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라스트댄스로 확인한 나이키의 유연함
입력 20.07.13 07:00|수정 20.07.14 07:03
매출 38% 감소했으나 온라인 75% 폭증
온라인 집중 전략 주효
아디다스·언더아머比 가파른 회복세
마이클 조던 다큐·프리미엄 브랜드 팬층 확대
  •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의 여파를 글로벌 1위 스포츠브랜드 나이키(NIKE)도 피하진 못했다. 시장의 예상치(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수준의 분기 기준 약 1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의 끊임 없는 확산, 그리고 언제 종식될 지 모르는 불안감에도 나이키의 위기설을 거론하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나이키가 코로나 사태 직후 수정한 온라인 중심의 경영 전략은 적중했다. 전략의 수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기업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때마침 넷플릭스 상영작인 마이클조던의 다큐멘터리 ‘마이클조던: 더 라스트 댄스(Michael Jordan: The Last Dance)’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의 나이키 주목도는 더 높아졌고, 수익성이 좋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비층의 저변은 더 확대했다.

    회계연도 2019년 4분기 나이키의 매출액은 63억1000만달러(약 5조52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8% 감소했다. 순이익은 마이너스(-) 7억9000만달러(약 9500억원) 수준이었다. 코로나의 여파가 고스란히 미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주요 권역의 상점과 백화점이 영업을 중단했고, 야외활동이 줄어들면서 스포츠 용품 수요가 감소했다. 북미지역의 타격이 가장 커 해당 지역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가 감소했다.

    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실적 발표에도 나이키의 주가는 당일 4%대의 하락만을 기록했을 뿐 곧바로 제자리를 찾았다. 최근의 주가는 오히려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회기했고 견조한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

  • 가장 큰 요인은 ‘온라인’ 집중 전략이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75%가 급증했다. 온라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까지 올라왔다. 나이키가 세운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비중을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3년여 앞당겨 달성했다.

    실제로 나이키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직후 경영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오프라인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 것을 예상하고 온라인용 제품 라인업 강화, 온라인 마케팅 확대 등 매출의 주된 축을 완전히 이동했다. 국내 나이키 온라인 부문의 분기 매출은 이미 전년 수준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도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나이키의 온라인 중심 경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가 예측하는 온라인 매출 비중의 50% 달성 기한도 머지 않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나이키가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 사업 강화에 대한 기조를 갖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온라인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이번 사태로 온라인 직접 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확인한만큼 오프라인 매장들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매출 회복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같은 기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나이키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2위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adidas)’의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6%가 줄면서 역대 최대 역신장을 기록했다. 2분기의 실적 감소 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회기 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모멘텀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나이키의 아성을 위협하던 언더아머(Under armour)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나이키와 재계약에 실패한 ▲스테판커리(Wardell Stephen Curry II)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골프 신예 조던 스피츠(Jordan Spieth) ▲최초의 흑인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Misty Copeland) 등 실력을 갖춘 신예 선수들을 후원하면서 언더아머의 성공은 시작됐다. 트렌드보다는 기능성에 집중한 전략을 펼쳤고 한 때는 아디다스를 제치고 미국 지역 스포츠브랜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 여기까지 였다.

    한때는 26분기 연속 20%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016년 말 이후 성장률은 한자릿 수를 기록, 올해 들어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올 1분기 실적은 전년대비 23% 급락했고, 실적발표 이후 주가는 9% 가까이 빠졌다.

    기능성 제품으로 승부를 본 언더아머는 스포츠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패션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국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던 3대500(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쿼트 등 3가지 운동 중량의 총 합이 500Kg이 넘지 않으면 언더아머를 입을 자격이 없다는 용어)의 해프닝만 보더라도 언더아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아디다스는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 트랜드를 따라가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아디다스가 가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와 콜라보한 '이지부스트'는 나이키 조던 시리즈와 맞먹는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을 고집하던 언더아머는 중저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쌓아둔 브랜드 이미지를 갉아 먹기 시작했다.

    언더아머 창업자인 케빈플랭크(Kevin Plank) 회장이 과거 도널드 프럼프 미국 대통령를 공개 지지한 것도 불매 운동의 계기가 됐다. 반대로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는 10년간 1억달러(1200억원)을 들여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단체에 기부하기로 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흑인 인권운동 ‘Black Lives Matter’에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주요 선수들이 동참하는 상황은 소비층을 다양화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언더아머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유니폼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 2018년 계약을 중단하고 결국 나이키와 계약했다. 2031년까지로 계획돼 있던 언더아머의 UCLA 후원도 올해 6월 중단됐다.

    스포츠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1등 브랜드에 대한 소비는 더 공고해 질 수밖에 없다”며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 모든 스포츠 용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각 회사의 회복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 나이키의 또 하나의 성장 모멘텀은 프리미엄 라인의 확대 전략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더 라스트 댄스'는 마이클 조던을 통해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기존의 팬층을 공고히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가 라인과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전략은 나이키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나이키의 수익이 감소한 이번 분기, 조던 브랜드의 수익은 큰 폭으로 늘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축구·러닝·트레이닝 관련 분야 수익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17%·15%·13%씩 감소 했지만, 조던 브랜드는 15%가 증가하며 36억달러(약 4조32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존 도너호(John Donahoe) 나이키 사장 또한 "조던의 수익 증가는 10부작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라스트 댄스에 힘입은 바 크다"고 설명했다.

  • 마이클 조던은 은퇴했으나 조던 브랜드는 진화하고 있다. 마이클 조던의 키즈로 불리는 선수들의 스폰서 계약은 꾸준히 진행되고, 뛰어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하는 선수들의 활약은 조던 브랜드의 위상을 유지시키고 있다.

    올해 초 헬기 사고로 사망한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의 제품은 현재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나이키는 대외 마케팅을 자제하며 생산 재개와 브랜드 판매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제품 판매와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마이클 조던에 이은 또 하나의 전설 코비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