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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에서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의 외식 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가 자주 거론된다. 외식사업에 돈이 묶인 사모펀드(PEF)들, 반등 기회만 노리는 기업들 모두 끝 없는 부진 속 분위기를 바꿀 구원자로 더본코리아를 주목한다. 연내 증시 입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도 조금씩 포착되면서 증권업계도 밸류에이션 산정에 고심 중이다. 업종 특성상 상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가맹계약 리스크 가능성 등 우려 요소도 제기된다.
최저임금 및 임대료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악화하던 국내 외식시장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더욱 깊은 수렁에 빠졌다. 외식산업경기지수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는 59.76으로, 지난해 4분기(71.44)보다 11.68포인트 하락했다.
이를 반영하듯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신세계푸드 등 외식사업 대기업들이 잇따라 매각설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외식시장 투자 붐이 일던 시기 대규모 투자를 결단, 포트폴리오로 편입시킨 PE들도 펀드 만기는 돌아오는데 인수 의지를 보일 잠재 매수자를 찾지 못해 쉽사리 매물로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유통업계내에선 백종원의 더본코리아가 자주 언급된다.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역전우동, 본가 등 국내외 30여개 외식 브랜드, 2000여개의 직/가맹점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백종원 대표가 지분 76.69%를 가진 최대주주다. 다수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데다 꽤 안정적인 실적, 백종원 대표의 막대한 영향력 등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외식산업의 미래는 프랜차이즈 확장 형태의 가맹본부식이 될 것이며, 더본코리아가 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외식 사업자의 폐점을 이끄는 주 요인이다. 제한된 가격 인상 범위 내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옵션은 결국 비용 효율화 달성이고, 스케일 메리트를 보유한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거라 본다"며 "가맹본부 형태로 전국적 규모를 갖춘 더본코리아가 향후 시장을 재편할 거라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 및 사업 재편 작업에 나선 정황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더본코리아는 그간 다른 유통기업들처럼 거래액을 매출로 인식해왔지만 판매금액에서 수수료를 먼저 공제한 순매출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회계정리 작업에 나섰다.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상장사들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더본코리아는 아직 비상장기업이라 미리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2018년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던 만큼 미리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증권업계도 더본코리아가 연내 증권시장에 입성할지 지켜보며 밸류에이션 산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가 시도 중이지만 국내에선 아직 프랜차이즈 회사가 상장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상장 전례가 없는 데다 더본코리아 사업모델이 국내에 흔하지 않아 밸류에이션 산정 방식을 둔 견해도 다양하다.
한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교촌에프앤비와 최근 비교 사례로 거론되지만 같은 범주에 두긴 어렵다고 본다"며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음식 소스 제조업, 호텔업(더본호텔), 영상 콘텐츠 제작업(유튜브 채널) 등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업종 또한 경영 컨설팅업으로 분류돼 있다. 아직 국내에 흔하지 않은 모델이라 밸류에이션 산정 기준 논의도 필요할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프랜차이즈 규제가 심하다 보니 상장에 적합한 업종은 아니란 지적도 있다. 다른 증권사 유통 연구원은 "지금까지 증시 입성을 시도한 프랜차이즈들은 몇 곳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상장한 프랜차이즈 전례가 없다는 건 결국 프랜차이즈는 상장에 적합한 업종은 아니란 얘기"라며 "본사와 가맹점 간 이익 충돌로 인한 계약상 리스크 가능성, 정부의 프랜차이즈 산업 규제 등으로 계속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이미지를 좌우하는 백종원 대표가 향후 구설수 등에 휘말리면 회사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소다. 백 대표는 SBS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 등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다. '외식업의 대부'라는 호칭도 붙었다. 하지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여론전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백 대표는 지난 2016년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 관련 집중 포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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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07일 09:00 게재]
부진한 외식시장 살릴 구원자란 기대감 커
IPO 시도 중이나 상장 적합한 업종 아니란 지적도
막강한 영향력 가진 백종원이 회사 전체 이미지 좌우
IPO 시도 중이나 상장 적합한 업종 아니란 지적도
막강한 영향력 가진 백종원이 회사 전체 이미지 좌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