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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권시장은 코로나 이전으로 완벽하게 복귀했다. 이제는 회복을 넘어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가 덮친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명확하고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첫 성적표를 8월부터 발표한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신용등급을 재평가 할 가능성이 크다. 불타는 증시를 뒷받침했던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오는 9월에 끝난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도 유례 없는 수준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국내 증시에 나타난 ‘착시’가 언제 사라질 것인지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상존해 있다.
6월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2200포인트 선에 근접했다. 장중 한 때는 2200선을 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올해 초까지만해도 코스피가 1100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2500포인트, 즉 사상 최고치인 2600포인트(2018년 1월)에 근접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는 코로나의 여파가 미치지 않았던 올해 1월 투자금융업계의 컨센서스 2000~2400선보다 높은 수준이다.
장미빛 전망은 한국 증시 주변에 유동성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인가, 기업들의 실적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느냐가 전제 조건이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제로금리를 유지하며 2022년 말까지 금리 인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국내에서도 갈 곳을 잃은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 주변에 여전히 머물러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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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은 다른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금융과 보험업을 제외한 국내 100대기업의 모든 업종에서 해외 매출이 감소했다. 자동차가 14.3%, 휴대폰과 TV 등 전기·전자 분야가 9%가량 줄었다. 자동차와 전기·전자의 해외 생산비중은 각각 70%와 90%다. 전경련은 100대 기업의 올 2분기 해외 매출은 1분기와 비교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와 전기·전자 분야뿐만이 아니다. 조선·기계, 철강, 반도체, 정유·석화, 건설, 항공 모두 각 섹터별 연구원들이 내놓은 전망은 부정적이거나 불투명하다. 각 섹터에 속한 일부 종목들은 최근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을 뒷받침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루만에 6%이상 상승했고,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은 항공사들도 정부의 지원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수익이 실현되기까지 수년의 기간이 남은 조선 업종 관련 기업들마저 수주 소식에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시점의 실적은 주요 기업들에 아직 반영도 되지 않았는데 코로나 사태 회복에 대한 기대감, 풍부한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뒷받침되고 있는 형국이다”며 “투자자들은 8월부터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는 시점부터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 2의 바이오 열풍이 분 코스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진단키트·치료제·백신 등의 기대감에 바이오 섹터의 종목들은 급등락을 반복했다. 코로나 이벤트를 맞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부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초기에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면 이제는 치료제와 백신, 즉 임상실험에 돌입한 기업들이 동학개미운동의 주요 투자처가 됐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 한 관계자는 “코스닥 바이오 기업에 국내 기관들이 선뜻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대감만으로 기업가치가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점, 기업의 수익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이다”며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져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주목도가 이전만 하지 못할 경우 주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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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발표는 신용등급 조정과 맞닿아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부여한 국내 22곳 기업 가운데 13곳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코로나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등급하향감시대상(Watch list)에 등재했다. 아직까지 대기업 신용등급의 무더기 강등 사태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기업들의 연쇄적인 ‘어닝쇼크’가 현실화하면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신용등급 강등은 곧 기업의 조달비용 증가, 차입금 상환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 가뜩이나 벌어들이는 현금은 줄었는데 지출 비용은 늘고, 산업 전망은 어두운데 고정비 부담은 여전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국내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에서 신용평가사들도 등급을 조정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장기화하고 실적 저하가 현실화하면 상당수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종전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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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부양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한시적으로 금지했던 공매도의 부활도 부담이다. 주가지수 상승의 요인은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의 바탕으로 한 개미투자자들의 순매수 행진이 주효했으나, 공매도 중단도 꼽힌다. 공매도 제한 조치는 오는 9월16일 해제된다.
공매도 제한 조치(3월16일) 이튿날 코스피는 연중 최저점을 찍고 반등해 현재 수준에 다달았다. 낙폭이 과도한 종목을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 이후부턴 키맞추기 순환매를 거듭하며 브레이크 없이 오르는 상황이 진행됐다. 공매도 금지가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탠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공매도의 순기능도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이미 예측의 영역을 벗어났다.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주가는 역대 최고치를, 이를 반영한 코스피200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로 최고점을 눈앞에 뒀다. 즉 과거의 전례를 봤을 때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현금과 비교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돼있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한국 증시로 끌어들였던 유일한(?) 메리트인 낮은 밸류에이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주가지수의 꾸준한 상승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의견에 힘을 보탠다.
외국계 IB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 주변에 대기자금이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시장이 대외 변수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 증시가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 투자의 메리트도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기업들의 펀더멘털 저하, 개인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리아 엑소더스가 가속화하면 한국 증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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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5일 07:00 게재]
증시 상승 주도한 기업 전망 모두 ‘흐림’
8월 반기보고서에 코로나 여파 반영 전망
실적 저하시 신용등급 하향도 가시권
공매도 제한 조치 9월부터 해제
8월 반기보고서에 코로나 여파 반영 전망
실적 저하시 신용등급 하향도 가시권
공매도 제한 조치 9월부터 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