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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들이 분할과 합병을 통한 조직개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SK그룹의 신성장 산업 전략, 한화·두산그룹의 비주력 사업 정리 등 굵직한 거래에서 분할의 쓰임새는 예년보다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계열사 상장을 앞둔 카카오나 새로운 주력 부문 마련에 나선 GS그룹은 합병이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에 영향력이 강한 두 형태의 거래들은 내년도에도 한층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복잡한 변수의 연속이었다. 연초 터졌던 코로나 사태는 전반적인 시장 침체를 불러오며 주가와 실적을 모두 떨어트렸다. 이는 곧 '언택트'로 불리는, 새로운 혁신 기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기업 수장과 기관들이 앞다퉈 강조한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경영은 실질적인 성과지표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배터리·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 분할…외면받는 사업은 '솎아내기'
분할은 필수적 선택이었다. 인큐베이팅(초기육성)이 끝난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워나가기 위해선 자본시장을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 미래의 수익을 예단하기 어려워진 경영환경은 결단을 부추겼다. LG화학(배터리사업부)·SK텔레콤(모빌리티사업단)·대림산업(석유화학사업부) 등 우량한 분할 거래들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분할은 뜨거운 감자였다.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반발이 있었지만 '배터리'라는 LG그룹 신성장 산업의 상징성이 돋보였다. 이미 존속법인인 LG화학의 기업가치에 과반영된 기대감이 논란을 불렀지만, 실상 연간 3조원 상당의 설비투자(CAPEX) 금액을 현재 구조에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달 1일 분사한 LG배터리솔루션은 증권가에서 자금유치를 통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70만원을 넘어선 8월까지만 해도 LG화학의 기업가치는 업계 1위 CATL의 PBR(12배)과 비교하면 4분의 1에 불과했다"라며 "현재는 격차가 더 벌어졌는데, 배터리 사업이 LG화학 안에 있어 저평가된다는 측면에서 분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최근 미국 IBM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강화를 위해 IT인프라 사업부 분사를 결정했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분할 발표일을 “회사를 재정의하는 날”이라고 수식하기도 했다. 지주사 설립의 일환으로 미래 주력 부문을 분사한 대림산업이나, 우버의 투자유치를 받아 모빌리티 시장 재편을 노리는 SK텔레콤 역시 올해 기업들의 전략과 부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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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력 사업부문은 과감히 배제하는 분위기다. 주요 기업은 분할을 통해 코로나로 위축된 재무여력을 방어하거나, ESG투자 기조에 어긋나는 사업부를 발빠르게 정리했다.
한화와 두산의 거래들이 돋보였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한화가 보유하고 있던 분산탄 사업을 매각했다. 대량 살상 무기인 분산탄이 ESG 측면에서 국제사회와 기관들의 기피 대상으로 떠오르자, 물적분할과 매각을 단행했다. 한화솔루션을 필두로 한 그룹의 ESG 기조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두산그룹은 ㈜두산 내부 사업부인 모트롤BG를 분할해 매각했다. 두산은 유동성 위기를 겪던 와중 코로나 사태의 직격타를 맞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3조6000억원을 지원해야 할 정도로 위기였다. 지난달 물적분할된 모트롤(4530억원) 매각과 지난 7월 두산솔루스(6986억원) 거래 등을 포함해, 올해 두산은 채권단에 제시한 '3조원 자구안' 중 2조원가량을 달성하며 숨통이 트였다. 그룹이 미래의 주력 부문으로 꼽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신설지주로 비주력 계열을 분할하고 통신·전자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LG그룹의 거래들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LG 측은 지난달 분할을 공식화하며 "존속회사 ㈜LG의 핵심사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에쿼티스토리 중심 되는 합병…승계·계열분리 활용 가능성도
합병은 보다 미래를 내다본 포석으로 쓰였다.
카카오와 SK그룹은 상장을 검토 중인 계열사의 거래가 두드려진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이 이뤄지면 웹툰, 음악 등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이 한 회사로 모이게 된다. SK인포섹은 LSH(ADT캡스 모회사)와 합병했는데, 지난 2018년 ADT캡스 인수 과정에서 지분 45%를 확보한 맥쿼리·케이스톤 등이 상장의 수혜를 보다 많이 받을 수 있게 됐다. 공통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사업부 간 연계성을 높이고, 공모 시장에서의 관심도를 환기하는 효과가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합병을 통해 기업규모를 키우는 것은 다른 이유보다 시장의 주목을 이끄는 데 유리하다”며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에서 제시할 내용이 많아지고, 이는 곧 유동성 장세에서 더 많은 실익을 갖출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GS그룹과 한화그룹, 한국타이어그룹의 계열사간 합병은 그룹 주력 부문으로 발돋움하려는 '몸집 키우기'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GS홈쇼핑 대표를 지닌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GS리테일-GS홈쇼핑 합병을 통해 그룹 내 유통부문이 정유·에너지만큼 중요도가 커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GS그룹 유통부문은 이번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 실탄을 확보하고, M&A를 검토하기도 유리해졌다. 한화그룹 승계 1순위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승계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고 한화솔루션의 한화갤러리아 합병도 그 일환으로 꼽힌다. 계열분리를 위해 타이어 사업 이외의 규모 성장이 절실한 한국타이어그룹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아트라스BX 합병을 통해 향후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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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 개정안 국회 통과…내년 더 늘어날 구조개편
내년에는 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 재·개정안이 통과하며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 중심으로 다수 그룹이 지분 매각과 분할·합병에 나선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올해 기준 210개사에서 최대 598개사로 확대한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향후 상장 여부와 관계 없이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와 지분 50% 이상을 초과보유한 손자회사는 모두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해당 기업은 지분 매각을 통해 불확실성 해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정안으로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의선 회장(23.29%)과 정몽구 명예회장(6.71%)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약 30% 중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정성이 이사가 이노션 지분 10.3%를 매도해 총수일가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춘 적이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승계 및 지배구조 문제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만큼 전면적인 개편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재·개정안의 여파가 기업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사업환경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 중이던 기업으로선 녹록지 않은 환경이 펼쳐진 셈이다.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미래사업 적응과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변신'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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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15일 07:00 게재]
올해 LG화학·SK텔레콤 등 굵직한 분할 줄이어
비주력 정리한 한화·두산, 재무여력·투자 매력 노려
카카오·GS 등 상장·계열분리用 합병도 가속도
불확실성 '선제 결단'…내년에도 거래 증가 전망
비주력 정리한 한화·두산, 재무여력·투자 매력 노려
카카오·GS 등 상장·계열분리用 합병도 가속도
불확실성 '선제 결단'…내년에도 거래 증가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