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야구단 인수가 불만인 애널리스트들
입력 21.01.28 07:00|수정 21.01.28 13:28
이마트 야구단 인수, 유통기업의 인수는 이례적
IR조직은 쇼핑과 스포츠 시너지 강조하지만
"호재보단 악재에 가까워 인수 코멘트 내기가 고민"
  • 신세계그룹은 이번 SK와이번스 인수로 KBO 신규 회원이 됐다. 유통기업의 야구단 M&A는 이례적이다 보니 인수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인수 이후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쇼핑에 스포츠를 결합해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진화시키겠다는 계획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마트의 M&A 가능성은 큰 관심을 끌었다. 신규 플랫폼이나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았고 실제로 진지하게 인수를 검토했던 매물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정용진 부회장의 선택은 뜻밖이었다.

    시장도 이에 즉각 반응,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 실익을 재기 시작했다. 이마트를 담당하는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인수 코멘트 발표를 위해 해당 딜이 호재인지 악재인지 분석에 들어갔다.

    이마트 IR팀은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야구단과 유통기업과의 시너지를 특히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야구경기가 열릴 때 식품과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접목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몇몇 증권사는 "오프라인 플랫폼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체험 기능을 기존 유통 채널과 결합하면 시너지는 막대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호응하기도 했다.

    '코에 걸면 코걸이식 방안이 아니냐'며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IR 자료에 기반해 인수 코멘트를 작성하기엔 한계가 있어 판단을 유보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들은 이마트의 이번 결정에 대해 "성급한 판단은 무리겠지만 현재로선 시너지도, 수익화도 안 보이는 딜(Deal)"이라 평가했다.

    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엔 '지금 같은 중요한 시기에 이 투자가 과연 맞느냐'는 물음에서 비롯됐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유통업계 내 무서운 속도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이마트도 신사업 투자가 절실해졌지만 야구단 영역 투자는 최선의 선택지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수십조원의 부채가 있는 상황에서 이미 적자에 시달리는 사업부를 인수한 만큼 향후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도 함께 지적된다. SK와이번스는 최근 2년간 적자를 기록, 향후 그룹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물류 인프라 구축에 힘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야구단 인수가 본업 경쟁력에 어떤 이득이 될지 감이 안 잡힌다. 이마트 2개 점포를 출점하는 수준의 비용 규모인데 과연 이 시기에 이같은 투자가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칭 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론트도 고용이 승계되는데 연간 운영비만 400억~500억원이 예상된다.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비우호적인 입장"이라 말했다.

    투자 심리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야구단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잠시 오름세를 보였던 이마트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주 이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이 기업 M&A를 취미생활로 활용하는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정용진 부회장은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적극성을 보이지만 한편으론 매번 콘셉트에만 충실하고 뒷심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야구단 인수도 새로운 시도임엔 분명하지만 본업과 시너지를 내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주주이익에 침해가 갈 경우 개인의 취미에 가까운 성격의 사업을 사재가 아닌 기업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