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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사장)가 현업에 복귀했다. 현행법 상 거액의 횡령과 배임죄 등을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기업의 취업이 제한되지만, 법무부는 유죄판결 9개월여 만에 취업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힘입어 김 대표는 내년 주주총회에서 등기 이사 선임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가치(ESG) 투자를 원칙으로 삼는 국민연금, 그리고 소액주주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김정수 대표는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남편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같은 혐의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으로부터 확정 판결을 받은 직후 김 대표는 지난 3월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등기이사 후보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런데 지난 12일 김 대표가 대표이사직에 복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신설된 ‘특정경제사범 관리제도’ 덕분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법무부 차관 등 7개 정부기관 임직원 각 1명, 민간 위원 3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를 출범했고 해당 위원회에 경제사범의 취업 제한과 승인에 대한 인·허가를 관리하도록 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억원 이상 사기 등을 저지른 경제인 ▲3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금융기관 임직원은 유죄가 확정되면 일정기간 동안 공공기관과 기업체의 취업을 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다만 해당 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경제사범이 기업체 또는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특별경제사범 관리위원회가 출범한 지 약 2달이 지난 1월, 법무부는 회사의 자금 13억원을 횡령한 취업 제한 대상자에 대해 처음으로 취업 승인 결정을 내렸다. 당시 법무부는 “▲피해업체가 가족회사인 점 ▲피해금액 대부분이 변제된 점을 참작했다”며 취업 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 측은 과거 회사의 경영에 김 대표가 상당히 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례, 오너의 공백으로 인한 경영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취업 승인을 신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취업 승인을 받은 업체는 10여곳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무부 검찰국은 “경제사법에 대한 취업 승인 사례와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는 특별 취업 승인을 받은 경제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기업체 인사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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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의 복귀 이후 논란은 상당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경영공백은 기업 스스로가 메우는 것이 당연하다. 법무부가 특정경제사범의 취업을 예외적으로 승인한다면 해당 결정에 따른 위험보다 회사에 주는 편익이 훨씬 커야한다. 법무부의 이번 취업 승인 결정은 기업인에 대한 재취업승인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법무부에 합당한 사유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 또한 “집행유예라 하더라도 범죄 사실이 확정된 경영인이 이 같이 빨리 복귀한 전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며 “코스피에 상장돼 수많은 주주들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인데, 오너일가가 삼양식품을 개인회사 또는 가족회사 그 이상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 듯 하다”고 지적했다.
삼양식품 오너 일가의 일탈 행위와 경영 참여에 대한 논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외환위기로 경영난을 겪던 삼양식품은 지난 1998년 채권단과 화의(채권자들과 채무변제 협정을 통해 파산을 일시적으로 피하는 제도)절차에 돌입했다. 2005년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시도에서 HDC그룹은 백기사 역할을 자처 하며 지분 26%를 사들였다. 포니정으로 잘 알려진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과 고 전중윤 전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인연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4년간 이어져 온 동맹 관계는 HDC그룹이 지난해 주주총회에 앞서 삼양식품에 대해 ‘배임·횡령이 확정한 임원을 결원으로 처리’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하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전인장 회장이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황이었다.
결국 정관변경 안건은 부결 됐고, HDC그룹은 공동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던 미래에셋대우에 삼양식품 지분 전량을 넘기게 된다. 당시 정관변경 안건이 통과했다면 김 대표의 이 같은 경영 복귀 또한 성사되기 어려웠을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후 미래에셋대우는 지분율을 낮추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지분 8%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로 등재돼 있다.
김 대표의 복귀와 관련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코로나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김 사장의 복귀로 과감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 경영 효율성이 한층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양식품 측은 김정수 대표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하고는 있지만, 사실 김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시점에서도 회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오히려 삼양식품 주력 제품들의 판매가 늘어나는 계기가 됐고,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0%, 55%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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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경영에 복귀 직후인 지난 19일, 삼양식품은 경상남도 밀양시에 신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김 대표는 복귀 이후 첫 공식 석상에 섰다. 착공식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일호 밀양시장,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김정환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삼양식품은 신공장 건립에 당초 투자를 계획했던 1300억원에 700억원을 증액해 총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회사는 지난 16일 신규시설 투자와 관련해 투자금액을 989억원에서 1783억원으로 증액한다고 정정공시를 내기도 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케이푸드(K-Food), 한류 먹거리를 선도하는 삼양라면의 꿈, 경남이 응원하겠습니다”고 방명록을 남겼다.
김 대표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선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취업과 관련한 인허가 문제는 없는 상태이고 정관상으로도 결격 사유는 없다. 다만 김 대표의 경영 복귀와 관련한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일부 주주들의 반발 그리고 의결권 자문사들의 부정적인 권고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양식품의 정관상 이사의 선임은 일반결의를 거쳐야 한다. 전체 주식수의 25% 동의와 주총 참석 주식수의 50%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모회사인 삼양내츄럴스(33.26%)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시선은 국민연금으로 옮겨진다. 국민연금은 삼양식품의 주식 6.3%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오너의 횡령과 배임 등과 같은 경영진의 일탈행위 등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대겠다며 ESG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주주로서 의미있는 제안을 할 지 지켜봐야 한다.
당초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의 출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재판을 진행중인 대기업 총수들 다수가 취업 승인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에 법무부의 경제사범에 대한 취업 승인의 사례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국민연금의 선택이 추후 경제사범으로 분류되는 오너일가에 대한 의결권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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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5일 09:00 게재]
김정수 대표 경영복귀…횡령 확정 후 9개월만
특정경제사범도 취업길 열려
김 대표 내년 3월 등기임원 도전
ESG 투자 강조하는 기관들 반발도 예상
특정경제사범도 취업길 열려
김 대표 내년 3월 등기임원 도전
ESG 투자 강조하는 기관들 반발도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