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상무 VS 박찬구 회장…금호석화 예고된 분쟁 결국 발발
입력 21.01.28 14:44|수정 21.02.01 08:56
고(故) 박정구 회장 장남 박철완 상무,
한때 금호 적통(嫡統), 현재는 사촌에 밀린 '비운의 왕자'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 ‘해소’
금호석화에 주주제안, 배당확대·이사교체 내용 전망
주총서 표 대결시 지분 매입 나선 IS동서 연합 가능성도
  •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결국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 그리고 박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화의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의 구도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 최근 IS동서의 지분 매입 등 박 상무가 금호석화의 경영권을 노릴만한 개연성 그리고 가능한 전략적 시나리오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철완 금호석화 고무해외영업담당 상무는 27일 기존에 특수관계인으로 묶여있던 박찬구 회장과 일가친척들과 지분 공동보유와 특수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더불어 금호석화 측에 법률대리인을 통해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배당 확대 및 이사 교체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호석화 측은 “박 상무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주주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확인 중이다”고 밝혔다.

  • 박철완 상무는 금호그룹의 2대 회장이었던 고(故) 박정구 회장의 장남이다. 형제경영의 시초였던 금호그룹은 2002년 박정구 회장이 작고하자 3남 박삼구 회장이 그룹을 장악하면서 공동경영 체제가 무너졌고, 금호석화는 2015년 말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금호그룹과 완전히 계열분리 했다.

    2002년 박정구 회장의 이른 작고로 당시 24살이던 박 상무의 입지는 애매해졌다.  박 상무가 아시아나항공에서 근무할 당시 금호그룹 형제의 난이 발발했고,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사이에서 고심하던 박 상무는 결국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화에 몸담게 된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정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고, 일부 주요주주의 지분을 인수한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화의 지분10%를 확보한 최대주주이다.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작은 박찬구 회장 입장에선 조카임과 동시에 늘 견제의 대상이기도 했다.

    금호석화의 최대주주, 공동경영 합의에도 불구하고 박철완 상무의 입지는 그리 크지 못했다. 2010년 동시에 상무로 승진한 박찬구 회장의 장남이자 동갑내기(1978년생) 사촌인 박준경 전무만 지난해 승진인사에 이름을 올린 사건은 박 상무의 그룹 내 입지를 대변했다.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전무 그리고 박철완 상무의 대결 구도 가운데서 또 주목해야 하는 인사는 박주형 상무이다. 박 회장의 딸인 박주형 상무는 지난 2015년 경영에 참여했고, 지분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최근 금호석화의 금호리조트 인수와 박주형 상무의 향후 경영 방향성을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박철완 상무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기 시작한 시점도 박주형 상무가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무렵이기도 하다.

    분명한 사실은 박준경 전무와 박주형 상무의 경영 승계 스토리가 차곡차곡 쓰여지고 있지만, 한 때 그룹의 적통(嫡統)으로 평가받고, 현재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철완 상무,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 모두 회사 경영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후계구도가 명확해지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실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작은 박찬구 회장은 때문에 꾸준히 박 상무와 절연하는 방안을 꾸준히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등장했을 당시 경영권 인수를 심도있게 검토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론 박 상무가 보유한 금호석화 지분과 금호석화가 보유하게 될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 등이 제시되기도 했다. 박 상무는 2006년 아시아나항공에 과장으로 입사해 전략팀에서 부장으로도 근무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안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박삼구 회장 일가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결론적으론 성사되지 못했다.

    금호석화 사정에 정통한 한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끊임 없이 박 상무와 절연 전략을 세웠으나 결론적으로 성사된 사례가 없다”며 “지난해 아시아나인수 실패와 승진 인사 당시 박 상무가 배제된 이후부터 언제든 경영권 분쟁이 터질 가능성이 상존해 있었다”고 했다.

    박 상무가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확대 및 이사진 교체를 주장했다면 당장 올해 정기주주총회서부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할 가능성이 높다.

    금호석화의 정관상 이사회의 정원은 최대 10명이다. 현재는 사내이사 3명(박찬구 회장·문동준 대표이사 사장·신우성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가운데 문동준 대표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된다.

    박 상무 본인 또는 본인이 추천하는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선 주주총회 일반결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박철완 상무가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박찬구 회장(6.69%), 박준경 전무(7.17%), 박주형 상무(0.98%)의 지분률 합에는 다소 못 미치기 때문에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현재 공개된 주요주주는 국민연금(8.16%)이 유일하다. 최근엔 권혁운 회장이 이끄는 IS동서가 금호석화의 지분을 일부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혁운 회장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고 있는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IS동서는 현재까지 의결권 향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만한 지분율을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IS동서 법인 외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다른 주체가 지분 매입에 나섰다면 주총 전까지 지분율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상황에선 박철완 상무와 IS동서의 연합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금호석화 측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내놓진 않은 상태다. 추후 박철완 상무 측의 공식 발표와 맞물려 회사 측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