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충격 한 달뿐...투자할 곳 없는 유동성 다시 공모주로
입력 20.11.11 07:00|수정 20.11.12 11:10
오래 못간 빅히트 주가하락 충격
시총 3099억 기업에 9.4兆 자금 쏠려
연말 랠리 부재 예측에 투자 '여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상장 이후 주가 폭락 사태 영향은 오래가지 않았다. 기업공개(IPO) 공모 청약 수요는 한 달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빅히트 이후에도 50조원의 유동성이 증시 주변에 머무르다가, 결국 가장 투자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되는 공모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랠리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에 자금이 IPO 공모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가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한국거래소가 빅히트 관련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으며, 이전보다는 발행사들이 희망공모가 눈높이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빅히트가 상장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IPO 시장은 혼란을 극복한 모습이다. 잠시 영향이 있었지만, 다시 청약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서는 거래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빅히트의 다음 타자였던 바이오 의료 진단기업 미코바이오메드(41.74대 1)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바이브컴퍼니는 1266.22대 1을, 가장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교촌에프앤비는 1318.29대 1의 청약경쟁률을 달성했다.

    특히 교촌에프앤비의 청약 흥행은 의외였다는 평가가 많다. 교촌에프앤비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3099억원인데 해당 규모의 30.3배에 달하는 청약증거금(9조4000억원)이 몰렸다. '국민주'로 불렸던 1999년 KT&G(11조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규모다.

  • IPO 시장 열기가 식지 않자 이익 성장률을 증명하기 힘든 기업들도 기회를 틈타 상장하려는 의지를 내비추고 있다. 일부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주관사인 증권사에 과도한 기업가치 산정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만 최근 들어 기업들이 빅히트 주가 하락 사태 이후 공모가를 과도하게 높게 잡는 것은 지양하려는 모습도 나타나곤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교촌에프앤비 공모청약도 흥행하는 걸 보면서 IPO 시장 과열을 다시금 확인했다"라며 "최근 기업들이 IPO 열기를 활용해 상장을 하려고 하는데 그 눈높이가 너무 높아 맞추기 어렵긴 하지만 한편으론 공모가를 너무 높게 잡았다가 빅히트 꼴이 날 수 있다는 인식도 생긴 듯 하다"라고 말했다.

    향후 IPO 시장의 대어(大魚)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옮겨진다.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야놀자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해당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래프톤의 경우 '원게임'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고 카카오뱅크도 예대마진 관련 신사업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한 야놀자도 기존 주관사였던 미래에셋대우와 대신증권을 다시금 선정하되 추가로 주관사를 물색해 풀(Pool)을 확장하고 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가치를 맞춰줄 수밖에 없는데, 발행사들인 기업은 증권사의 이런 입장을 알면서도 자본 잠식을 해소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에쿼티 스토리를 짜주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솔직히 크래프톤도 이름만 세련되게 바꿨다고 해서 기업가치 30조원을 받는 건데 말이 안 되고 야놀자가 주관사 풀을 확장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다.

    IPO 공모주 청약이 잇따라 흥행하는 것 관련, 일각에서는 올해 연말 랠리가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 때문인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먼저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2007년 당시 증시와의 상황과 비슷한 데서 나오는 추측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랠리, 그 이후'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신용공여 상승세가 아직 이어지곤 있으나 최근 그 속도가 늦어지고 있고 금리도 반등하고 있다"라며 "현재와 유사한 매크로 환경을 보였던 2007년에도 지금처럼 신용공여 잔고가 급증하고 시장금리 상승이 나타났는데 신용잔고 급증이 끝난 뒤 증시 상승세가 둔화되고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한 바 있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한 미국 대선 이슈로 인한 증시 불확실성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흘째 선거 개표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 불복 의사를 내비치며 불확실성의 장기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수정헌법에 따라 하원에서 50개 주별로 주별 다수당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등 내년 1월 초가 되어서야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