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부메랑 맞은 물류센터…자산운용사들 '빨간불'
입력 20.06.04 07:00|수정 20.06.04 08:50
코로나 수혜자에서 집담감염 당사자 된 쿠팡
쿠팡 물류센터로 상장 노리던 켄달스퀘어 타격
포트폴리오 인근에 포진한 운용사들 '노심초사'
물류센터 '임차인 리스크' 드러나는 계기 될 듯
  • 코로나로 최대 수혜를 입었던 쿠팡이 물류센터발(發) 집단감염 당사자가 되면서 부메랑을 맞았다. 이들 기업을 주 임차인으로 포섭해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던 운용사 켄달스퀘어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 확진세가 두드러지는 수도권 위주로 포트폴리오 자산이 포진해 있는 자산운용사들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다. 최근 가장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섹터였지만 공공연히 지적 받아왔던 임차인 리스크가 본격 시작되면서 기류도 바뀌고 있다.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에 이어 고양 쿠팡물류센터 직원들 중심으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쿠팡은 코로나로 기존 유통기업 대신 반사실익을 얻었지만 핵심 물류센터가 폐쇄되면서 매출 직격타를 입게 됐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국내 물류센터는 아직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보관, 분류, 피킹, 상차, 하역, 검수, 포장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노동자가 직접 처리하는 등 사실상 수공업 형태에 머물러 있다 보니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 전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매출이 막힌 이커머스 기업들을 보며 더욱 불안할 곳이 있다. 물류부동산을 포트폴리오로 편입해 투자에 열을 올렸던 자산운용사들이다.

  • 물류부동산은 그간 오피스나 리테일과 비교해 위험자산이란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 부동산이 고평가됐다는 부담이 확산하면서 이커머스 실적 호조 수혜를 입은 물류부동산으로 기관투자자 관심이 옮겨오고 있던 중이었다. 자산운용사들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주력 포트폴리오로 삼아왔다. 인기에 힘입어 물류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상장까지 노리고 있던 운용사들로선 '쿠팡 코로나 사태'가 달갑지 않다.

    직격타를 입은 곳은 켄달스퀘어다. 켄달스퀘어의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켄달스퀘어리츠운용'은 지난 2월 신청했던 예비인가가 27일 국토교통부로부터 허가 받으며 본인가를 획득했다.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할 상황에서 믿었던 쿠팡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쿠팡의 부천물류센터와 고양물류센터는 모두 켄달스퀘어가 완공해 지난해 자산으로 편입한 곳들이다. 특히 지난해 6월 가동을 시작한 고양물류센터는 쿠팡의 물류를 총괄하는 계열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운영을 책임지는 메가물류센터다. 연면적 규모가 13만2231m²(4만평)이 넘고, 높이만 아파트 20층에 달한다.

    수도권 서북권역(김포, 고양, 파주)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해당 권역은 서울과 접근성이 좋고 김포공항 배후단지가 인근에 있다는 강점이 있다. 입지가 좋다 보니 주로 풀필먼트 형태의 물류센터가 위치해 있다. 쿠팡 외에도 마켓컬리, 위메프, 롯데마트 물류센터가 모여 있다.

    이 지역에 올해 추가 준공을 대거 앞둔 자산운용사들엔 빨간불이 켜졌다. 켄달스퀘어 이외에도 ADF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CBRE GI, 메이플트리, 미래에셋자산운용, 도이치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들은 경기도 이천, 용인, 안성 등 수도권 중심으로 사상 최대인 약 198만3471m²(60만평) 수준의 공급을 앞두고 있다. 이들 운용사는 직접 개발 및 자산 매입 외에도 리츠 상장도 적극적인 확장전략의 일환으로 검토해왔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번 사태를 한시적인 논란으로 여기면서도 포트폴리오 자산에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물류센터발 코로나 사태는 단기에 끝날 한시적 이벤트란 점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내년 중으로 경기도에 물류센터 추가 준공이 예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여파가 확산해 옮겨붙을까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북권과 맞닿아 있는 서부권(인천, 안산)에 위치한 기업들도 불안하다. 수도권 배송 핵심으로 임대료 수준이 가장 높은 이 지역은 쿠팡을 비롯 한진, CJ대한통운, 판토스 등 주요 기업 물류센터가 위치해 있다. 최근 부상한 새벽배송의 경우, 서비스 지역이 아직까지는 수도권에 국한된 상황이라 이 곳에 입지한 물류센터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 간 경쟁도 치열했다.

    이번 사태는 물류부동산 투자의 임차인 리스크가 본격 드러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물류부동산, 특히 이커머스사가 보유한 물류센터는 다른 부동산 투자보다도 대중이 체감하는 파급효과가 크다. 수많은 노동인력이 모여있는 점도 전염병 및 안전사고 등 각종 대외변수 리스크를 키운다. 최근 있었던 이천 물류센터 화재 등 각종 대외변수가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음은 몇 번의 사례로 예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