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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인수를 추진한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의 첫 대형 M&A로 기록된다.
인수 성패를 떠나 현대차그룹이 과거 내연기관·완성차 제조업체의 틀을 벗어나 ‘모빌리티 솔루션 그룹’으로 변모하는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를 갖는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지난 수년간 보여준 ▲기술력 확보를 위한 해외 스타트업 기업의 지분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글로벌 선두기업과 혈맹 관계를 맺는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넘어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의 경영권을 사들인다는 점에서 M&A 방식의 다각화 전략도 옅볼 수 있다.
인수가 성사된 이후에도 지켜봐야 할 점은 많다. 로봇기술을 활용한 공장 효율화 과정에서 노동조합(노조)과의 원만한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해당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어떤 계열사가 확보하느냐도 앞으로 추진할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룹의 20% 로보틱스 사업" 공언… 효율화·자율주행·UAM 등 효용가치 상당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이다. 앞으로 미래에는 50%가 자동차, 30%가 개인항공기(PAV; Private Air Vehicle),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다" <정의선 회장(당시 수석부회장) 2019년 타운홀 미팅에서>
정 회장은 2018년 현대차그룹의 5대핵심 사업으로 ▲모빌리티서비스(MaaS) ▲스마트시티 ▲신 에너지 ▲인공지능 ▲로봇을 꼽았고, 이원희 사장은 지난해 12월 ‘2025’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로보틱스 분야에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말대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 상당 기간 논의를 거친 상태로 전해진다. 인수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거론되는 거래 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영권을 보유한 소프트뱅크 측과 현대차그룹의 협상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거래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의 방향성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경쟁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친환경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차·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자율주행 기술 확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 개발 등을 병행하고 있다.
로봇 관련 기술은 그 자체의 상품성을 보유하고 있을뿐 아니라 UAM 및 화물용무인비행체(UAS) 상용화를 위한 필수 기술이다.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는 지난해 신설한 로보틱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력 격차를 좁히긴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자율주행차량·UAM 등에 당장 접목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업 인수를 통해 경쟁업체 보다 빠르게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룹 내부적으로 인수와 관련해 상당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논하긴 이르지만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등 기존 사업에 직접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규모는 크지만 대대적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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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추진은 최근 현대차그룹이 대내외적으로 드러낸 방향성과도 일맥상통한다. 현대차가 생산 라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입는형태의 로봇) 벡스(VEX)는 현재 공장에서 시범 운영중이다. 지난해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선 다리로 걸어다니는 이동수단 ‘엘리베이트’를 선보였다. 로봇 다리 4개를 움직여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기존 이동수단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에서 활용 가능한 장치다. 아직은 ‘콘셉트’ 수준이지만 이 같은 장치의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글로벌 기업이 바로 ‘보스턴다이내믹스’다.
땅·공장·부품사 인수→그랩·리막·앱티브…로봇까지 M&A 영역확장
사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쳐온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본사에선 전략기술본부와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지분 투자를 진행했고, 해외에선 현대크레들(Center for Robotic-Augmented Design in Living Experiences)과 산하의 오픈이노베이션 센터가 파트너들과의 협력 강화 및 투자처 발굴을 담당했다.
과거 현대차는 수직계열화와 부동산 및 공장 등의 내연기관을 위한 투자를 진행했다면 최근 수년간의 투자영역은 모빌리티에 집중됐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5년부터 모빌리티 관련 분야에 단순 지분 투자한 사례는 40여건에 달한다. 그랩(grab)·올라(oala) 등 투자 기업 대다수가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일정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추후 전략적 제휴 등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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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역대급 투자는 지난해 미국 앱티브(Aptiv)사와 자율주행 전문기업 설립이었다. 투자금액은 유·무형 자산을 합쳐 4조원 규모였다. 과거 현대차의 고질병(?)처럼 여겨졌던 독자 기술개발 기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과 대규모 JV를 설립하고 공동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오로라(Aurora)에 대한 전략적 투자, 전기 슈퍼카 제조사 리막(Rimac) 투자도 현대차의 변화한 M&A 전략을 보여줬다.
이번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추진은 과거 현대차의 M&A 방식에 비해 다소 생소하다. ▲기술력만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전략도 ▲인프라는 현대차가, 기술력은 글로벌 기업이 제공하는 JV 전략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미 구글 알파벳 소속 당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로봇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그룹에 편입된 이후에 기업가치가 크게 증가했다.
현대차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절박함 그리고 미래차 시장 선점에 대한 강한 의지가 비쳐진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현대차가 나아갈 방향성을 명확히 한 만큼 그룹의 M&A 방식, 그리고 M&A 영역도 크게 확대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거래 성사 여부를 떠나서 그룹이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사업 영역을 크게 확장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만큼 관련 분야에 있는 글로벌 모든 기업들이 현대차 M&A의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조와 손잡은 정의선 회장, 로봇이 이끌 새로운 생산체계에 주목
정의선 회장은 그룹 총수로서는 19년만에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협력과 상생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노조문제’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아킬레스건이다. 노조와의 갈등, 이로 인한 품질문제 등은 현대차의 기업가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대차의 투자를 망설이는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정의선 회장이 집권한 이후부턴 분위기가 다소 바뀐 듯 하다. 올해 임금 단체협상에선 노사는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화해무드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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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로봇 시장 진출은 생산공정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동집약적인 공장의 생산 체계가 한순간에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기차 생산인력은 내연기관 생산에 비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동력전달장치·변속기 등이 필요한 내연기관과 비교해 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생산인력은 절반, 그 이하로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자동차 산업의 시대적 변화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노조도 이 같은 상황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면서 현대차 노조가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최대한 사측과의 분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현대차그룹 내에선 사업 포트폴리와 변화와 맞물려 인력 재배치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로봇사업 확대는 현대차의 생산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생산인력에게 웨어러블 로봇을 장착하는 수준을 벗어나 스마트 팩토리 사업의 초기 투자단계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과거 권력화했던 노조의 힘이 빠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또한 생산 인력의 자연 감소하는 추세를 지켜보면서 사업 조정에 따른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초대형 M&A, 주도권 잡는 계열사는 어디?…지배구조 개편 방향성 핵심
정의선 회장 시대에 지배구조 개편은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최근 각 계열사의 사업 전략 수정도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의선 회장의 금고로 여겨지는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 배터리 렌털사업 등 자체적인 기업가치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등 금융계열사들도 신사업을 통해 나름의 가치 증명에 나섰다. 그룹의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제철 등 전통적인 사업 계열사들도 기회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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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룹의 투자 전략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현대차 신사옥 건립에서도, 앱티브와의 JV과정에서도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하며 지분을 나눠가졌다.
이번 딜(Deal)처럼 경영권을 확보하는 M&A에선 그룹의 지배구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각 계열사별로 지분을 나눠갖게 될 경우 추후 지주회사의 전환, 사업부 분할 합병 과정에서의 비용이 상당히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번 M&A의 주체로 나서는 계열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지분을 취득하는지 또는 흡수합병 등 이어지는 후속 조치에 따라 진행할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성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추진이 과거 현대차의 전통적인 M&A 방식과는 다소 다르고 상당히 큰 규모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는 거래로 전망되기 때문에 힘을 실어주는 계열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번 M&A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크고 작은 거래들은 지배구조개편과 맞물려 계열사 별로 이해관계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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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0일 17:47 게재]
정의선 회장 시대 첫 대형 M&A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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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M&A 영역 확장과 방식의 다변화
노조와 상생발표…로봇이 이끌 생산체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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