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기만 하면 대박일텐데"…네이버·카카오 기다리는 채권시장
입력 20.07.15 07:00|수정 20.07.16 06:57
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 가파른 성장세에
향후 발행시장 '잠재적 큰 손' 기대감 올라
등급 이슈·시장 이해도 제고 등은 과제로
  • 상반기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IT기업을 향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채권자본시장(DCM)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공룡’들의 자금 조달 창구에 변화가 올 지 주목하고 있다. 과거 자금 운용 미숙으로 시장에 실망을 안겨준 사례도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향후 이들이 발행 시장의 '큰 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코로나에서 시작한 ‘디지털 콘택트 열풍’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화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 이들의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발행이 사실상 없다 보니 큰 관심이 쏠릴 일이 없다. 다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산업·금융 등 전방위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채권시장에서도 성장성 높은 IT기업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모 회사채 시장에 적극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네이버는 2016년~2018년 R&D(연구개발) 등 투자를 단행했고 현재는 투자 비중이 작다. 카카오도 공격적인 투자 시기를 지나고 최근 몇 년 동안 상당 규모 현금을 쌓아놨다. 한동안은 무차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투자 유치 기회가 많아 굳이 채권시장을 찾을 이유도 없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미래에셋으로부터 약 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6월 카카오페이는 모회사 카카오와 알리페이로부터 1600억원을 수혈받았다.

    채권의 주요 투자 척도인 신용등급 이슈도 있다. 신용평가 관점에서 볼 때 특수한 사업구조를 가진 IT기업이 제조업에 비해 등급 평가 명확성이 모호하다는 평이 나온다. 또 주식시장에서 초우량주가 되면서 ‘콧대가 높아진’ 회사 입장에서 크레딧 시장의 평가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 그럼에도 IT기업들의 시장 지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향후 장기 차입을 늘려갈 것이란 기대감은 남아있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사업 안전성 제고 덕분에 등급이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됐다. 기준금리 ‘0%’대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유인점으로 꼽힌다.

    시장의 넘쳐나는 유동성이 흘러갈 새 통로를 만드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IT기업들이 빅이슈어(Big Issuer)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기업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애플은 지난해 9월, 15억달러 규모 30년물을 포함해 70억달러(약 8조43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IT기업들이 공모채 시장의 ‘큰 손’ 역할을 하고 있어 국내 채권시장도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려는 의지가 높다”며 “국내 IT기업들이 크레딧 업계에서 쌓아둔 신뢰가 부족하긴 하지만 네이버 같은 우량 기업이 나온다면 부족한 입지를 채울 수 있어 채권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채권시장이 IT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한 차례 대두된 바 있다. 2015년~2016년 공모채 발행에 나선 네이버,카카오, 엔씨소프트가 잇따른 '오버부킹'을 기록하면서다. 이전까지 무형 자산투자가 대부분인 IT기업의 자금 운용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산업 환경에 기관투자자들도 IT와 바이오 등 신사업 분야로 점차 눈을 돌렸다.

    그러나 이후 장기차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의 신뢰가 흔들렸다. 2016년 6월 카카오는 전년도와 당해 발행한 채권에 대해 조기상환(바이백)을 단행했다. 일반 공모 회사채에 대한 조기상환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재무구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발행이 채 한 달 남짓 지난 공모 회사채를 되사들였다. 수명주기가 짧고 변동성이 큰 IT기업의 불안감을 보여줬다는 평이 나왔다. 비단 카카오에 국한되지 않고 IT업계 전반을 향한 기관투자가들의 보수적인 시각을 강화한 계기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T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3년도 장담 어렵다’던 몇 년 전과 달리 이젠 ‘설마 망하겠나’로 변했다"며 "이들이 발행에 나서면 시장도 환영하는 분위기겠지만, 네이버나 카카오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채권 발행 필요가 적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