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뛰어든 재건축 시장…준법위 숙제도 풀어야 하는 삼성물산
입력 20.03.12 07:00|수정 20.03.13 10:47
삼성물산, 신반포15차 입찰보증금 납부
서울시 재건축 관리 감독 강화 기조 속
7조원으로 꺾인 주택 수주 잔고 '압박'
준법위 체제하 새 사업전략 관건으로
  • 삼성물산이 강남권 정비 사업에서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자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물산은 주택 사업 매각설까지 겪을 정도로 장기간 재건축 사업 수주를 자제해왔지만, 올해는 입찰보증금을 선납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 5년간의 공백에 대한 부담감과,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등장으로 강화된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체제 적응은 정비 사업 지속 여부의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강남 신반포15차 정비 사업에서 입찰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입찰보증금 500억원을 납부했다고 6일 밝혔다. 오는 9일 입찰제안서를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제안서가 접수되면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이후 5년만에 정비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지난달에는 강남권 ‘노른자위’로 손꼽히는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의 현장설명회에서 참여 보증금 10억원을 납부하며 오는 4월 입찰 접수를 예고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다시 정비 사업에 뛰어든 배경으로는 최근 한남3구역 수주전을 계기로 시작된 서울시의 관리 감독 강화가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삼성물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건설사 수주전에서 발생하는 부정경쟁에 대한 부담감으로 재건축 사업을 떠났는데 현 상황이 복귀의 당위성이 됐다고 보는 것이다.

    내부적으론 주택부문의 수주잔고 감소세가 한계치에 달한 것이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2015년까지 삼성물산의 주택 수주잔고는 13조원 선을 유지해왔지만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겪으며 지난해에는 약 7조원까지 줄었다.

    지난해까지도 삼성물산에서는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정비 사업 재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자칫 경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감이 더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그룹 단위의 감사조직인 준법위가 생겨나며 부담감이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수주잔고가 두 배 가까이 줄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지자 현실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첫발을 디딘 사업장들에서 이 같은 내부 고민이 전략적으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신반포15차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공사비 증액과 설계도면 변경 등을 사유로 각각 시공사인 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과 조합이 소송전을 치르며 장기간 사업 지연을 겪어온 곳들이다. 신반포15차 조합원 한 관계자는 “조합 내 분열이 생길 정도로 일정 연기에 대한 논란이 큰 상황이고, 이주한 상태로 기다리기도 지친다”며 “이젠 공사비를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 같은 것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만한 곳과 빨리 추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물산이 정비 사업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선 그룹 단의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강화 체제에 더욱 적응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그룹의 준법감시 기구인 준법위는 최근 외부 소통 창구를 통한 신고와 제보를 활발히 받아들이고, 제보자의 익명성 보호를 위해 외부 위탁 운영 방침까지 밝혔다. 때문에 정비 사업 수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분쟁들이 준법위에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분간 위축된 영업전략을 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원에게 홍보하는 OS(외주영업)의 대면활동, 특화 설계안 추가 등 정비업계의 관행으로 꼽히는 것들은 법적 여부를 따지기 애매한 것들이 많다”며 “삼성물산은 애초에 문제점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극도의 보수적 영업을 진행하려 할 것이고, 타 건설사와 경쟁을 위해선 보수적 수주전략을 조합원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로 홍보해나가는 것이 사업 공백을 채울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