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딜 주도하는 네이버…국내 로펌들 "키맨 잡자"
입력 21.02.02 07:00|수정 21.02.01 23:08
외국계 로펌 선임하거나 독자 거래 나서는 네이버
추가 딜 기대하는 국내 대형로펌엔 '꼭 잡고 싶은 고객'
M&A 총괄 '키맨' 김남선 이사에 물밑 접촉 이어져
  • 네이버가 최근 굵직한 딜(Deal)을 주도하며 자본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외국계 로펌에 자문을 맡기거나 별도 자문사 없이 독자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선택받지 못한 국내 대형로펌 입장에서 앞으로도 공격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이 큰 네이버는 '꼭 잡고 싶은 고객'이다. 사내 M&A 담당 키맨(key man)을 포섭하기 위한 물밑 접촉도 눈에 띈다.

    그간 100억원 이하 수준의 스타트업 인수 및 소규모 지분투자에 주력해온 네이버는 최근 대형 규모 바이아웃 거래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국내 법률자문사에게 별도 자문을 맡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CJ그룹(6000억원 규모),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4100억원 규모)와의 지분스와프(교환) 및 제3자 유상증자 거래는 자문사 없이 독자적으로 성사시켰다. 네이버 역사상 첫 대형 바이아웃 딜인 왓패드(6630억원 규모) 인수에선 미국의 커크랜드앤앨리스(Kirkland & Ellis LLP)와 캐나다의 스티크맨엘리오트(Stikeman Elliott LLP) 등 외국계 로펌을 선임했다.

    향후 더욱 공격적인 M&A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만큼 자문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채와 자사주 등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해 적극적으로 M&A 및 전략적 제휴에 나설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국내 법률자문사 입장에선 M&A업계 내 존재감을 키우는 네이버를 상대로 가만히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게 됐다.

    최근 자문업계에 따르면 몇몇 로펌들은 네이버 M&A 키맨을 포섭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

    맥쿼리자산운용 PE총괄 출신으로 지난해 8월 영입된 김남선 이사를 포함 두어명이 네이버 M&A를 담당하는 실질 인력으로 파악된다. 김 이사는 맥쿼리PE에서 대기업 구조조정과 신성장산업 영역의 바이아웃 거래를 주도한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각 로펌에선 김 이사에 직접 접촉하거나 PE 주변 인맥을 동원해 자리를 만드는 식으로 물밑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네이버는 그간 국내 대형로펌에 법률자문을 자주 의뢰하는 주 고객사였다. 하지만 김남선 이사를 영입한 이후로 독자적으로 거래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접촉이 뜸해졌다는 평가다.

    M&A를 총괄하는 김 이사는 서울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해 크라바스 스와인 앤 무어(Cravath, Swaine & Moore LLP)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관련 노하우와 지식을 갖춘 만큼 대형펌 선정 이유를 크게 느끼지 못할 거란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자사주를 활용하는 등 비교적 거래구조가 간단하다 보니 사내 법무팀만으로도 어느 정도 리걸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는 30여명 규모로 사내 법무팀을 꾸리고 있다. 자회사별로 별도 법무조직을 두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들이 사내 모든 이슈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대형로펌 등에서 영입된 인재들로, 회사에서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웬만한 리걸 업무는 사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네이버가 국내 대형로펌에 '팽' 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네이버는 오랜 기간 김앤장에 법률 자문을 맡겨왔지만 지난 2018년 김앤장으로부터 '더 이상 네이버의 공정거래 업무를 못 하게 됐다'고 결별 통보를 받은 바 있다. 구글로부터 공정거래 업무 관련 전속계약을 요구 받은 김앤장이 네이버 대신 구글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로선 왓패드 사례처럼 외국계 로펌에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해외 바이아웃 거래 자문에 능통함을 앞세울 수 있다면 국내 자문사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M&A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지식재산권(IP)을 해외로도 확장시켜 모든 IP가 네이버를 통해 만들어지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상반기 중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의사도 있다고 공식화한 만큼 왓패드 이외에도 추가 해외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외국계 로펌에 이점이 있다고 여길 개연성이 있지만 IP에 능통하거나 해외 바이아웃 거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점을 앞세운다면 국내 대형로펌도 충분히 네이버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