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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측은 연내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내부 검토를 진행중이다. IB 업계에선 이르면 2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 후 3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거쳐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있었다. 회사의 연간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콜은 오는 3일로 예정돼 있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과 이에 따른 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은 오래된 숙제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는 지난 2018년 SK그룹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했고, 지난해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부회장)에 선임되면서 중간지주사 전환 논의에 힘이 실렸다.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가 공격적인 M&A를 진행하기는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 중간지주사 전환에 대한 표면적인 이유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M&A를 진행할 경우엔 피 인수기업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SK텔레콤이 지주회사 지위를 획득하게 될 경우엔 SK하이닉스가 지주사의 자회사로 지위가 바뀌기 때문에 경영활동의 폭이 상당히 넓어질 수 있다.
또한 그룹 내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SK하이닉스의 유동성을 활용하기 위해선 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상 위치를 끌어올리는 게 현재 지주회사 입장에선 유리한 선택지라는 점이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주회사에 대한 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비율을 상향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022년부터 시행된다. 과거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20%(비상장사 30%) 이상 보유해야했다면 내년부터는 상장사 지분 30%이상(비상장사 50%)을 확보해야 한다. 연내 지주사 전환을 마치면 SKT는 SK하이닉스 지분율 20%를 유지하면 되지만 내년부터는 10%의 지분을 더 사들여야 한다. 현재 시가 기준 9조~10조원 수준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원스토어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줄줄이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 지분가치가 높아져 지주회사로 강제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연내 지주사 전환 논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결국 규제회피와 자금 소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지주회사 논의를 본격화해야하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지주회사 전환논의가 상당히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르면 2월 내 발표를 통해 공식화하고 연내 마무리 짓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전환 방식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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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을 사업부문(SKT MNO)과 투자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 그리고 ▲SK텔레콤의 무선사업부(SKT MNO)를 중간지주회사의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SK텔레콤의 인적분할 방식은 지난해부터 지속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과도 무관치 않다. SK텔레콤은 약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거의 마무리 했다. 인적분할한 사업회사의 자사주는 추후 지주회사로 귀속한다. 현재 SK텔레콤이 확보한 자사주는 약 12% 내외로 추후 인적분할이 완료하면 SK㈜는 분할한 SK텔레콤 사업회사의 지분 38%가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추후 SK㈜와 분할한 SK투자회사와의 합병도 고려대상이다.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직접 자회사로 두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향후 주가흐름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향후 인적분할한 SKT사업회사, 중간지주회사의 시가총액 변화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주주 입장에선 SKT사업회사의 시가총액이 증가하고, 중간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이 줄어 스왑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고, 이후 SK㈜와의 합병하는 것까지 대비해야 하는데 SKT사업회사의 시사총액 상승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인적분할의 경우 ‘자사주’를 활용한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한다. 사회적책임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SK그룹의 기조를 비쳐볼 때 상대적으로 잡음이 덜한 물적분할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투자자들도 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인적분할시 ▲SK텔레콤 형태 변화에 따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의 인가 이슈 발생 가능성 ▲인적분할 추진 시 주주총회 통과 부담 ▲대주주 공개매수 실패 위험 ▲대주주 지분 늘리기 논쟁 심화 등을 꼽는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의 유리한 새판짜기, 하이닉스의 이익을 SK㈜로 빼가기 등 시장에서 거론되는 노이즈를 종합할 때 SK㈜와 중간지주사의 합병 또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결국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며 물적분할 형태로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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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31일 07:00 게재]
이르면 내달 발표 가능성, 연내 추진에 무게
자사주 마법 활용한 인적분할, 싸늘한 여론은 감수해야
잡음 덜한 물적분할 방식 가능성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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