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전쟁 앞둔 LG화학…개미는 아군이 아니다
입력 20.09.21 07:00|수정 20.09.23 10:30
  • 전기차 시장 개화와 함께 글로벌 배터리 전쟁도 시작됐다.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 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 현대자동차, GM, 폴크스바겐, 삼성SDI, CATL, SK이노베이션 등등 국적도 다양하고 참여자도 많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LG화학이 전기차 부문 세계 1위인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확정했다. 전면전에 앞서 대규모 실탄을 마련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개미 투자자들은 이 전쟁이 달갑지가 않다. 물적 분할 방식으로 이뤄지는 분사를 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 결과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했다. 배터리 보고 투자를 했는데 졸지에 화학주를 가지게 됐다며 '분사 저지'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LG화학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17일 오후 재무최고책임자(CFO)인 차동석 부사장이 주주 및 투자자를 대상으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을 '존속법인이 분할법인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물적분할 법인의 집중적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상식적인 판단이다. LG화학이 밝힌대로 여러가지 선택옵션 중 배터리 신설법인의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이 자금을 활용해 배터리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외형과 수익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층 강화될 것임을 강조했다.

    회사가 언급한대로 배터리 사업 확장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야 한다.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뿐안 아니라 외부차입, 대주주 지원 등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배터리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의 최대 주주는 ㈜LG가 된다. ㈜LG는 2020년 6월말 기준 1조9315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넉넉한 편이지만 그룹 전반을 살펴야하는 순수지주사다보니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기에 배터리에만 ‘올인’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LG화학 소액투자자들인 개미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 삼성물산, SK바이오팜의 대주주 SK㈜의 주가 부진을 예로 들며 물적분할에 반발한다. 알짜 자회사를 보유한 모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들을 들며 LG화학은 인적분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LG화학 주주들은 이미 보유한 LG화학 주식 이외에, 신규 배터리 회사 주식도 같이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분사된 배터리 법인의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다. 결국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유상증자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그룹이 선택한대로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도 유리하다. 즉 상장 자금 조달과 별개로, 향후 외부차입 과정에서도 ㈜LG 밑에 있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LG의 신용등급을 소멸됐지만 과거 평균치는 A+ 수준인데 반해 LG화학은 국내 우량등급인 AA+이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의 지급보증을 받으면 AA+ 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고 자체 등급으로 나서더라도 대주주 지원 가능성 측면에서 ㈜LG보단 LG화학 밑에 있는 것이 낫다”고 전했다.

    아울러 LG화학은 그룹 캐시카우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원을 받더라도 그룹 전반의 미칠 부담은 줄어든다. 또 LG화학의 덩치가 워낙 크고 사업군도 다양하기 때문에 차후에 배터리법인처럼 성장성에 따라 사업부의 추가 분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LG화학 주주 입장에선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된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LG화학은 바이오 투자와 M&A 카드도 꺼내들었다.

    사실 이번 사안에서 개미들은 LG화학의 먼 미래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특히 배터리사업에서 성과를 보인 이후 들어 LG화학에 들어온 신규 개미들에겐 'LG화학=배터리업체'다. 그렇게 따지면 LG화학은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한 나름의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으나 소액투자자들인 개미들은 이들의 아군으로 분류되기 어렵다. 오로지 보유한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시급했다.

    이를 의식한 때문일까. LG화학은 컨퍼런스콜에서 IPO를 바로 추진해도 1년 정도 소요가 될 것이고 그 비중은 20~30% 수준, LG화학이 최소 70%의 배터리법인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굳이 이런 부분을 지금 확정하고 발표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 언급으로 인해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은 더 늘어날 수 없게 됐다.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지만 경영 전략상 보폭을 LG화학 경영진들이 스스로 묶는 모양새가 됐다.

    과거에도 기업분할을 둘러싼 주주들, 특히 개미들의 불만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LG화학 같은 적은 없었다. 당장의 주가하락과 소액투자자들의 반발을 신경쓴 것이라고 보기에는 대처가 너무 과했다.

    과연 LG화학과 LG그룹이 개미 투자자들만 신경을 써서 이런 대처를 한 것일까. 아니면 개미 투자자에 국한되지 않고 더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있었을까.

    BBIG지수와 뉴딜펀드는 이번 정부 경제분야 최대 치적이 될 전망이다. 맨앞의 B가 '배터리'. 그리고 LG화학 배터리 부분은 국내 배터리 산업의 '스타플레이어'다. 즉 LG화학 배터리 부문에 대한 기대감은 곧 정부의 BBIG와 뉴딜펀드에 대한 기대감과 겹친다.

    때맞춰 한국거래소(KRX)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되면 LG화학을 'K-뉴딜지수'에서 뺀다고 한다. 이 말을 달리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곧바로 K-뉴딜지수의 가장 '앞단'에 자리 잡을 것임을 이미 '찜' 해놓았다는 의미도 된다. K-뉴딜지수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에 발빠르게 보조를 맞춘 결과물이다. 이렇게 보면 LG화학의 발빠른, 그리고 어찌보면 좀 과다하다 싶은 진화()는 비단 개미 투자자들 때문만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