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기 분주한 빅히트, 관리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
입력 20.12.29 07:00|수정 20.12.31 07:44
글로벌 엔터사 표방 빅히트, ‘레이블 수집’ 본격화
외형 급격히 성장하는데 관리 시스템 구축은 의문
인력 영입 늘며 내부 갈등 늘어…외부 평판도 박해
  •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작년부터 잇따라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분주하다. 사세는 급격히 키웠는데 끌어모은 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외부 인력을 적극 끌어모으면서 발생하는 중복과 비효율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도 과제다. 빅히트는 앞으로도 확장 행보에 나설 계획이라 하루 빨리 관리 시스템을 다지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빅히트는 작년 걸그룹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을 인수했고, CJ ENM과 합작 레이블 빌리프랩을 설립했다. 올해는 보이그룹 세븐틴이 있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코의 소속사 KOZ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빅히트는 표면적으론 ‘아티스트 다변화’ 효과를 얻게 됐지만 그보다는 방탄소년단(BTS) 이후 확인되지 않은 ‘프로듀싱 역량’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는 시각이 있다. 자사의 프로듀싱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 육성하고 상품화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꾸리려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 가장 빠른 해결책은 업력이 긴 대형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몇몇 아티스트에 기대지 않고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는 회사는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사 뿐이다. 빅히트가 1조원에 달하는 상장 공모 자금을 바탕으로 대형 M&A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었다. 다만 빅히트의 아쉬운 점이 드러난 상황에선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방시혁 빅히트 의장은 앞으로도 레이블을 확장해 가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처럼 중소형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외연은 넓어지는데 이를 아우를 역량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글로벌 엔터기업으로 가기 위한 외형은 갖춰 가지만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고, 내부 교통정리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진 빅히트가 곧 BTS였다. 아티스트 발굴에 공을 들인다지만 여전히 거의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이 BTS에서 발생한다. 빅히트는 자연히 BTS의 후선 지원 역할에만 집중하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하게 여러 회사들이 덧대지니 관리하기 벅찰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빅히트와 인수한 레이블 간 중복 업무에서의 비효율은 피하기 어렵다. 빅히트는 관계사의 공통 기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BA(Business Accelator) 관리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10월말 기준 빅히트와 관계회사들의 직원 수는 950명으로,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빅히트 자체 직원만 해도 313명(7월말 기준)으로 기존 빅3인 SM(473명, 9월말 기준), YG (329명), JYP(235명)에 밀리지 않는다.

    구인구직 플랫폼에는 빅히트 관련 채용공고가 수 십건 올라와 있는데, 채용 시장에서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내세울 상품은 하나뿐인 회사가 과도한 지원 요건을 설정해놨다는 지적도 보인다.

    빅히트는 작년부터는 상장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두고 변호사 등 전문 인력 영입에도 열을 올렸다. BTS '팬심'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인사도 있지만, 빅히트의 후한 영입 조건이 이적의 큰 동기였을 것이란 평가다. 일반 채용의 경우 지원 문턱이 높고 처우는 박한 반면, 영입의 경우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심을 후하게 쓴다는 것이다.

    지금의 빅히트로 키운 것은 회사 초기부터 함께 한 직원들인데, 이제는 외부 인사들의 비중과 입지가 높아진 상황이다. 옛 직원들 입장에선 회사에 애정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펴기 시작한 후 익명 게시판에서는 혁신을 꾀하기보다 대기업의 고리타분한 면만 닮아간다는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한 엔터 업계 관계자는 “엔터업은 워낙 사람 중심의 비즈니스라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빅히트처럼 1년 새 급격히 커진 경우 내부 갈등은 언제나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빅히트의 상장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방시혁 의장(15년 7개월)과 윤석준 글로벌 CEO(10년 7개월) 등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임원의 재직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빅히트는 원래도 관리자 조직이 무거운 편이었는데,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와 인력 구성이 급격히 바뀌고 있어 새로운 조직 문화를 덧입히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빅히트의 레이블 수집 전략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내부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빅히트가 레이블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한다지만 일정 부분 관여를 하지 않을 순 없다. 레이블의 프로듀싱 역량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얻는다는 것인데 빅히트의 문화와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람을 붙들어두기 힘들다. 즉 '멀티 레이블' 전략이 공허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부 레이블에선 빅히트의 관리 방식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이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