 한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함 후보는 대한항공에 재직 당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주요 자리에 올랐을 정도로 내부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티웨이항공의 흑자전환 성과에 대해선 2010년도 이후 저비용항공사(LCC)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단 점을 고려해 오롯이 함 후보의 경영능력으로 인정받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함철호 후보의 경우 항공업계를 대표할만한 인물로 보기는 어렵지만, KCGI가 내세운 후보들 가운데 그나마 항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며 “올해 만 67세로 급변하는 항공업계의 트랜드를 따라가기엔 다소 올드한 인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치훈 후보는 대한항공 본사에 임원으로 재직한 이력은 길지 않다. 2005년 대한항공에서 상무보로 승진한 이후, 곧바로 한국공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공항에선 수년 동안 지상조업본부장직을 담당했는데, 항공사 경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업무에 편중돼 있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항 출신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김치훈 후보는 공항관리와 관련한 인력 파견 업체의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공항 지점장이 담당하는 업무가 청소와 담요 세탁, 용역관리 등과 같은 경영과는 동떨어진 업무가 많아 경영인의 이력으로 삼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KCGI 측은 이에 대해 “김신배, 배경태 후보 탁월한 경영능력을 이미 입증했고 대한항공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김치훈, 함철호 후보의 항공.물류산업 식견 및 경험과 결합하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진그룹에 앞으로 남은 과제는 조원태 회장을 비롯해 KCGI 연합 4인의 추천후보에 대응할 후보들을 찾는 일이다. 한진칼의 정관에는 이사 정원에 대한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한진그룹이 맞대응에 나서 이사후보를 대거 추천한다면 이사수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이사의 보수한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하는데, 이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상당히 경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