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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촉발된 시장 전반의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상반기 펀드 출자사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형 리그보다는 중대형 리그에서, 조성 규모가 작은 벤처캐피털(VC)보다는 사모펀드(PE)를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시장 충격이 1분기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 LP들은 “출자 사업 및 투자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어 일정과 사업 조건의 변동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한국성장금융(성장지원펀드)와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는 위탁운용사 선정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확산된 코로나가 투자 심리를 본격적으로 위축시키던 시기임에도 일부 리그의 지원율은 상당했다는 평가다. 성장지원펀드는 대형 VC가 포함되며 차상위 리그로 신설된 ‘스케일업 리그’에서 성장(일반) 15개사(3:1), 혁신 16개사(2.7:1)로 전 리그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벤처투자재원을 위해 운용되는 모태펀드의 경우, 198개사(약 2.7:1)의 운용사(GP)가 지원하며 111개사가 지원했던 예년보다 관심도가 강했다.
반면 PE가 중심이 되는 중대형 리그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장지원펀드에서 출자 총액이 가장 큰 중견 리그(2700억원)는 2개사 선정에 3개사(H&Q에쿼티파트너스·JKL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만이 지원했다. 비슷한 기간 운용사 선정을 마감한 민간LP 출자사업인 군인공제회 위탁운용사(PEF) 선정에서는 라지캡(400억원) 부문에서 유효경쟁 기준(2배수)조차 성립되지 않아 미드캡(600억원)과 합쳐 출자사업을 진행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형 리그의 경쟁 축소 현상을 코로나19로 촉발된 금융시장 여파와 결부시켜 예의 주시 중이다. 당초 이번 출자사업에서 대형 리그는 적어도 6개월 이상 출자확약서(LOC)를 쌓아오며 준비했다고 알려진 일부 대형 GP들의 움직임이 입소문을 타며 경쟁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여기에 지원의 마지막 ‘눈치 게임’이 시작된 지난달 무렵부터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됐다. 결국 지원서 마감 직전 금융시장이 크게 무너지며, 위축된 GP들을 중심으로 ‘차상위 리그’ 지원 성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금융업계(IB) 관계자는 “물론 계정이 크든 작든 어려운 시국이고 일부 VC계정에서 운용보수율이 높게 나와 지원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사실 벤처 투자는 금액 단위가 크지 않아 이런 상황에도 LP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하지만 상위 PE 부문 투자는 금액이 크다 보니, 어차피 GP가 돈을 성급히 풀 수도 없는 시기에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투심 위축이 업계 전반으로 뻗어나가며, 차후 출자사업의 진행 과정에 미칠 영향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극소수의 대형 PE들과, 부담감이 적은 VC 계정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들은 펀드 조성 난항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간 LP들은 이미 연간 투자계획 시나리오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사학연금, 행정공제회, 공무원연금공단 등 민간LP들은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고 운용 전략과 자산 배분 점검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해 말 대체투자 확대를 공언하며 블라인드 펀드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새마을금고의 경우, 실사와 대면 등 물리적 일정 위축의 가능성으로 인해 오는 2분기로 예정된 출자사업 공고를 연기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중이다.
반면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성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에서는 공적 자금 집행의 성격을 띄고 있어 진행 중인 일정을 연기시키는 것의 일선 부담감이 상당하다. 현재도 출자확약서(LOC)나 출자의향서(LOI)의 연기 제출이나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에 그치는 정도다.
하지만 이들 역시 민간 LP들의 움직임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정책 출자 기관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일정 지연을 섣부르게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 LP들의 동향을 지켜보며, 클로징 기간의 지연이나 심사 과정에서 펀드 조성 완료 가능성에 가중치를 두는 등 여러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LP단에서 PE 투자는 ‘저격총을 쏜다’, VC 투자는 ‘산탄총을 쏜다’고 비유하는데 이런 긴급한 시국에서도 산탄총은 적은 금액으로도 하나가 터질 수 있지만 큰돈을 들여 저격총을 지원해 줄 LP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상위 리그에서는 여력 있는 GP들만 살아남을 확률이 커지게 됐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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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8일 07:00 게재]
금융시장 충격, 상반기 출자사업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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