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눈도장 찍으려는 PE, 올리브영 줄 서고...발 길 끊긴 뚜레쥬르 매각
입력 20.11.09 07:00|수정 20.11.10 10:33
CJ올리브영에 10여곳 사모펀드 투자 원해
반면 뚜레쥬르는 마땅한 원매자 없어
그룹 내 무게감 달라… 올리브영은 옛 관재팀에서 직접 담당
뚜레쥬르는 이희재 부사장 M&A팀에서 담당
오너 승계 관련 거래 믿고 맡길 수준 아니란 평가
  • CJ그룹 사업조정이 한창이다. 덩달아 사모펀드(PEF)의 발검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룹 경영진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선 진행 되는 딜에 성의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투자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쏠림 현상도 나타난다. 오너 승계 자금을 위한 투자유치가 한창인 올리브영엔 PE들이 줄을 선 반면 뚜레쥬르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서는 다들 발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CJ올리브영 프리IPO 예비입찰에 PEF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IMMPE, 스틱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글랜우드, 앵커PE 등 국내의 주요 PE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너일가 지분 매각과 신주 발행을 동시에 진행하며 대략 3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을 계획이다.

    CJ 측은 수년전부터 PE들에 투자 의향을 물었지만 반응이 뜨끈 미지근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구주 매각뿐 아니라 신주 발행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회사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오너 일가 지분 (이선호, 이재환 10%, 이경후 6.9%, 이호준 4.6%, 이소혜 4.6%) 중 누구의 지분을 매각할지가 불분명하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부장 지분은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장의 지분가치가 커지기 위해선 회사를 키우고, IPO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확실한 ‘엑시트’가 보장되는 딜로 평가받는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바이아웃 딜처럼 업사이드가 높진 않지만 엑시트 구조가 있다는 점에서 투자할 만하다”라며 “올리브영이 국내 1위 업체인데다 꾸준하 캐쉬플로우와 온라인 확장성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하려는 곳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뚜레쥬르 매각은 본입찰이 다가올수록 하나둘씩 인수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뚜레쥬르 예비입찰 이후 GS리테일, KFC를 운영하는 KG그룹, JKL과 어팔마를 비롯한 3~4곳의 사모펀드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수 의사를 보이는 곳은 거의 없다. KG그룹이나 JKL을 비롯한 사모펀드 대부분이 예비입찰에 참여를 안했거나, 예비입찰 이후 인수의사를 접었다.

    CJ 측에서 요구하는 가격 수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CJ그룹에서 제시한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00억원 수준이다. 이를 놓고도 뒷말이 나왔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EBITDA보다 두배 가량 높은 수치를 제시한 점에 대해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과 함게 이 EBITDA를 근거로 추산한 3000억~4000억원의 기업가치는 터무니 없이 높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성장성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가맹점주들의 반발 등 투자제약 요인이 많다는 설명이다.

    해당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투심위에서 인수 후 어디에다 다시 팔 수 있냐는 질문에 답을 하기 힘든 매물이다”라며 “CJ가 원하는 가격과 사모펀드들이 추산하는 가격과의 괴리도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CJ그룹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 딜 참여 의사 정도만 보여준 곳이 다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뚜레쥬르 딜은 CJ그룹의 M&A를 총괄하는 이희재 ㈜CJ 부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CJ대한통운 M&A 전략을 총괄하기 위해서 2017년 영입한 인물이다.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 JP모건을 거친 IB에 잔뼈가 굵은 M&A 전문가다. 이 부사장이 CJ그룹 M&A 총괄을 맡은 이후 직접 맡은 딜이다 보니 사모펀드들도 성의는 보여야 하는 딜로 평가한다.

    이런 측면에서 CJ올리브영 딜의 무게감은 뚜레쥬르와 비견할 바가 아니다.

    CJ올리브영 딜은 ‘회장님의 친위부대’라 불리는 CJ그룹 ‘관재팀’, 정확히는 CJ 전략기획팀 내부의 관재파트 부문에서 담당한다. 한때는 관재팀으로 불렸고, 지금은 팀 수준은 아니지만 이재현 회장과 이 회장 자녀들의 각종 재산을 관리한다. 오너를 위한 비선조직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재현 회장의 신뢰를 받는 극소수의 인원들로 조직돼 있다. 과거 재벌 기업의 ‘비자금’ 수사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올리브영 딜을 관재파트에서 맡아서 진행하는 것은 이번 딜이 오너 입장에선 얼마나 중요한 딜인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란 평가다. 또한 한편으로 아직까지 이희재 부사장에 대한 오너일가의 신뢰가 승계 딜을 맡길 정도는 아니라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