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중고차 시장 진출이란?…환경규제·자율주행 대응에 필수
입력 20.11.24 07:00|수정 20.11.25 14:18
여론에 힘입어 정부부처도 긍정적 검토
연비 규제에 전기차, 수소차 생산 늘려야
지속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필수
현대차 내년 LV3 자율주행 차량 시판 예정
현대차, 신차·중고차 안전성 담보해야
  •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기존 중고차 시장에 불만을 갖던 소비자들의 여론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정부 부처도 관련 협의에 돌입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넘는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해당 산업의 재편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기존 업체들과 상생방안을 찾아야 하고, 플랫폼을 구축하기까지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성을 논하긴 이르다. 다만 완성차의 패러다임이 친환경 자동차로 급변하고 있고 자율주행 차량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중고차 시장에 완성차 업체가 진출해야한다는 필요성에는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법적 근거는 최근에 마련됐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는데 지난해 2월 지정 기한이 만료되며 대기업의 진출이 가능해졌다. 그룹 내에선 매매업자를 대상으로 중고차 중계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유력한 사업 주체로 지목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3월 ‘온라인 중고차 거래 관련 일체’를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사업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중고차 사업의 주체로 현대글로비스가 주목 받으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승계받기 위해선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사업군을 확대해 기업가치를 키움과 동시에 외부 매출을 확대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의 이달 초 발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80.5%가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 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우리나라 중고차 매매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누적된 소비자들의 중고차 매매시장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완성차 제조 업체의 중고차 매매시장 참여에 관해선 ▲성능·품질 안전 및 구매후 관리 양호(41.6%) ▲허위매물 등 기존 문제점 해결 기대(41.4%) 등의 이유로 긍정적이란 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 여론에 힘을 얻은 정부부처도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중기부를 비롯한 정부부처가 일부 중소 매매업자를 보호하겠단 측면보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따른 소비자의 득실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됐기 때문에 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사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사업확장 및 지배구조 개편과 같은 내부적인 문제, 소비자 여론 등을 떠나 새로운 완성차 시장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단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의 주요 판매 국가들은 친환경 자동차 생산을 종용하며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차량들은 단순한 기계를 벗어나 전자기기 또는 컴퓨터의 성격을 띤다. 친환경 차량의 기술력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꾸준한 업데이트가 수반돼야 한다. 중고차 또한 신차와 동일한 안전 및 환경 규제를 받기 때문에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가 개입해야 하는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추세를 고려할 때 친환경 차량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쌍용차와 GM 등의 여건을 고려해야하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선 아직 친환경 차량 규제가 심한 편은 아니다. 다만 일부 성(省)에서 내연기관 차량을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중국, 특정 주(州)에서 기한 내 친환경 차량 판매 100%를 달성하겠다는 미국, 그리고 환경 규제가 가장 강한 유럽연합(EU) 등의 추세를 비쳐보면 국내 친환경 차량의 신차·중고차 판매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친환경 차량 판매와 관련해선 현대차는 상당히 민감하다. 현대차의 전기차 주력모델인 코나EV는 현재 글로벌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리콜 규모는 총 7만7000여대, 유럽에서만 3만7000여대가 대상이 됐다. 코나EV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국내에서만 40%가량 감소했다. 차량 결함이 밝혀지면서 유럽내 판매 또한 크게 줄었는데, 주력 친환경 차량의 판매가 저조하면서 현대차가 올해 EU의 연비 규제를 통과하기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차량의 주력인 코나EV가 리콜 대상에 포함되면서 유럽 내 연비규제를 맞추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고 최악의 경우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차량 판매를 급격히 늘려야 함과 동시에 국내 규제에 대비한 전기차 또는 수소차 판매 체계를 구축하는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에 따른 완성차 업체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완성차 업체가 신차 뿐만 아니라 같은 메이커가 부착된 중고차까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율주행 선두업체 테슬라(Tesla)를 비롯해 현재까지 상용화한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2 수준이다. 레벨2 수준은 운전자가 전방주시 의무를 갖고, 주행 중 일정 부분만 자율주행 기술에 의존하는 정도다. 사고에 대한 책임도 일정 부분은 운전자에게 있다.

    현대차는 이르면 내년부터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을 상용화 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를 비롯한 고급차량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앱티브(Aptiv)의 기술력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레벨3의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 할 경우, 사고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완성차 업체가 지게 된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차량 또한 소프트웨어의 꾸준한 업데이트, 센서를 비롯한 자율주행 부품에 대한 검증 및 인증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중고차 매매 시스템에선 이뤄지기 어려운 수준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 차량은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의 주기적인 검수와 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존 중고차 중계 업체가 이를 담당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래차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출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기존 매매업체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중계업체를 비롯해 KB금융그룹의 ‘KB차차차’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경영하고 있는 ‘케이카’, SK그룹 및 대형 금융자본이 투입된 쏘카 등 대형 업체들도 현대차의 시장 진출이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