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이 불 지른 국내판 '공매도와의 전쟁', NH證 "눈높이 낮춰야"
입력 21.02.02 15:09|수정 21.02.02 15:09
게임스톱發 반공매도 분위기 국내도 번져
공매도 잔고 큰 셀트리온 등 1일 주가 급등
NH證 "美 증시와 환경 달라 오래 못 갈 것"
  •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최근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공매매 반발 매수'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는 재연이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셀트리온을 비롯해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등 공매도 잔고가 크다고 알려진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국내 주식시장 숏스퀴즈 가능성 점검, 미국 상황과 다른 두 가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개인을 둘러싼 풍부한 증시 주변자금을 고려했을 때 향후 주식 매수 운동의 잠재력은 크지만 미국 증시만큼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연구원은 미국과 달리 한국 증시는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어 숏 스퀴즈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의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지난 1년여간 신규 공매도가 제한되면서 대차 비용 지속, 공매도 장기화에 따른 기회비용을 감수했을 투자자들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코스피와 코스닥의 공매도 잔고 비율이 각각 0.3%로 1년 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한 점도 배경으로 꼽았다. 남은 공매도 잔고조차 공매도 거래가 허용된 시장조성자 또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봤다. 이들은 이미 헤지(hegde;위험회피)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로, 현물 가격 상승에 따라 숏 스퀴즈를 유발할주체로 보기 어렵다는 게 노 연구원의 판단이다.

    또한 국내에서 공매도 잔고가 크다고 거론되는 셀트리온 등 주식 종목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은 미국에 비하면 낮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은 각각 6.2%, 1.6%, 1.5% 정도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미국 비디오 게임업체 '게임스톱'(GameStop)의 공매도 비율은 144%에 달한다.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이 높다고 꼽힌 롯데드림투어 등 국내 종목들도 11~13% 수준이다.

    미국에서 나타난 숏스퀴즈 사태의 발단은 미 연기금이 게임스톱 59만주 이상을 매도한 것이었다. 이에 공매도에 부정적인 레딧(Reddit)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서 개인들이 결집해 헤지펀드 응징 목적으로 집중 매수에 나섰다. 지난해 말 18.85달러 정도였던 게임스톱의 주가는 지난달 말 347달러 선까지 급등했다. 거래량도 296억달러 수준으로 테슬라의 거래량(224억달러)까지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