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주력했던 호텔신라, 포트폴리오 재편 움직임
입력 20.10.12 07:00|수정 20.10.09 14:18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점 최종 불참
면세업 의존도 낮추고 호텔업으로 사업 비중 분산할 듯
호텔사업 안정적 수익 내지 못해 적기는 아니란 우려도
  • 호텔신라가 포트폴리오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매출 비중이 전체의 95%에 육박했던 면세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호텔 및 레저 산업으로 분산하며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모습이다. 호텔사업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에 아직 접어들진 못했다는 점에서 당장 면세사업 의존도를 낮추기에도 부담이 따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최근 마감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권 2차 입찰에 최종 불참했다. 현대백화점도 불참하긴 했지만 후발주자다. 반면 2위 사업자인 호텔신라가 불참했기 때문에 그 배경에 관심이 더 집중됐다.

    1차 공고 유찰 이후 공사 측이 최저 입찰 가격을 낮추고 월 임대료를 매출 연동(품목별 영업요율) 방식으로 조정하는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한데다 면세점 매출액도 8월부터 반등세에 접어든 상황이다. 업황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더이상 나빠질 것이 없는 상황인 터라 증권업계 내에서도 호텔신라가 무난하게 입찰에 참여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향후 예정된 3차 입찰마저 유찰될 경우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사업권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대체로 호텔신라가 그간 고수해왔던 전략을 재검토해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을 최종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면세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원상복구까지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매출 규모는 포기하더라도 수익성 개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거란 평가다. 호텔신라는 지난 1분기에 81분기 만에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냈다. 영업적자 634억원 중 면세 사업을 포함한 TR(Travel Retail) 부문의 영업손실만 474억원이었다.

    호텔신라 담당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호텔신라는 그간 탄탄한 수익 구조로 호평을 받았던 기업으로 20년 만에 처음 받아든 첫 분기적자 성적표가 꽤 충격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매출액 회복은 대형 따이공이 견인하는 시내면세점 매출액이다. 시내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6%까지 회복했지만 공항 면세점은 -86%로 여전히 부진하다. 사업을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다. 면세 사업권 계약이 최장 10년이란 점에서 인천공항 면세사업을 통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울 거란 전략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면세사업은 그간 호텔신라의 주 캐시카우로 전체 매출의 95%를 차지했지만 이 높은 면세업 의존도가 오히려 발목을 잡으면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호텔 및 레저 사업으로 사업 비중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면세업의 비중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TR 사업의 매출 비중은 94.4%였지만 올 상반기엔 87.9%로 비중이 줄었다. 호텔&레저사업 비중은 같은 기간 5.6%에서 13.9%까지 올랐다.

    면세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엔 아직 호텔 사업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진 못했다는 우려도 있다. 해외 호텔 신규 출점이 잇따라 예고돼 있어 향후 몇 년간은 수익화보다는 '확장 모드'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베트남 다낭 1호점 출점을 필두로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10여개 도시에도 진출해 해외 사업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중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200여개 객실 규모로 신라스테이를 새롭게 오픈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도심권을 중심으로 호텔 사업부가 부진한데 해외 사업도 집객력이 떨어지며 객실 점유율(OCC) 개선이 쉽지 않은 상태다. 매출액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아직까지는 호텔사업이 확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로 안정적인 수익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면세사업 의존도를 낮추기엔 아직 해오 호텔 사업이 고전 중이라 부담이 따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