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실업 박주환 회장 체제로 재편…지분 상속은 아직
입력 20.03.05 07:00|수정 20.03.06 17:44
박주환 고(故)박연차 회장 장남, 그룹 회장 직함 직함 부여
부인 신정화 씨는 명예회장에
그룹 총괄사장직 내려놓은 최규성 부회장
  • 태광실업이 박주환 회장체제로 재편됐다. 경영권은 안정적으로 이양됐지만 아직 고(故)박연차 회장의 55%가 넘는 지분 상속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태광실업은 지난 2일 인사발령을 통해 박주환 전 기획조정실장(부사장)에 회장 직함을 부여했다.박연차 회장의 부인인 신정화 씨는 명예회장에 올랐다. 신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에는 관여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의 실세로 불리던 최규성 부회장은 총괄사장직을 내려놓고 그룹 경영 고문을 맡게 됐다. 회사는 “최 부회장이 직함은 유지하면서 화학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태광실업의 인사 조치로 인해 그룹 경영에 대한 불안정성은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박 회장이 과거 박연차 회장만큼의 영업력을 갖추고 그룹 내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기까진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지분 상속에 대한 뚜렷한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회사는 올해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현금 마련 방안을 고민했으나 현재는 상장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태광실업의 연간 매출액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약 17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회사의 현실적인 기업가치는 약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고려하면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지분 55.4%의 가치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오너일가가 지분상속의 대가로 내야하는 세금은 약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담보로 수년간 세금을 나눠서 납부하는 연부연납은 가능하지만, 현물납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태광실업 외에 박연차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해외 계열사 지분 등을 포함하면 세금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세무 당국에서도 상당한 세수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팀을 꾸려 세금 규모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일가의 재원 마련의 일환으로 태광실업의 지분 일부 또는 자회사 경영권 매각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상장 자회사인 휴켐스의 경우 한화그룹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환 회장과 한화그룹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모두 1983년생으로 상당히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기도하다. 박 회장이 그룹 경영의 주도권을 가져온 만큼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최규성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이었는데, 이번 인사 발령을 통해 경영의 주도권이 박주환 회장으로 확실하게 넘어가게 됐다”며 “오너일가의 자금 소요를 고려하면 그룹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