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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반기, 정부와 국내 통신 3사는 ‘세계 최초 5G망 상용화’라는 축포를 쐈다. 미국 버라이즌이 계획보다 서비스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첩보’에 한밤중 아이돌 엑소 구성원 일부와 피겨선수 김연아 등을 경쟁사에 2시간 앞선 최초 가입자로 발표했다.
다음해 ‘청구서’를 받아든 통신 3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막대한 5G 망 투자비는 물론 마케팅 비용 등을 쏟으며 수익성이 훼손됐고,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성토로 이어졌다. ‘어닝 쇼크’에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목표주가를 낮추며 경고음을 냈다. 일각에선 올해 안에 의미있는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시각도 나온다.
5G가 통신사들이 ‘돈으로 쌓은 성’일지 아니면 글로벌 미래먹거리 선점을 위한 '일시적인 성장통'일지 여부는 올해 5G 시장 생태계의 구체화, 더 나아가 통신사들의 실적 정상화 여부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비용 투입 따른 실적 부진에 단기 우려 확대
통신 3사는 지난해 대규모 망 투자 뿐 아니라 5G 서비스를 위한 마케팅 비용·보조금까지 투입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 별도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익이 모두 줄었다. 매출 11조4162억원, 영업익 9501억원을 기록해 각각 직전연도에 비해 2.5% 줄고, 영업익도 27.3% 감소했다. KT의 무선서비스 부문, LG유플러스의 무선 부문 등 5G와 연관된 사업부 매출은 각각 6조5663억원, 5조5168억원으로 전년 수준에서 사실상 정체됐다. 양 사는 해당 부문의 영업이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지만, 시장에선 막대한 비용 증가를 고려할 때 SK텔레콤의 하락폭과 유사한 수준으로 부진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G 사업이 자생력을 갖추기보다 마케팅·보조금 등 ‘비용’에 기반한 성장에 그친 점도 고민거리다. 막대한 비용 투입에도 5G 가입자수 증가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3분기 100만명 증가세를 보였던 5G 가입자 수가 4분기 55만명으로 빠르게 줄었다. KT도 전분기 63만명 수준에서 4분기 36만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3사 모두 올해부터 "비용 축소"를 약속한 상황에서 가입자 수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지적이다.
수익 창구인 5G 요금제 산정을 두고 통신사들이 이번엔 정부에 제 목소리를 낼 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였지만, KT의 '선공'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요금제 발표 당시 KT는 8만원대 5G 무제한 요금제를 3사 중 가장 빠르게 선보였고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펴는 나머지 업체도 해당 수준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줄줄이 내놓았다. 정부 입장에선 별도의 지시 없이도 고가 요금제 논란을 잠식시킬 수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통신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투자 속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결해야 하는 점도 과제로 남았다. 즉 5G를 구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아직 조성되지 않아 시장 규모가 점쳐지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에 섣부른 투자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의 세이조 오노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지난해 국내 한 행사에서 "세계 최초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 너무 독단적으로 하면 '갈라파고스'라고 비판 받는다"라며 "도코모는 의도적으로 5G의 상용화를 늦췄다"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5G 시장의 가장 큰 수요처 중 하나인 애플도 신규 5G 아이폰 모델 출시에 대해 여전히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른 증권사 통신 담당 연구원은 "글로벌 통신사들도 실적발표에서 향후 5G 시장에 대해 전망(Outlook)들은 발표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약속을 내놓진 않고 있다"라며 "정부와 통신사 주도로 투자가 집행된 우리나라나 중국은 구체적으로 기지국을 몇 대 설치하겠다 제시하지만 타 통신사들은 여전히 5G도 수많은 신사업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G 낮은 투자수익률 반면교사 삼아야"
다만 뚜렷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통신3사에 5G 경쟁력은 양보하기 어려운 미래먹거리란 데엔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늘고,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5G 가입자가 늘어나며 이익이 아닌 매출 성장 측면에선 3사 모두 가능성을 본 한 해기도 했다.
각 통신사들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스마트폼, 스마트팩토리 등 5G가 밑바탕돼야 본격적인 탈(脫)통신 전략이 빛을 볼 수 있다. 국내외 IT·미디어·게임 등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기업들과 조인트벤처(JV)를 맺는 등 협력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통신사간 5G 과열 경쟁의 성과는 결국 제조사, 특히 삼성전자가 고스란히 누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통신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통신사야 과도한 투자부담과 요금인하 압박에 수 년간 희생하겠지만,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5G 시장에서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선 5G 기기를 바탕으로 애플 대비 1~2년 앞서 연간 3억대 판매 시장인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까지 도전할 수 있다보니 통신사의 선제 투자가 큰 도움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호성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4G 도입당시에도 통신사들이 고객들로부터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세계 상위 39개 통신사들의 투자수익률이 낮은 이유기도 했다”라며 “막대한 5G 투자에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종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통신요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5G를 기반으로 최종 소비자들에게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게 된 기업들에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추가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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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14일 12:20 게재]
SKT·KT·LG유플러스, 본업 통신에서 경고음…5G 비용 반영
선제 투자 관련 '비관'도 확산…생태계 조성 밑그림 보여야
통신3사 비통신 경쟁에서 이제 통신 사업 정상화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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