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카카오의 발목 붙잡는 CEO ‘동아리 문화’
입력 20.06.17 07:00|수정 20.06.18 15:07
카카오IX, 커머스 합병 앞두고 내부직원 고발글 화제
인맥으로 이어진 CEO 및 주요 임직원 인사...직원 불만 가중
커머스 합병 조수용 라인 쳐내기? 영전? 해석도 엇갈려
IPO 등 투자자 대면 앞두고 후진적 '동아리 문화' 개선해야
  • '언택트’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는 카카오가 고질적인 CEO 리스크에 또한번 노출됐다. 자회사 카카오커머스와 카카오IX간 합병을 앞두고 권승조 카카오IX대표 및 조수용 카카오 대표의 인사운영에 대한 직원들의 폭로가 올라오면서 논란에 섰다. 기업가치에 맞지 않는 인맥 위주의 ‘동아리’ 문화가 결국 화를 불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IX는 ‘라이언’ 등으로 잘 알려진 카카오의 캐릭터사업을 꾸리던 카카오프렌즈와 조수용 현 카카오 공동 대표의 개인회사인 JOH간 합병으로 지난 2018년 출범했다. 카카오 측이 조수용 대표 임명 과정에서 적자를 기록해오던 조 대표의 개인회사를 함께 인수해오는 형식으로 합병이 진행된 점도 화제가 됐다.

    합병 법인의 대표로는 당시 권승조 카카오프렌즈 대표가 임명됐다. 사실상 조수용 대표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회자됐다. 조 대표는 카카오합류 이전 프리첼과 NHN 등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권 대표 역시 두 회사를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또 두 인물이 인척관계인 점도 회자됐다.

  • 권 대표가 대표로 취임하며 출범한 합병법인 카카오프렌즈의 실적은 이후 절반 가까이 고꾸라졌다. 카카오프렌즈는 매년 200억원대에 영업이익(2016년 253억원, 2017년 236억원)을 올리던 알짜 계열사로 꼽혀왔다. 하지만 2018년 91억원, 지난해엔 131억원을 기록하는 등 연이어 부진을 보이고 있다. "라이언 전무가 번 돈을 기존 경영진이 다 깎아먹었다"는 냉소섞인 평가도 나왔다.

    내부에선 ‘카카오프렌즈’와 ‘JOH’가 합병 직후에도 서로 다른 기업문화 탓에 갈등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실질적인 개인회사였던 JOH 인력들이 카카오로 흡수됐지만, 기존 방만한 운영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꾸준히 나왔다. 일각에선 라이언을 만들어 실질적인 회사의 기틀을 세운 디자이너가 회사를 떠난 배경에도 권 대표와의 의견차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카카오 출신 관계자는 “공동대표 중 여민수 대표와 해당 라인들이 자신이 잘하는 광고에만 집중했다면, 조수용 대표와 JOH 임원들은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서비스에도 사사건건 관여해 왔다”라며 “기존 서비스를 키워온 인력들의 불만도 쌓여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고질적 문제를 지적한 내부 직원의 글이 올라오면서 내부 갈등이 공개됐다.

    ‘카카오아이엑스, 왜 피해는 직원들만의 몫 인건지’란 제목의 글로, 권승조 IX 대표가 해외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인 자녀들 미국‧영국법인장으로 부임시킨 사례, 자신의 친구 중국법인장으로 앉힌 사례, JOH 라인 인사를 일본법인장으로 앉힌 사례 등이 폭로됐다. “해외법인들이 100억원 넘는 (돈을) 쓰고 날려먹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같은 글에선 이어 횡령배임과 연계된 내부 고발도 이어졌다. “대표가 데려온 동생1이 사물인터넷(IOT) 한다고 7만 원짜리 체중계를 판매계획도 없이 20만개 만들어서 재고로 쌓여있다”는 일화, “데려온 동생2는 팀장을 시켰는데 법인카드로 팀원들과 코인을 몇억을 샀고, 대표가 덮으려고 했지만 내부고발로  본사 조사 후 퇴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이에 대해 카카오IX 관계자는 "내부 문제다보니 따로 입장을 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최근 용인에 직원들을 위한 대형 연수원을 짓고 있는 점이 화제가 됐는데, 직원들은 벌써 해당 사업을 총괄하는 카카오IX 내 'JOH' 출신 임원들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할까에 관심이 더 쏠릴 정도로 조직 구성원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카카오IX와 또다른 알짜 자회사인 카카오커머스와 합병을 두고도 직원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권 대표를 포함한 JOH 출신 임직원 대부분(라이센스 및 캐릭터 IP, 콘텐츠 관련 팀)은 합병법인이 아닌 본사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직원 사이에선 카카오IX의 방만한 운영의 책임을 물어, 본사 차원 통제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그간 회사 운영을 볼 때 오히려 조수용 대표의 비호 아래서 본사 내 핵심 라인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카카오 측은 "합병 자체는 검토 중이지만 문화적 차이 등은 사실과 다르고, 합병에 고려 대상도 아니다"는 입장이다.

    해당 안이 확정될 경우 현재 홍은택 커머스 대표가 합병법인의 총괄 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일각에선 김범수 의장이 조수용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힘을 실어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홍 대표의 역량도 여전히 논란에 서 있다.

    한 카카오 직원은 “카카오커머스 거래액 3조원 달성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네이버가 거래액 50조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이정도 점유율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경영 실패의 문제”라며 "회사 내에선 홈플러스에서 주류사업하던 인사를 모셔와 상품제작을 맡기는 등 여전히 대표가 감을 못찾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인 상황에서 이같이 인맥에 의존한 CEO간 ‘동아리 문화’가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곧 상장을 추진중인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도 김범수 의장과 과거 'PC방 동업'을 했을정도로 막역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시절 기업문화에선 김범수 의장과 학연과 지연으로 묶여있는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한 점이 회사를 빠르게 키우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투자자와 시장에 직접 나서야하는 현 시점에선 ‘투명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