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유가 파동 덮쳤다…정유∙건설株 한날 한시 '장중 최저가'
입력 20.03.10 14:23|수정 20.03.10 14:46
정유∙건설업계, 유가 급락 직격타
주가 연고점 대비 절반 이상 빠져 '최저'
정제마진∙재고평가손실 문제 부각
건설 해외 사업장 수익성 악화 전망도
  • 국제 유가 급락 쇼크가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군을 덮쳤다. 특히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정유∙건설업이 주타깃이다. 시장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이하까지 내려오게 되며 업계가 감내해야 할 재고평가손익과 프로젝트 수익성 약세를 예상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악화된 시장 상황 속에서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주당 5만6100원, 9만6700원으로 장중 연간 최저가를 기록했다. 주요 건설사 중에선 현대건설(3만2050원)에 이어 GS건설(2만4250원), 대림산업(6만8700원), HDC현대산업개발(1만5500원)이 연고점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해 나란히 장중 최저가를 보였다.

    유가 급락 사태가 예상보다 강하게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석유수출기구(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이미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로 인해 석유 수요의 감소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상황도 작용했다.

    정제마진에 영향을 받는 정유사들은 당장 위기에 직면했다.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달러 선으로 꼽히는데, 수요 악화 속에서 이달 첫째 주 1달러40센트(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기준)로 떨어졌다.

    떨어진 석유제품 가격도 문제지만, 재고평가손익은 보다 큰 우려점으로 꼽힌다. 통상 정유사들은 정제를 위한 원유를 2~3개월 정도 미리 사 두는데, 워낙 가격이 급락하다 보니 재고자산에 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유사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에쓰오일이나 SK이노베이션처럼 에너지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 회사들은 수익성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게 됐다”며 “예상보다 IMO2020의 효과가 미미했던 가운데 코로나19와 유가 폭락에서 당초 계획과 너무 큰 괴리가 발생했다. 이는 연간 투자계획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유가 하락이 호재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화학 업계도 최대 수출 시장이자 코로나19의 시발점이었던 중국 본토의 수요 감소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등 범용 화학제품 공급이 과도하단 평가다. 다만 LG화학 등 일부 국내 업체들은 합성수지의 일종인 ABS, PVC 등의 수요와 포트폴리오의 다양성 때문에 1분기 이후 수익성 개선에 기대감도 있다.

    건설업의 전망은 유관 업황 중 가장 어두운 상황이다. 이는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처한 사업 환경 때문에 발생했다. 지난달 20일 정부의 19번째 부동산 규제가 현실화하며 올해 건설업계의 수익성 초점은 해외수주로 쏠리고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연초 현대건설(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10억6034만달러), 삼성엔지니어링(사우디 하위야 우나이자 가스 프로젝트, 18억4621만달러) 등이 해외수주 낭보를 전해오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원유 가격이 지나칠 정도로 내려오면서 중동 중심의 발주처 경영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2008년과 2014년 국제 유가 급락 시기 두바이유가 배럴당 각각 35달러, 22달러까지 떨어지며 건설사들은 해외 익스포저(exposure)가 큰 곳일 수록 대규모 손실 발생을 감내해야 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유가가 일정 기준선 보다 과도하게 내려갈 경우, 다운스트림 발주의 주체가 되는 산유국들의 재정이 악화되고 국영기업이 많은 중동의 특성상 발주처의 경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들이 수주한 신규 프로젝트 발주의 취소나 지연도 문제지만,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수익성 위축과 공사비 수령에까지 문제가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