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왜 거래하는 딜(Deal)마다 시장의 '원성'을 살까
입력 21.02.01 07:00|수정 21.02.03 09:58
올리브영 매각하면서 인수후보들 냉랭
"자료도 제대로 제공않고 고압적인 태도"
회사 측은 반발 "충분히 제공했다.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수년간 담당 거래마다 그룹 평판 엉망돼
  • 최근 국내서 활동하는 사모펀드(PEF)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된 거래는 CJ올리브영 지분매각이다.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 점유율 1위인 '올리브영'에 투자하려고 글로벌 및 국내 PEF들의 경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차남인 이상호 대표가 이끄는 글랜우드PE가 지분 25%를 약 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낙점됐다.

    이번 매각은 처음부터 그룹 후계구도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구도로 마련됐다.  CJ올리브영 지분 가치가 올라가야 승계자금 마련이 유리해지고 CJ올리브영에 투자하는 PEF도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자연스레 후보들로서는 "얼마나 수익을 보장해줄 것이냐"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매각 초기부터 잡음이 흘러나왔다. 요체는 "CJ에서 재무적 투자자(FI)에 대한 수익보장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그저 믿고 투자하라'는 태도로 일관한다"는 점이었다.

    매각이 진행될수록 시장 참가자들의 원성이 커져 갔다. 수천억원의 투자유치 과정에서 회사 관련 데이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초적인 데이터를 제공했을 뿐 정작 투자 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는 제공되지 않았다" ,  "회사 측이 올리브영의 온라인 확장가능성을 투자포인트로 내세웠지만 관련 데이타는 요청해도 무시했다",  "필요한 데이터는 모니터로 받아적으라고 할 정도로 비협조적이었다",  "회사의 내부 데이터 자체를 아예 수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회사 측 데이터를 믿을 수 없으니 투자 판단조차 어려웠다" 등이었다.

    이런 평가에 대해 CJ그룹은 "PDR(Physical Data Room)을 개방해서 4차례에 걸친 서면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등 핵심적인 영업기밀을 제외하고는 투자 결정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충실히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올리브영 대표이사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에 나서는 등 딜에 최대한 성의있게 임했다"라고 밝혔다. 제공되는 데이터에 대해 묻자 "매출ㆍ영업이익을 위시한 기초 데이타가 모두 제공됐으며 점포별 수익성 관련자료를 모두 공개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투자 관련 정보 이외에도 매각 담당팀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거래를 하는 담당팀의 고압적인 태도가 마치 본인들이 삼성그룹이나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라는 평가에서부터 "담당자들이 M&A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다보니 인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부정리도 되어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을 대상으로 투자유치에 나섰으면 그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없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종합하면 "CJ그룹이 투자유치를 하면서 완연한 '갑질'을 하고 있더라. 데이타를 구하려면 아쉬운 후보들이 해야지 우리가 왜 알려주어야 하느냐는 식이었다" 는 내용이었다.

    물론 첨예한 이해관계가 오가는 투자유치 과정에 어느 한쪽 얘기를 듣고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 투자에 실패한 인수후보들의 원성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 프로페셔널들이 참여하는 딜에서 거래가 끝난 후에 이 정도로 불만이 제기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유야 어쨌든 적어도 CJ는 이번 거래로 시장의 '신뢰'는 확실히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그룹 '평판 위험' (Reputation Risk)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하물며 다른 거래도 아닌, 그룹 후계자 승계와 직결된 민감한 거래였다. 협상에 참가한 인수후보들도 어중이 떠중이 2, 3류 펀드들이 아니라 한국은 물론, 글로벌에서도 이름값을 하는 내로라하는 후보들이었다. 이들과의 관계는 당장 이번 거래 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에서 자본유치를 원할 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CJ로서는 어차피 승계를 위한 마이너리티 지분 거래다보니 '조용히' 투자해 줄 곳을 찾는 형국인데... 숫자와 자료 제공을 꼬치꼬치 요구하는 후보들이 귀찮게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랬다면 처음부터 조용히 수의계약을 진행할 곳을 찾는 방법도 있는데, 또 매각가는 높이고 싶으니 경쟁입찰은 포기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번 거래는 CJ그룹의 '관재팀'(관재실)에서 진행했다. 회장 직속으로 분류되는 이종화 CJ(주) 부사장이 담당임원인데, 그 또한 관재팀 출신이다.

    사실 관재팀은 정식 팀 이름은 아니다. 그룹 내에서는 CJ전략기획팀 내부의 관재파트를 일컫는다. 다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관재팀'이라고 불리고, 오너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알려진다. 비선조직이다보니 차명주식과 차명재산을 관리한 내역들도 외부에 공개된 바 있다. 따져보면 현재 CJ(주)의 경영진도 비서팀 출신 등 최측근들이 담당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CJ에 대한 원성이 올리브영 거래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CJ그룹은 거래하는 딜(Deal)마다 시장에서 뒷얘기를 남겼다.

    계열사나 사업부 매각을 하면서 '한다', '안한다'를 반복하는 일만 수차례였다. 작년 5월 뚜레쥬르 매각 부인공시를 낸지 3개월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요 계열사 매각 건을  '임기응변'식으로 수개월만에 결정한 게 아닌 이상 시장을 무시했다는 의미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제일제당 사료사업부 매각은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주관사로 선정, 인수후보에 투자안내서(Teaser Memo)까지 배포했는데 정작 보도가 나가자 "매각 안한다"며 부인하기 나섰다.

    올리브영 매각도 과거 몇차례나 인수후보들의 의사를 타진했음에도 불구, 부인한 것이 수차례였다. CJ CGV는 매각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살 곳이 없어 못 하는 형국인데도 태연스럽게 매각가능성을 반박한다. 이러다보니 투자업계에서 CJ그룹이 '양치기 소년'으로 인식된지 오래다.

    거슬러 올라가면 CJ대한통운이 2017년 베트탐 물류회사 제마뎁(Gemadept)을 인수할 때도 이런 모습이 드러났다. 당시 최은석 부사장 (현 CJ제일제당 대표) 쪽에서 이 거래를 맡았다

    그리 대단한 비밀이 아님에도 불구, 이를 본인들만이 알고 있는 엄청난 비밀처럼 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과의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현재 그룹 상황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게 만든다.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비일비재했다.

    2018년 미국 쉬완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JKL파트너스를 초청했다가 하루만에 "투자하지 말라"고 번복한 일은 여전히 회자된다. 당시 주요기관투자가(LP)들은 미국 현지 실사까지 갔다가 순식간에 투자기회를 박탈당했다. 이들의 CJ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못믿을 회사"로 남아 있다. 해외 극장체인을 위시한 몇몇 거래에서도 FI들에게 어떤 종류의 풋옵션이나 수익보장 장치도 제공하지 않고 "믿고 따라와라"라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유명하다.

    사실 CJ그룹의 M&A 실력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11년 포스코를 제치고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CJ그룹은 적극적이고 뚜렷한 전략을 내세우는 M&A부문 강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탄탄한 자금력과 명쾌한 방향성이 IB와 PEF사이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현재 CJ가 딜을 할때마다 시장에서 평판을 깎아먹는 이유는 그 사이 실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아니면 '자만심'에 빠졌거나 둘 중 하나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의 자본시장은 규모도, 플레이어도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제한된 시장에서 깎아먹은 평판들은 결국 그룹에게도, 그리고 오너 일가에게도 독(毒)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