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투자유치, "IPO는 OK…수익보장은 불가"…투자자와 평행선
입력 20.11.24 07:00|수정 20.11.23 21:06
내달 본입찰 예정
3~4년 내 기업공개(IPO)엔 합의
구주 매각규모, 신주 발행 등 미확정
밸류에이션은 투자자 몫…투자자 보호조치도 없어
유일한 SI 현대百, 전략적 선택에 주목
  • CJ올리브영 투자자 유치를 위한 본입찰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상장전 투자유치(Pre-IPO) 성격으로 진행되는 만큼 CJ그룹은 투자자들과 수년 내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데까지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CJ그룹 측이 투자자 보호조치 조항을 비롯한 더 이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과의 최종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CJ그룹 측은 예비입찰에 참여해 숏리스트에 포함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협의를 진행하며, 3~4년 내 IPO를 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선호 부장의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선 보유한 올리브영의 지분가치의 상승이 반드시 필요하고 투자자들의 자금회수(엑시트) 방안도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IPO는 불가피한 선택지 중 하나로 꼽힌다.

    구주 매각 대상과 신주 발행 규모 등 거래 조건은 아직도 구체화하지 않았다. 현재까진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보유한 지분(10%)과 일부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역시 이번 거래의 핵심인 이선호 부장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거래 규모의 변동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CJ그룹은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약 1조~1조5000억원 평가하고 있고, 경쟁입찰을 통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3~4년 내 기업공개 방안에는 합의했으나, 밸류에이션을 통한 구주매각 대금 지급, 신주발행 규모까지 투자자들이 직접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본입찰 전까진 투자자의 윤곽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그룹 측의 투자자 보호조치 조항(Down side protection)이 제시되지 않고 CJ그룹만을 믿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당히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가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라는 점, 이후 그룹과 꾸준한 관계 유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수익률 측면에서 얼만큼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경영권 거래(바이아웃)가 아니라 소수지분 투자인만큼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경영 활동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대부분 사모펀드(PEF)로 구성된 후보들의 펀드 기대수익을 맞추기 위해선 회사측의 투자금 보호조항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거래가 오너일가의 구주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풋옵션(매도청구권)을 수용할 주체가 사실상 모호하다. 신주와 관련해선 주주간계약이 성립될 가능성도 있으나, 남아있는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신주발행은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높은 값에 오너일가의 구주를 사오면서 CJ그룹이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리는지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후보들은 상당히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시, 거래 조건 또한 CJ그룹의 요구를 상당수 수용하겠단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후보들 몇몇이 투자금 모집을 위해 출자를 요청해 왔으나 제안한 업체들이 평가한 기업가치가 너무 높아 출자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현재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벗어나 새로운 사업 비전에 대한 투자자들과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이번 거래에선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재무적투자자(FI)로 구성된 후보들 가운데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는 현대백화점 그룹이다. PEF들이 다소 까다로운 협상 과정을 겪고 있다면 SI인 현대백화점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장품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유통채널을 확보한 올리브영과의 사업적 시너지를 떠나 수익률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IPO 또는 제 3자 지분 매각 외에 별다른 엑시트 방안이 없는 PEF들과 달리, 추후 지분률 확대 및 경영권 인수까지 고려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CJ그룹이 어떠한 투자자보호조항도 제시하지 않는 이번 거래에서 유일한 SI로서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얼마나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이번 거래에 참여했는지는 확실치 않다”며 “현대백화점의 그동안의 M&A 성향을 비쳐볼 때 과감한 베팅을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CJ그룹과의 연대 및 추후 경영권 인수와 같은 전략적 판단을 내린다면 주요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도 베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