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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는 사모펀드(PEF)들은 최근 수년간 기업과 사람간의 거래, 즉 B2C 산업에 꽂혔었다. 글로벌 경기의 호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었던 탓인데, 올해는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 상황이 반전했다.
소비 심리의 급격한 위축은 식음료(F&B)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고,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자동차(중고차), 여행·숙박 등의 관광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여부는 향후 PEF 포트폴리오 관리와 투자금회수(엑시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주요 PEF들은 이미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언택트(Untact) 산업을 비롯해 앞으로 바뀌게 될 소비 행태에 주목하며 새로운 투자처를 연구하고 있다.
식음료(F&B) 사업은 과거 PEF가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 중 하나였다. 제조업 기반의 기간 산업에 비해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을뿐더러, 업종에 대한 접근성이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다. 오너로부터 직접 구주를 인수하거나, PEF 간 세컨더리 거래도 활발했던 업종 중 하나였다. IMM PE의 할리스커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투썸플레이스, 어피니티의 버거킹, MS PE의 놀부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 비해 F&B의 투자 열기가 한층 꺾이긴 했지만, 지난해까지만해도 PEF가 투자한 F&B 업체들의 실적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는 한동안 부정적이었던 투자 회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도 충분했다. 지난해는 실적 부진에 기업회생절차까지 밟았던 카페베네까지 흑자전환에 성공한 해이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 한 올 1분기엔 상황이 급변했다. 카페 및 식당 이용객 수가 급감하면서 1분기 매출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의 상황이 초기에 비해 다소 잠잠해졌다고는 하지만, 한번 움추려든 소비심리가 살아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 대외 변수로 인한 일시적인 실적 하락 정도로 치부하기엔, F&B 업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한 F&B업체가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급감했고, 현재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전 수준까지 도달하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체적으로 대응이 불가능한 외부 변수에 회사의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업종의 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만큼, 과거와 같이 F&B에 대한 투자 열기가 되살아 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F&B 업종과 마찬가지로 여행·숙박 업체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의 여파가 분기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다.
IMM PE가 지난해 투자한 하나투어, 한앤컴퍼니의 라한호텔(舊 현대호텔), 스카이레이크의 야놀자, CVC의 여기어때가 대표적인 PEF 여행업 포트폴리오다. 해외 여행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여행업종 대장주인 하나투어의 주가는 10년 내 최저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주가는 지난해 하나투어에 투자를 결정한 IMM PE의 투자 단가(5만원 초반)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여행산업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플랫폼(여기어때, 야놀자)의 분기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완성차 시장의 붕괴는 소비 침체와 맞닿아 있다. 중고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이후 지난해 급격한 실적 성장세를 나타낸 케이카는 최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한앤컴퍼니의 또다른 중고차 플랫폼 조이렌터카, VIG파트너스의 오토플러스도 렌터카 시장 침체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소비 침체로 인해 전반적인 매출 하락이 불가피했으나, 비대면·비접촉의 중고차 거래가 상용화될 것이란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신차와 중고차를 구분할 것 없이 경기 위축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자동차 관련 업체다”며 “현재의 특수한 상황을 배제하고 장기적으로 본다면, 자동차 소비 행태의 변화가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을 보유한 운용사들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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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모든 B2C 기업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비대면’이란 공식을 대입하면 답이 보인다.
소비자들의 오프라인에서 소비가 줄어들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이 타격을 입었다면, 그 반사이익은 이커머스업체들이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이미 1~2년전부터 PEF 운용사들은 11번가, 위메프, 쓱닷컴(SSG닷컴), 티켓몬스터 등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상태다. 이커머스의 대표격인 쿠팡은 지난해 적자폭을 크게 줄였고, 티몬은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해 내년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위생과 헬스케어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으로 렌탈 업체들은 유래없는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엔 국내 렌탈업계 1~2위 업체인 모두렌탈과 BS렌탈이 PEF를 새주인으로 맞았다. 건강관리 가전의 소비가 급증했고, 소비자들 홈쇼핑에 의한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1분기 실적 전망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공유 경제의 대명사격인 쏘카도 상황이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사업적인 위기가 있긴 했으나,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대중교통보단 자차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코로나 여파를 빗겨갔다. 실제로 월 단위 차량 임대 서비스인 ‘쏘카 플랜’의 올 2~3월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유사한 서비스인 그린카의 경우도 소비자들의 주중 평균 이용 시간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다만 기업 펀더멘털의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일시적인 소비 행태 변화에 따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산업 전반에 걸친 코로나의 여파는 운용규모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PEF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형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하고 있어 길게는 1~2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 PEF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건바이건으로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꾸준히 투자를 집행해야하는 운용사들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PEF의 양극화 현상은 심해지고 있는데 출자자(LP)들의 보수적인 성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은 PEF 업계의 투자 방식 변화도 예상된다. 과거에는 개별 투자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면 앞으론 포트폴리오 효과, 즉 펀드의 수익률 방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투자방식이 주를 이룰 것이란 견해도 있다.
산업별로는 대외변수로 심각한 실적 부침을 겪을 수 있는 소비재·리테일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하는 반면, 언택트·헬스케어 등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는 산업과 높은 성장세보단 안정적인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경기 방어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산업들이 전반적으로 성숙기에 들어섰고, 친환경 규제 등이 강화하면서 폐기물 및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에도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국내 대형 PEF 대표급 임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함과 동시에 향후 투자방향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수익원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고, 시장의 유동성도 상당히 풍부하기 때문에 일부 업종들은 상당히 높은 밸류에이션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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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15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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