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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은 단순하다.
'대한항공'에 돈이 필요하다면서 정작 돈은 '한진칼'에 투입한다. 덕분에 경영권 분쟁에 시달렸던 조원태 회장은 백기사를 얻는다. 산업은행은 골칫덩이 아시아나항공을 한진칼에 떠넘긴다.
과정의 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따져 물으니 '항공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라고 종용한다. "이 딜에 반대하면 우리나라 항공사들 다 죽는데 책임질거냐"라고 언론에 대고 협박(?)을 한다.
그러면서 수차례 강조한다. 본인들에게 어떤 떡고물이 생겨서 이런 거래를 하는 것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아니라고...
한진칼이 돈이 필요한 회사?…아무리 반박해도 '누이좋고, 매부좋고'
항공업이 처한 위기, 그리고 국적항공사 통합 논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논리대로라면 대한항공에 직접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자금이 필요한 회사는 항공사들이지, 조원태 회장 일가와 KCGI주주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한진칼이 아니다.
이렇게 따져물으니 "컨트롤타워 한진칼에 주주로 참여해야 통합이 예정된 항공사들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라고 하는데... 같은 돈으로 항공사 직접 주주가 되어도 감시는 충분하다.
감시자 역할? 스스로 표현했듯 산은은 이미 두 국적항공사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채권자이자, 가장 큰 이해관계자다. 주채권은행으로서 산은이 다른 대기업들에게 선보였던 경영감시 이력과 실력(?)은 이미 즐비하다. 그 이상의 영역은 '경영개입'의 차원인데, 산은 스스로 경영 개입은 아니라고 밝혔다.
따져보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주채권은행으로서 직접적이라고 할만큼 간섭해왔다. 그러면서도 어떤 형태의 직접적인 손실 분담도 하지 않았고 채권 회수 하기에 급급했다. (출처 :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쟁점분석' 경제민주주의21)
한발 양보해... 한진칼에 증자해도 돈의 최종 목적지가 대한항공이면 앞뒤가 맞다. 그런데 그렇지도 않다. 이 돈으로 산은이 처리못한 골칫덩이 아시아나항공을 사야 한다. 용도가 정해진 돈이다.
비유하자면 망해가는 식당 주인에게 건물주가 돈을 쥐어주면서 그 돈으로 같은 건물에 위치한 건물주 본인의 식당까지 사라고 하는 격인데..그렇게 해서 두 식당 모두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 대한항공이 지금 처한 위기가 산은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못해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한진칼 이사회가 이 거래를 필수불가결하게 받아들이는 것 자체에 배임소지를 비롯, 적지않은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어찌됐든 이번 거래를 받으면... 경영권 분쟁을 겪은 조원태 회장은 확실히 승기를 거머쥔다. 산은이 제 아무리 "우리는 어느 주주의 편도 들지 않습니다"라고 선언해본들 상관없다. 산은이 한진칼 증자로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조원태 회장 편들어주기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니 자연스레 의구심이 생긴다.
'백기사 효과'가 없었다면 조원태 회장이 선뜻 아시아나항공을 사겠다고 용인했을까. 산업은행도 이걸 감안해서 한진칼 증자 카드를 던져주고, 대신 골칫덩이 아시아나항공을 가져 가라 한 것 아닐까. 산은과 조원태 회장은 "우리가 그런 의도로 딜을 한게 절대 아닙니다"라고 몇번이나 강조하지만....그들 모두에게 그런 '떡고물'이 생기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본인들이 제안한 거래임에도…실패하면 '법원탓ㆍ언론탓ㆍ주주탓'
이 과정에서 점입가경인 것은… 이런 논리를 종용하고 강요하는 국책은행장과 한진칼의 태도다.
"대한민국 산업. 재벌 지배 안하는 산업이 있는가. 모든걸 재벌이 지배한다. 구조조정할때 재벌을 제외하면 누구랑 하는가"
"여당의원님들이 왜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에 국책은행이 자금을 넣느냐고 하시는데. 여당의원님들의 그런 말씀 유감스럽고 안타깝다. 그분들이 정확한 판단을 하도록 돕겠다"
"제발 쓸데없이 종사자 불안 야기하는 주장을 언론에서 삼가주길 바란다. 신중하게 국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며 기사를 써라."
"내가 김석동 이사회 의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거래를 진행했다고 기사를 쓰던데..악의적인 오해유도가 있다. 반드시 법적조치하겠다. 내 명예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이 문제를 바라보지 말라."
"경영권분쟁이 본질인것처럼 KCGI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것이 유감스럽다. 굉장히 무책임한 처사다."
"남의 돈 가지고 제 돈 한푼 안들인 사모펀드 대표에게 무슨 책임을 묻느냐"
"이번 합병의 필요성을 법원에서 합리적으로 인정해 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하지만 빅딜이 무산되면 많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 어떤 근거없는 의혹제기와 비난에 대하여도 의연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 (산업은행 보도자료)
"법원이 신주발행가처분을 받아들이면 대안이 없다. 인수 무산의 모든 책임은 KCGI에게 있다" (한진칼 보도자료)
"통합후 그럼 인적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냐" (한진칼 보도자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형태의 거래를 본인들이 제안해놓고서....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창안된 이른바 순수하고, 도덕적이며, 무결점의, 유일무이한 대안처럼 강요한다. 여기에 제기되는 비판이나 의구심은 '근거 없고', '항공업 종사자들의 불안을 야기하며', ' 악의적이고', '법적조치가 필요한'…논란이 된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걱정을 하더라도 그것조차 '잘 몰라서 하는 반대'이니 제대로 된 판단을 하도록 도와드려야 한다고 말한다. 삼권분립이 엄연한 국가에서 국책은행장이 법원의 판단에 대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에둘러서 협박하는 모습까지 내비친다. "내 제안에 반대하는 자 모두 앞으로 나오라. 너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망하기를 바라느냐".
이동걸 회장의 '나만 옳다' 혹은 '내로남불'식 화법과 교조주의적 접근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발표할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근로자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노조가 제시하라"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반복된 낙하산 인사와 방만한 경영감시로 무려 13조원을 날려먹고 대우조선을 저 모양으로 만든 게 사실 산업은행인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이동걸 '교수'의 차이)
그렇다고 일자리를 잃을 걱정에 격해진 대우조선 노조를 이동걸 회장이 면담 한번 제대로 한적이 있느냐면…그것도 아니다. 거제를 찾아가 노조에게 시달린 것은 항상 최대현 부행장이었다. 정작 이동걸 회장 본인은 노조 앞에 얼굴 한번 제대로 비친적이 없다.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조직의 리더들 수준이 원래 이렇지 않았다. 98년 외환위기 당시 때는 금융감독위원장이 명동성당 앞을 장악하며 살벌한 천막 농성을 벌인 금융노련위원장을 찾아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그 자리에서 인력감축까지 받아들이게 담판을 지었다. 그깟 양복 찢기고 계란 좀 맞는 걱정 따위 안중에 없었다.
정치적인 해석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렇게 항공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처리는 계약을 맺고 처리여부를 1년이나 질질 끌다가....갑자기 번갯불에 콩볶듯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 발표됐고 정치권이 시끌해졌다. 부울경 지역 달래기와 선거 대비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동시에 그날 오후 양대 국적항공사 통합 이후 큰 먹거리로 부상할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통합정비회사 설립이 거론됐다.
곧바로 사천에서는 항공우주산업 자회사가 대대적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방송사ㆍ신문사를 초청, "민간항공기 정비사업으로 먹고 살겠다"는 꿈을 발표했다. 통합정비회사 본사 위치를 두고 여당의원들끼리 '인천이냐, 사천이냐'며 먹거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타항공 사태로 여권의 도덕성 상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저가항공사(LCC) 통합방안이 발표되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를 연일 도마 위에 올리고 '기업규제3법'을 추진하던 정부였는데..... 한진그룹에 대해서만큼은 국책은행장이 나와 "재벌과 구조조정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식의 발언을 내놓는다.
'이동걸 회장은 자본시장의 추미애' (고려대 경영학과 이한상 교수 중앙일보 인터뷰)라는 표현이 업계에선 연일 화제다. 이 표현이 공감을 얻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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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25일 09:42 게재]
대한항공 증자 아닌, 한진칼 증자에서 모든 문제 발생
산업은행도, 조원태 회장도 윈윈구조는 반박 어려워
거래 불가피성 강조하면서 실패 책임 법원ㆍ언론ㆍ주주탓
산업은행도, 조원태 회장도 윈윈구조는 반박 어려워
거래 불가피성 강조하면서 실패 책임 법원ㆍ언론ㆍ주주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