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홈플러스리츠 상장 재추진 안하기로
입력 21.01.22 14:48|수정 21.01.22 14:48
임일순 대표 사임 후 자본시장 전문가 물색설
이미 실패한 거래…국토부도 상장 철회에 불쾌
리츠보다 점포 매각이 이익...MBK ”리츠 안한다”
  • 홈플러스가 홈플러스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을 재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한때 자본시장 전문가를 새 대표로 초빙해 리츠 상장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있었으나 이를 반박했다.

    지난 7일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사의를 밝혔고 이후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임 대표 후임 인선 작업에 돌입했는데, 이때 일각에선 자본시장 전문가를 모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새 대표는 온라인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유통 전문가로 뽑을 계획이며 홈플러스리츠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홈플러스 점포들을 기초자산으로 리츠를 상장하려 했다. 최대 1조7000억원을 조달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쓸 계획이었다. 당시 리츠를 추진하며 국토부로부터 자산관리회사(AMC, 한국리테일투자운용) 설립을 인가받았다. 자산을 유동화하면서도 매장들에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초대형 리츠였던 데다, 근로자 고용 문제들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국토부는 여러 차례 MBK파트너스와 국내외 주관 증권사들을 불러 거래 종결 여부를 물었다. 당사자들은 무조건 상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유통업 실적 악화, 투자자 모집 난항 등 문제로 일정이 미뤄졌고, 결국 상장 이틀 전 계획을 철회했다. 국토부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부가 민간의 거래 실패를 감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AMC 설립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홈플러스리츠는 시장이 이미 한 번 등을 돌린 전략이기도 하다. 상장을 하려 해도 투자자가 모일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리츠 실패는 MBK파트너스가 규모를 무리하게 키웠던 이유도 있지만, 리츠의 주체가 사모펀드(PEF)라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PEF가 이미 단맛을 봤는데, 리츠에 투자해 추가 회수까지 지원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는 투자자들이 있었다.

    한 국토부 출신 자산시장 전문가는 “허가를 내주는 국토부 입장에선 홈플러스리츠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실패했다”며 “MBK파트너스가 리츠를 검토한다 해도 국토부 승인을 받는 AMC 설립 방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가 MBK파트너스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할 지도 의문이다. 리츠는 결국 홈플러스 인수금융 상환을 위한 수단이었는데, 부동산 자산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며 차입금 부담이 크게 줄었다.

    작년 매각한 대전 둔산점, 경기 안산점만 해도 각기수천억원대에 거래가 완료됐다. 모든 점포들이 이처럼 요지에 위치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 수요는 많은데 땅은 없고, 시행사들의 자금은 넘치는 상황이라 홈플러스 점포 재개발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목좋은 지점 몇 곳만 팔아도 목돈을 쥘 수 있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리츠 무산 후 고육책으로 2조원대 인수금융 차환을 결정했다. 워낙 점포가 비싼 값에 잘 팔리다 보니 1년여 만에 벌써 40% 정도를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담보대출’ 상환을 넘어 출자자(LP) 배당도 가시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