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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지난 수년간 사업부를 떼내고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핵심 사업을 늘려왔고 머지 않아 그 결실을 하나 둘 거둘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여느 때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신경을 쓰고, 반도체 빅딜도 성공시키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파이낸셜스토리와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다. 굵직한 계획들이 내년에 속도를 낼 전망이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들이 앞으로도 힘을 보태게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변수는 주가다. 경영진 입장에선 핵심사업들을 벌려 놓고 있으면서도 정작 SK텔레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이 걱정이다. 자회사 상장 후 가치가 급격히 빠지기라도 하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핵심 사업을 키우고 주가를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박정호 사장과 임원들의 그룹 내 입지가 갈릴 전망이다.
SK텔레콤도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신사업을 펼치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니 임원들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내년에도 이끌어야 할’ 사업을 찾는데 분주한 분위기였다. 굵직한 계획들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10월 15일 모빌리티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신설회사와 우버 간 택시 조인트벤처(JV)도 설립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 가능성만 거론되던 계획이 현실화 했다. 이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SK텔레콤 자회사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1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역시 1년 이상 장기 협상의 결과다.
SK텔레콤은 외부 자금을 유치해 ADT캡스, 11번가, 티브로드, 웨이브 등을 인수하고 키워왔는데 이 결실을 맺을 시기도 가까워오고 있다. 회사는 ADT캡스, 웨이브, 11번가, SK브로드밴드, 웨이브, 원스토어 등을 상장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9월 원스토어가 주관사를 선정하며 가장 먼저 상장 준비에 들어갔고, 나머지 회사들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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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10월 21~23일 제주도에서 CEO 세미나를 열었다. 최태원 회장은 행사를 마감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중심의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고객, 투자자, 시장을 대상으로 기업의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제시해 총체적 가치를 높이자는 경영전략이다.
최근 SK텔레콤의 분주한 움직임은 이런 그룹 지향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박정호 사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탈통신’을 강조하고 있고, 이석희 사장은 인텔 낸드 사업부가 비싸지 않다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자회사들의 상장 계획을 알리고, 유력 사업자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모두 청사진을 제시해 스스로의 성장을 꾀하려는 의도다.
한 SK텔레콤 자회사 투자사의 임원은 “SK텔레콤의 전략은 작은 계열사들을 하나 둘 씩 끌어내 투자를 유치하고 상장을 할 때마다 모기업의 가치도 올라간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투자 단계였다면 이제는 시장의 자금을 끌어모을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18년 ADT캡스 인수 성과 후엔 그룹 신사업 확장의 다른 축인 SK㈜에 비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 하반기 분주한 움직임으로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켰다. 박정호 사장(임기 2023년 3월)은 물론 인텔 빅딜의 핵심인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과 노종원 부사장의 입지가 보다 공고해졌다. 그외 핵심 계열사와 사업부 수장, 핵심 임원들도 연말 인사에서 훈풍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최근 내놓은 굵직한 계획들은 내년 이후 본격화하는 것들”이라며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관여하던 임원들에 일을 계속 맡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세미나에서 CEO들은 SK텔레콤이 이끄는 ICT와 반도체가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인 만큼 더 높은 수준의 ESG 경영이 시급하다고 뜻을 모았다. SK텔레콤은 세미나 이후 ESG 성과를 알리는 데도 분주한 모습이다. SK렌터카, 소프트베리와 전기차 온실가스 감축 실증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고, 통신안테나 플라스틱 재활용에 성공해 PET병을 연 100만개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 제과제빵’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의 성장 전략도 보다 명확해졌고, 시장의 기대감도 작지 않다. 다만 힘을 쓰지 못하는 주가는 경영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SK텔레콤 주가는 상반기 코로나로 주춤한 후 제자리를 찾았지만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주가 추이만 보면 메모리 M&A 발표는 오히려 악재였다. 물론 다른 통신사들의 주가도 똑 같은 양상을 보이긴 하지만, SK텔레콤은 가장 먼저 신사업을 확장하고 탈통신을 외쳤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다. 사명 변경도 시사했으나 아직 시장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 시가 총액은 아래 상장 대기 기업들의 예상 가치와 비교해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기대가 반영되지 않는 것도 걱정이지만,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는 것도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대국민 사기극’ 평가라도 나오면 ‘사회적 기업’으로서 이미지에 해를 끼치게 된다.
한 증권사 SK그룹 담당 연구원은 “최태원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의 핵심은 어떻게 그룹 안에서 스타트업을 만들어 가치를 끌어올리며, 이를 통해 그룹으로 돈을 유입시키느냐는 것”이라며 “SK텔레콤 입장에선 상장 대기 회사들의 예상 가치만 해도 10조원을 넘는데 자기 시가총액이 20조도 안되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 경영진엔 주가를 끌어올리라는 그룹 차원의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며 “박정호 사장 역시 향후 SK그룹을 선두에서 이끌려 한다면 임기 내 주가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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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02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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