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띄우기 재시동…제 2의 ‘피츠제럴드’ 찾는 현대차
입력 20.07.03 07:00|수정 20.07.06 09:50
글로벌 마케팅 담당 적임자 물색 중
경영 감각 갖춘 글로벌기업 출신 영입 전망
GV80·G80 등 신차 판매 탄력 받아 마케팅 확대 예상
  • 현대자동차그룹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마케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출시한 신차들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내수 시장은 물론 주요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자리를 떠난 맨프레드 피츠제럴드(Manfred Fitzgerald) 전 제네시스 사업부장(부사장)을 대신할 적임자를 물색 중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차는 피츠제럴드 부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이용우 미주권역부사장을 신임 제네시스 사업부장으로 선임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가 물색 중인 인사가 제네시스 사업 전반을 관할하는 이 부사장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지, 글로벌 마케팅 및 대외 활동에 집중하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현재 그룹 내에서는 제네시스 사업부에 글로벌 경영 감각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단독 론칭한 이후, 2015년 람보르기니(Lamborghini)에서 브랜드 총괄을 맡은 피츠제럴드 부사장(당시 전무)을 영입했다.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Loewe)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더브랜드 디자인 컴퍼니(The Brand and Design Company)의 파트너 경력 등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사업의 대표적인 ‘얼굴’로 활약해 왔다. 다만 지난해까지 이어진 제네시스 사업의 상당한 부진, 그룹 내에서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사장(연구개발본부장)과의 갈등으로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입지가 상당히 좁아지면서 자리를 떠나게 됐다.

    피츠제럴드 부사장은 글로벌 마케팅을 비롯해 대외 활동에 상당히 활발하게 활동한 점을 비쳐볼 때 제네시스 브랜드를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피츠제럴드 부사장의 후임인 이용우 부사장 또한 현대차 내에서 미주권역을 담당하며 해외 사정에 밝은 인사로 꼽히지만, 무게감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제네시스 사업의 목표가 장기적으로 내수를 넘어 해외 주요 권역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는 데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피츠제럴드 부사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제네시스를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 공도 분명하다”며 “그를 대신해 제네시스를 대표 할 만한 인물이 필요한만큼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외국인 인사가 영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단 제네시스 사업은 탄력을 받기 시작한 상태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전년과 비교해 판매 실적이 떨어지면서 사업적 위기를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올해부턴 상황이 반전했다. 올해 초 출시한 기함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신형 G80 또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5월 제네시스 4개 차종(G70·G80·G90·GV80)의 누적 판매량은 총 3만55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7862대) 대비 28%가량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한다면, 지난해 제네시스의 총 판매량인 5만6801대(2018년 6만1345대)를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내에선 소비자만족도 조사기관 JD파워의 프리미엄 브랜드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제네시스가 4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 제네시스 판매의 호조는 결과적으론 현대차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의평균판매단가(ASP)가 약 6900만원에 달하는만큼, 판매량이 늘수록 현대차 전 차종을 대상으로 한 ASP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차는 다른 사업부문에선 다소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올해 그룹의 제 1목표가 모든 계열사들의 ‘현금확보’인 만큼 당분간 대규모 투자와 지출보단 조직관리와 지배구조 효율화 작업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핵심이었던 전략기술본부를 비롯해 회사 내 부문별 소규모 조직의 통폐합 작업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차의 출시, 제네시스 브랜드의 마케팅 확대 등과는 별개로 내부적으론 조직관리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며 “당분간은 기존의 크고 작은 투자들을 점검하고, 투자 방향성을 설정하면서 파격적인 대외 움직임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