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 매각성사 가능성 희박…캐시카우 떼고 우발부채만 수천억
입력 20.06.23 07:00|수정 20.06.24 09:43
밥캣 떼고 인프라코어만 매각 대상
‘두산’ 뗀다 기대감에 지분가치 급등
DICC 소송전 현재진행형…소송가액만 8000억
인수후보 우발부채 8000억 포함 가치평가
그룹에 우발채무 남기는 방안도 부담
  • 두산그룹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을 추진한다. 인프라코어는 그룹이 보유한 알짜 자산으로 여겨지고는 있지만 원매자를 찾기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고, 두산그룹을 벗어난다는 기대감에 크게 치솟은 주가는 적정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을 이미 벗어났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둘러싼 재무적투자자(FI)와의 소송전이 아직 진행하고 있어, 8000억원 이상의 우발부채가 남아있다는 점은 가장 큰 뇌관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최대주주는 두산중공업이다. 지분 36.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약 1조5000억원) 기준으로 따지면 지분가치는 약 5400억원 수준이다. 두산그룹이 ‘진성 매각’에 나선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룹은 일단 크레디트스위스(CS)를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긴 하다.

  • 인프라코어의 주가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두산그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주가는 이미 코로나 사태를 겪기 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가의 상승세는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도 월등히 가파르다. 주가수익배율(PER)은 약 7.5배로 국내 동일업종 상장사 PER 평균인 마이너스(-) 30배와 격차가 크다.

    실적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인프라코어도 코로나의 여파를 완전히 빗겨가진 못했다. 올해 1분기 개별 기준 매출액은 8240억원으로 전년 동기(9150억원) 대비 10%, 영업이익(20년 1분기 600억원, 19년 1분기 730억원)은 약 5% 감소했다. 2분기에 중국에서 굴삭기의 판매가 지난해보다 늘어나긴 했으나 코로나 사태의 재확산 등으로 꾸준한 판매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단하긴 이르다. 결국 현재의 주가, 즉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인프라코어의 지분가치가 상당히 고평가 돼 있는 상태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 매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우발부채다.

    IMM프라이빗에쿼티-미래에셋자산운용PE 등이 제기한 ‘DICC 매매대금 지급 청구 소송’은 대법원 민사 3부에 계류 중이다. 2011년 두산그룹은 인프라코어의 자회사 DICC 지분 20%를 FI에 매각 3년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그러나 IPO는 무산됐고, FI들은 동반매도요청권(Drag-along)을 요구하며 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FI 측은 두산그룹이 매각 과정에서 협조하지 않음으로써 매각이 무산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두산그룹이, 2심은 FI가 승소했다. 2심이 인정한 매매계약금액은 약 7100억원이다. 투자원금에 3800억원에 연 15%의 이자가 더해졌고, 배당금은 제외됐다. 1심~2심 판결 기간 상사이자율 6%, 2심판결 이후 소송촉진법상 이자율 15%가 지연손해금으로 가산돼 이를 고려한 금액은 총 8000억원 규모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 민사심층연구조(재판연구관) 검토대상으로 분류된 상태다. 대법원의 판결까지 2~3년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내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인프라코어가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론 우발부채에 대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 1분기 개별 기준 보유현금은 1820억원, 지난해 기준 순이익은 530억원 수준이다. 회사가 쌓아놓은 충당부채는 580억원이다. 두산밥캣의 지분 50%를 보유한 인프라코어는 연간 꾸준히 500억원 이상(19년 568억원, 18년 680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매각대상에서 밥캣의 지분이 제외된만큼, 매각 이 성사된다면 인프라코어의 자체 현금흐름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결국 ▲인수자가 우발부채를 감안해 인프라코어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FI의 승소가 확정될 경우 두산그룹 또는 두산중공업이 우발부채를 보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룹이 속전속결로 매각을 추진한다면 회사를 분할해 우발채무는 일명 배드컴퍼니(Bad-Company)에 남기는 방안도 이론상론  가능하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솔루스의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인프라코어의 매각 작업이 시작될 가능성도 높다”며 “이론적으론 우발부채에 대한 특별면책 조항을 넣을 수도 있고, 회사를 분할해 빠르게 매각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따져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부채가 1조가량 쌓여있는 상태에서 밸류에이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두산그룹이 핵심으로 여기고 있는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눈높이를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룹은 최근 두산솔루스, 두산건설, 두산메카텍 등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투자자측과의 괴리감이 상당했다.

    회사를 분할해 두산중공업 또는 두산그룹이 우발부채에 대한 채무를 떠안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내 재무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채무를 떠안을 여력은 사실상 부족할 뿐더러, 애초 인프라코어의 채무를 떠안는 것 자체가 주주 및 투자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주주주들에게 있어 배임소지가 높다.

    아울러 빚을 받아내야 할 FI 입장에선 현 상태에서 매각을 강행하든 분할해 매각을 추진하든, 이 같은 작업들을 ‘사해행위’로 규정해 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할 여지도 충분히 남아있다.

    상황을 종합할 때 결국 인프라코어 매각의 진정성에도 물음표가 달린다는 지적이다. 두산그룹이 재무구조개선의 일환으로 추진한 작업들 가운데 아직 결론을 낸 성과는 없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인프라코어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은 물론 채권단도 우발부채에 관한 사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프라코어까지 매각할 의지도 있다’는 수준의 작업으로 여겨진다”며 “실제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인수후보들이 두산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개선 효과가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