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미래에셋 新 협업모델 '팩토링'...오픈마켓 판도 '변수'
입력 20.07.13 07:00|수정 20.07.14 07:04
미래에셋캐피탈과 매출채권 팩토링 추진 가능성
알리바바·아마존 팩토링 모델도 내부서 거론돼
오픈마켓 점유율 키울 수 있어 쿠팡과 격차 벌릴듯
  • 네이버와 미래에셋그룹 간 구체적인 협업 사업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매출채권 팩토링 등 이커머스 관련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전략적 제휴 이후 두 그룹의 협업이 '연계계좌 개설'외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팩토링 협업에서 엿보이듯, 결국 '이커머스'에서 야심을 드러낼 거란 추측에 힘이 실린다. 관련업계도 파급효과를 우려해 복잡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사업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출채권 팩토링(Factoring)' 사업을 구상 중이다. 팩토링은 입점업체들이 플랫폼 사업자에 납품하는 대가로 받은 외상매출채권을 금융회사(팩터)에 팔아 현금화하는 것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팩터가 돼 네이버와 함께 연내 출시를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이커머스 관련 추가적인 사업을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 내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내부에선 조 단위 규모로 팩토링 사업을 진행 중인 중국 알리바바와 미국 아마존 모델도 거론됐다"고 전했다. 이어 "올초에 팩토링 제도가 국가 정책으로 확립된 만큼 사업 본격화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유통업계 특성상 이커머스 입점업체들은 정산까지 통상 2달이 소요된다. 소형 업체의 경우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입점업체들 대부분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담보와 신용도 모두 부족하다 보니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다. 이런 사정에 상품 판매에 따른 외상매출채권이나 받을어음을 곧바로 현금화하지 못해 도산하는 사례도 공공연했다.

    어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추후 외상매출채권 만기가 돌아오면 구매기업이 대출금을 은행에 대신 상환해주는 외상담보대출제도(외담대)가 물론 있다.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은 그간 은행과 계약을 맺어 판매자들이 외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판매자 입장에선 두 달 기다려서 100% 정산을 받을 바에 은행에 수수료를 내더라도 빠르게 자금이 조달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대출기업이 도산하면 금융사가 판매기업에 대출상환 의무를 갖기 때문에 대출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성사돼도 매출채권을 양수할 당시엔 회수 기간과 회수율을 예상하기 어려워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한 조건이 계약 사항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런 사정에 입점업체들은 피플펀드, 어니스트펀드 등 P2P업체에 의뢰해 개별적으로 선정산을 받기도 했다.

    매출채권 팩토링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유동화하는 식의 외담대와는 다르게 매매 방식으로 유동화하는 팩토링은 입점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담보가 아닌 양도·매매 방식의 팩토링은 아직 이커머스 업계에선 생소한 방식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채권 매매 방식의 상환청구권이 없는 구조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외담대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에선 상환청구권이 없는 팩토링 제도가 활발하지만, 국내에선 상환청구권을 넣는 조건으로만 채권을 매입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팩토링 등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스마트스토어 셀러 대상 '퀵 에스크로'라는 선정산 서비스 등 협업해온 파트너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이커머스 관련 사업을 추가 검토 중에 있고, 이번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되면서 신용대출 등 더욱 확장성 있는 시너지를 낼 것이라 본다"라고 전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지정대리인 자격을 부여 받아 금융회사와 함께 신용평가 및 대출 등 금융상품 제공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네이버의 물밑작업이 본격 시작된 와중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관련업계의 심기도 복잡해 보인다.

    이커머스업계는 네이버가 팩토링 사업을 현실화할 경우 시장지배력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셀러)에게 더욱 매력적인 입점처가 될 수 있을거란 평가다. 이는 오픈마켓 점유율 경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긴장할 만한 곳은 단연 쿠팡이다. 쿠팡은 줄곧 선두에 있었지만, 최근 네이버쇼핑에 점유율 1위를 빼앗겼다.

    더욱이 입점업체 매출채권 정산 문제는 쿠팡의 최대 맹점이기도 하다. 정산 기간이 최소 2달로 업계에서 가장 길다 보니 매출채권 회수율에 대한 신용보험업계 불신도 큰 편이다. 신용보험업계에 따르면 신보사들이 쿠팡 입점기업에겐 매출채권 보험을 들어주지 않거나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내세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면 보험사는 납품기업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리스크가 있지만 쿠팡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다.

    기존 금융권에선 미래에셋캐피탈을 향한 부러움 섞인 시선도 엿보인다. 한 관계자는 "요즘 어딜 가나 네이버와 미래에셋그룹 얘기를 할 정도로 관심사다. 이커머스로 사세를 확장하는 네이버와 함께 하면 미래에셋캐피탈 트래픽 장사는 보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대캐피탈이 최근에 SK텔레콤과 손잡고 11번가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유사 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11번가의 이커머스 시장 입지를 고려했을 때 수익창출이나 트래픽 유입 효과는 크지 않다 본다"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그룹을 바라보는 네이버 내부 엇갈린 심정도 눈에 띈다. 향후 증권·보험·대출 등으로 확장해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던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의지가 실현되려면, 미래에셋그룹 등 금융회사와의 협업은 꼭 필요할 수 있다. 협업 시너지 기대감도 크지만 일각에선 '괜히 속박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언급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