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삼성ENG, 코로나發 시공지연·비용상승 역풍 우려
입력 20.03.11 07:00|수정 20.03.10 18:07
현대건설·삼성ENG, 연초 해외수주 견인
'코로나19' 강세 지속…대형사 위축 가능성
EPC 중첩 완공 탓에 여파 추산 어려워
"예상보다 빠른 매출 변화 나타날 수도"
  • 연초 이란발 위기에도 해외 수주를 방어해낸 대형 건설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에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삼성ENG) 등이 조 단위 수주에 성공하며 반전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코로나19가 이달 말 절정에 달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속출 중이다. 적극적인 수주에 나섰던 이들만 되려 금융비용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금액은 93억6835만달러(약 11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7%(36억4668억달러) 상승했다. 여기엔 현대건설·삼성ENG·삼성물산의 성과가 컸다. 3사는 사우디 하위야 우나이자 가스 프로젝트(삼성ENG, 18억4621만달러), 다카 국제공항(삼성물산, 16억5981만달러),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현대건설, 10억6034만달러) 등을 수주하며 올해 수주금액의 73%(68억8184만달러)를 차지했다.

    연초 대형사들은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가 불거졌음에도 적극적인 현지 교류를 통해 수주를 견인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올해는 반등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예상 밖의 강세를 이루면서 수주 건설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해외 수주 사업장에 대한 접근 자체가 차단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2월28일 9시 기준 외교부가 발표한 한국발 입국금지·검역강화 국가는 56곳으로 입국 금지 국가 27곳 중 상당수의 중동 국가(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라크 등)가 포함됐다.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입국 핵심 경유지인 두바이나 올해 주요 수주 계약 국가인 카타르 역시 입국 절차 강화에 나서고 있다.

    관련업체들은 “비도심 지역에 현지 사무소와 사업장 관리지구가 갖춰져 있고, 수주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설계하는 단계여서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파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인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수주 구조에 있다. 대형 수주 프로젝트의 다수를 차지하는 플랜트 사업의 경우 기본적인 도급형 턴키(turn-key) 형식을 가정할 때 설계(E)가 20~30%, 조달(P)과 시공(C)의 비중이 70~80%를 기록한다. 다만 과정이 비교적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내와 달리, 각국의 이해관계자가 얽히는 해외 건설 사업은 세 단계가 중첩돼 완공된다. 여기에 루사일 플라자 타워와 같은 일반 건축사업으로 분류되면 사실상 시공(C)이 과정의 대다수를 차지해 코로나19의 추이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별로 다르지만 계획 수립과 설계 단계는 이미 입찰 과정에서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아 넉 달을 넘길 정도는 아니다”며 “코로나19로 발생할 리스크 요인이라면 계획 수립 단계나 설계 단계에서 국내 전문 인력들이 투입되지 못해 기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가장 위험한 경우는 시공(C) 단계에서 국내 관리 인력들이 제때 투입되지 못하거나 시공 현장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해 공정 기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점이 고스란히 금융 비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대형사의 경우 연초 국내 주택 사업도 활발히 준비했던 터라 걱정이 크다. 현대건설은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대구와 경북 지역의 3개 분양 일정을 연기 검토하고 7개 사업장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현대건설은 이달 약 1600가구의 분양을 예정하고 있어 연기된 일정 중 가장 여파가 큰 건설사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최근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현장설명회에 나서며 약 5년 만에 정비 사업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각 사업단지에 조합 총회 연기와 정비사업 일몰제 연장 신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재건축 사업 자체가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확산 기간 동안의 실질적인 건설사별 방어 전략보다 객관화가 어려운 ‘공포감’에 있다는 말이 맞다”며 “해외 수주 국가들이나 국내 주택 현장에서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단기적일 것이라고 보지 않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어 예상보다 빠르게 매출과 이익 규모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