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발목 잡는 해외 자회사들…FI 상환 압박 거세진다
입력 20.05.28 07:00|수정 20.05.29 10:31
메리츠·IMM 투자한 터키 마르스, 내년 FI 계약 종료
경영권 매각으로 가닥 잡힐 듯…원매자 찾기가 관건
MBK 투자 첫 해, 중국·베트남 사업도 코로나 직격탄
“회수기한 남아있지만…CJ 해외 사업 방향성 보여줘야”
  • CJ CGV의 해외 사업장도 코로나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해외 자회사의 실적이 상당히 저조하기 때문에 기업공개(IPO) 전략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과거에 사업 확장을 위해 유치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는 평가다. CJ그룹 차원에서 CJ CGV의 경영권 매각까지 고려했던만큼 해외 사업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CJ CGV는 2016년 메리츠종금증권,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터키 영화 시장에 진출했다. 터키 최대 영화 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이하 마르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으로부터 2800억원을 유치해 총주식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IMM PE는 1000억원을 투자해 마르스 지분을 직접 확보했다. 총 인수금액은 8000억원이다.

  • 마르스 경영권 인수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8년 터키는 경제위기를 맞았다. 리라화 환율이 급락했고, 곧 TRS의 평가손실로 이어졌다. TRS 평가손실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데  2017년 513억원, 2018년 1776억원, 지난해엔 75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여파가 덮친 올해 상황은 더 악화해 TRS 평가손실 규모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유치 조건은 2021년까지 마르스의 기업공개(IPO)였다. 이를 통해 TRS 계약자와 지분 투자자 모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의 실적과 글로벌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IPO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 CGV는 지난 2018년 베트남 법인의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전례가 있기도 하다.

    IPO가 성사되지 않으면 마르스 지분 12.5%를 보유한 IMM PE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IMM은 동반매도요청권(드래그얼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CJ그룹은 매각을 통해 회수한 자금으로 TRS 계약을 맺은 메리츠증권 등 투자자들의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CJ CGV가 터키에 진출한 이후 정치·사회적인 이슈로 인해 사업적인 타격을 입었고, 리라화 급락 및 최근의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로 내년도 IPO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며 “FI들과의 계약 만기가 내년 4월인 점을 고려할 때, 터키 사업(마르스)을 매각하는 방안이 수면 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현재 상황에서 마르스의 원매자를 찾을 수 있는지 여부다. 코로나 사태의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 진출을 노리는 전략적투자자(SI)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글로벌 영화사업자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 CJ CGV를 넘어서는 기업은 ▲씨네마크(Cinemark, 3억6400만 달러; 약 4500억원) ▲씨네월드그룹(Cineworld Group, 6억9400만달러; 8600억원) ▲AMC(1억9200만달러; 약 2400억원), 중국 영화사업자 ▲완다전영(2억2400만달러; 2800억원) ▲차이나필름(2억5300만달러; 3100억원)  정도다.

    과거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는 것도 예단하긴 어렵다. 마르스가 보유한 영업권을 포함, 무형자산의 가치는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터키법인 영업권 가치의 하락은 CJ CGV의 재무제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도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무적 어려움을 겪던 CJ CGV는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PE로부터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을 보유한 CGI홀딩스에 3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MBK가 조성한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의 대표 투자 사례이기도 하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의 상황도 터키와 크게 다르지 않다. CJ CGV가 현지 1위 사업자인 베트남 사업은 수년째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사업은 올 1분기 적자전환하며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일단 MBK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회수 기한은 3년가량 남아있다. 해당 투자 또한 상장전투자유치(Pre-IPO) 성격이기 때문에 실적과 성장 스토리가 필수적이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IPO가 무산되면 MBK 또한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사모펀드(PEF)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FI 측에서 투자금 회수에 대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없고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라며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한다면 CJ그룹과 FI들간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CJ CGV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652%이다. 306%였던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올 1분기엔 84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78%였던 순차입금 비율은 올해 1분기 131%로 크게 늘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CJ CGV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고 신용평가업계 역시 주시하고 있다. 특히 NICE신용평가는 22일 CJ CGV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평정 과정에서 ▲실적저하와 사업 안정성의 훼손이 예상된다는 점 ▲코로나의 진정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추가적인 실적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반영됐다. 특히  내년도 만기가 도래하는 TRS 계약을 연장하지 못할 경우 3500억원가량의 현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등급전망 역시 '부정적'이기 때문에 재무부담을 줄이지 않는 한 추가적인 등급하락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CGV 측은 자회사 매각 가능성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CGV 관계자는 “2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CJ그룹이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해외 사업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만기가 다가오는 터키사업의 경우 FI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