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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VC) 시장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지만 투자심사역(이하 심사역)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심사역 한 명이 담당하는 피투자기업만 최대 30~40개 정도인데다 새로운 투자대상 기업도 발굴해야 한다. 반면 스타트업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심사역들이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소개시켜주거나 시리즈별 후속투자 유치를 지원해주는 등 사후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VC 시장의 규모는 크게 증가해왔다. 2016년 10조원 수준이었던 운용규모는 2017년 20조원, 2018년 24조원, 2019년 27조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렸고 2020년 3분기에만 29조원을 기록했다. 최근 정부가 3000개 벤처·스타트업에 복합금융 3조원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추가로 밝힌 만큼 올해도 벤처캐피탈 시장 규모 확대가 기대된다.
투자재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VC 심사역들은 충분히 수혈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8년 1006명이었던 VC 심사역 인력 수는 2019년 1124명으로 11.72% 늘었다. 그간 한 자릿수를 유지하던 투자심사역 수 증가율이 4년만에 10%대를 기록한 유의미한 현상이다. 그러나 투자재원 증가 추이에 비하면 이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이다. 최근 3년(2017~2019년) 동안 투자재원 규모 증가율 평균은 17.35%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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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역들의 업무 가중도 심해지고 있다. 심사역 1명당 담당한 기업이 다수라 관리 자체도 어려운데 이에 더해 투자재원을 소진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처 발굴도 이어가야 한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하우스(VC)마다 투자처나 사정이 다른 까닭에 심사역마다 담당 기업 수가 다르긴 하다"이라며 "영화 등에 프로젝트 투자를 많이 하는 하우스는 담당 프로젝트 및 기업만 30~40개씩 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심사역들에게 사후관리도 요구하고 있다. '다양한 조력을 제공할 수 있는 투자자가 일종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말이 창업자들 사이에서 조언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자에 비해 아직 부족한 부분은 투자 후의 조력 부분"이라며 "비즈니스 네트워킹과 후속 투자유치 지원, 이 두 가지 정도는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스타트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변호사들도 VC 심사역의 역할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만 보고도 암이 어디에 위치한 것인지 판명하는, 한 스타트업의 기술을 타 기업의 장비에 탑재시킬 수 있도록 관련 VC 심사역이 중간 역할을 맡았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라며 "벤처기업들이 커갈 때 파트너들을 잘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사역들은 해당 요구에 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유용한 것만 취하려고 하는 데 볼멘소리를 낸다. 재무팀을 중시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달리 투자 초기 단계인 국내 스타트업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물론 재무팀조차 사내에 두고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시리즈 B, C 이상은 돼야 심사역의 요구를 통해 구색이 점점 갖춰지는 편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국내는 테크(Tech) 관련 스타트업 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아이디어나 기술 위주로 운영이 되다보니 임원들의 세무나 회계, 법무 여력도 크게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자의 조력을 언급하기 전에, 국내 스타트업의 취약한 백오피스(Back Office) 기능부터 돌아봐야 한다"라며 "통상 VC들은 피투자 기업들의 재무 역량을 꾸준히 살피기 위해 계약서에 3개월마다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라 표기해두는데 CFO조차 없는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이어서 제때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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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19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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