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남 김동선씨 PEF 진출, '운용역'으로 활동하면 펀드 결성에 리스크
입력 20.06.17 07:00|수정 20.06.18 14:59
재계 '한화'그룹 위치 고려해 IB 및 PEF 상당수 러브콜
문제는 김 전 팀장 과거 범법 경력으로 인한 리스크
연기금, 공제회 제안서 단계에서 범죄기록 명시하도록 규정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31, 사진) 전 한화건설 팀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하면서 화제가 됐다. 비단 스카이레이크 뿐만 아니라, 국내외 투자은행(IB) 및 PEF 운용사들이 물밑에서 김 전 팀장에 대한 영입 전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에서 한화그룹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실리’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인식되어서다.

    다만 김 전 팀장의 합류가 미칠 긍정적 효과와 함께, 이로 인해 짊어져야 할 부담도 있을 것으로 거론된다.

    김 전 팀장은 승마 활동에서 은퇴하고 지난해부터 독일 현지에서 DS그룹을 세워 요식업에 진출한 지 1년여만에 국내에 복귀했다. 투자업계에서는 그가 국내에서 자본시장 업무를 경험하기를 희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국내외 PEF는 물론 투자은행(IB)들도 물밑에서 각 네트워킹을 동원해 입사 경쟁에 나섰다.

    이들에게 있어 '오너 일가'라는 네트워킹은 향후 관련 그룹 딜(Deal)을 따낼수 있다는 점에서 곧바로 해당 하우스의 수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국내 PEF 한 관계자는 “국내외 IB는 물론이고 이름이 알려진 PEF 상당수가 김 전 팀장의 영입에 관심을 보였고 물밑 작업도 치열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어려웠을 테고, 본인도 일도 좀 배우고 대외 이미지 개선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IB·PE쪽에서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 의사도 밝혀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팀장이 여러 회사 가운데 스카이레이크를 선택한데는 윗세대의 인맥이 한몫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카이레이크 진대제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52년생 동갑이자 평소 막역한 경기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다만 김 전 팀장 영입으로 인한 리스크도 거론된다. 주로 투자은행(IB)보다는 사모펀드(PEF)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주요 출자자(LP)들이 엄격하게 문제를 삼는 운용역의 '범법경력'이 원인이다.

    국내에서 경쟁입찰(콘테스트) 방식으로 위탁 운용사를 뽑는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들은 운용사 운용역 및 구성원들의 ‘처벌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개 범위와 대상 등은 각 LP별로 일부 차이가 있지만, ‘범법행위로 인한 각종 징계, 기소, 재판계류, 선고사실이 있는 경우 반드시 기재’ 같은 형식으로 제안서 양식에 기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경우 이에 대한 규정이 더욱 강하게 마련돼 있다. 국민연금은 펀드 성과보수를 받고 투자심의위원회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핵심운용인력(Keyman)은 물론, 관리인력을 포함한 펀드전담인력 모두에 대한 처벌 경력을 기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이 때 처벌사항 기재는 의무사항이다. 정량적인 평가 비중이 정해지진 않다보니 이로 인한 패널티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해당 평가가 조직 평판 차원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펀드 결성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당 사항을 누락했다가 추후 해당 인력의 범죄 사실이 문제가 됐을 경우엔 출자 결정의 취소사유가 될 수 있다. PEF 핵심 운용인력들 사이에선 “우리가 꼭 도덕적으로 살고 싶어서 조심하는 건 아니다”란 농담이 나올 정도로 주의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알려진대로 김동선 전 팀장은 이에 해당되는 경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술집 종업원 폭행 사건으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 내 변호사를 폭행한 혐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세 형제 중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즉 그가 PEF에서 전문 운용역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펀드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력이 기재, 자칫 역효과를 볼수도 있다는 의미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일부 PEF운용사 내에서는 김 전 팀장의 영입을 두고 상당한 부담감을 언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연기금은 물론, 해외 LP들이 최근들어 상당히 깐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기준을 마련해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전 팀장을 영입한 스카이레이크도 이런 부분에서는 부담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리스크는 김 전 팀장이 앞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에 따라 현실화되거나 혹은 기우에 그칠 전망이다.

    그가 전문 운용역으로 활동하지 않거나, 맡은 업무가 단순한 업무 지원에 그친다면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반면 김 전 팀장이 시장 관계자들과 주요 증권사, 자문사를 직접 만나면서 딜소싱을 비롯, 다양한 투자업무에 적극 참여하고 '펀드 운용역'으로 이름을 올릴 경우. 그를 채용한 PEF 운용사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짊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