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닫히자 황금알 낳지 못하게 된 면세업
입력 20.03.20 07:00|수정 20.03.19 21:45
면세점협회, 1분기 첫 적자 실현 예상
롯데·신세계·호텔신라 실적쇼크 불가피
'후발주자' 현대백화점 특히 고심일 상황
코로나 악재에 인천공항 입찰전 힘 잃을 전망
  • 그간 안정적인 현금 확보로 유통 대기업들의 ‘믿는 구석’이었던 면세 사업이 올해 실적 쇼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코로나 확산으로 항공사들의 하늘길이 막히면서 공항 이용객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 주력 사업자인 롯데·신라·신세계뿐 아니라 최근 면세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현대백화점에 더욱 뼈아플 타격이다. 부진이 최소 상반기 내내 이어갈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입점한 롯데면세점은 12일부터 한시적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재개점 일정은 미정이다. 롯데면세점이 매출 감소로 매장 문을 닫는 것은 1980년 창사 이래 최초다. 전국 5곳의 시내 면세점 영업시간도 한 시간 단축한다. 김포공항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시내면세점 3곳도 영업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알짜 노선인 일본 노선이 9일부터 끊겼고 중국 노선도 10일부터 모두 중단됐다.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모두 막혀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도 없다. 차라리 운영을 중단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게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일 수 있다. 제일 두려운 건 코로나 영향이 언제까지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 사업은 지난 2월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하락세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1월까지는 매출이 원화기준 전년 대비 18% 성장해 견조했지만 2월부터 매출이 40% 떨어졌다.

    유례 없는 부진에 각 면세점들도 올 1분기 실적쇼크가 예상된다. 면세점협회는 지난 2016년 이후로 줄곧 흑자를 유지해왔던 면세점 사업이 올해 1분기부터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드(THAAD) 여파로 가장 크게 출렁였던 2017년 2분기에도 적자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유례없는 하락세를 이어가다 1분기엔 결국 -20% 수준까지 적자폭을 키울 거란 분석이다.

  • 증권가는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면세 사업의 부진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어갈 거라 보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2분기까지는 면세점 매출 부진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메르스(2015년)도 6월에 국내에 확산된 후 7월 초에 사실상 종식됐는데 면세점 매출액은 9월에야 정상화됐었다. 코로나도 국내에서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에 ‘황금알 낳아주는 사업’이었던 면세업이 도리어 큰 손실을 안겨 주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인한 기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대비 예상 감소세가 호텔신라 -32%, 신세계 -24%, 현대백화점 -23%, 롯데쇼핑 -15% 수준일 거라 추정했다.

    면세사업 비중이 높은 호텔신라는 코로나 전후로 특히 사정이 달라진 기업이다. 최근 따이공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0% 수준으로 매출액이 감소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롯데면세점은 김포공항 면세사업을 잠정 중단해 재개 시점이 고민이다. 수익에 다시 기여할 수 있을 시점을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막막하다. 면세업계는 한중 항공기 노선이 최소 4월까지는 운휴 및 감편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5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발주자 현대백화점은 난감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DF7(패션·기타) 운영 사업권 경쟁입찰에서 빅3(롯데·신세계·호텔신라)를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 진출을 위해 최고가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무역센터점에 첫 매장을 오픈하고 지난달 두산 두타면세점을 인수한 데 이어 공항 입점까지 성공했지만 코로나 변수를 만났다. 유일하게 입찰경쟁 고배를 마시게 된 신세계면세점의 사정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면세점들이 운영 중단에 나서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인천공항 면세사업 입찰전도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코로나 종식 시점 예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5~10년이라는 장기 계약기간 베팅에 리스크도 높아졌다.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도 점쳐지며 면세점들의 목표 설정도 당분간은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보다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