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논란과 오너 연봉 반납에 묻힌 SK하이닉스 실적 반등
입력 21.02.03 07:00|수정 21.02.04 08:56
삼성전자 대비 낮은 성과급에 불만 팽배
최태원 회장 “연봉 반납하겠다” 진화 노력
“일회성 이벤트로는 한계”, “시스템 고민해야”
  •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SK하이닉스가 성과급 문제로 시끄럽다. 회사는 지난해 반도체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연봉의 20% 수준으로 초과이익배분금(PS) 명목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2019년에는 실적 부진으로 지급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선 삼성전자와 비교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경기도 이천 본사 M16 준공식에서 SK하이닉스 노조가 시위까지 벌이자 최태원 회장이 진화에 나섰다. 최 회장은 “PS 문제를 잘 알고 있고 나름대로 고심을 해봤다”며 “지난해 제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전부 반납해 임직원들과 나누겠다”고 밝혔다. 성과급 논란이 있었던 날은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된 날이기도 하다.

    2019년 기준,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연봉은 30억원이다. 지난해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임직원은 2만8000여명이다. 동일하게 나눠주면 대략 10만원 조금 넘는 돈이 각자에게 돌아간다. 연봉 반납이라는 오너 경영자의 선의와는 별개로 실제로 회사 임직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로 다가갈지는 별개 문제다.

    사실 이는 SK하이닉스라는 회사의 내부 시스템과 직원 관리 문제다. 성과급은 임직원 사기에 직결되는 인센티브 제도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인센티브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에 따라 지급 규모,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한 번의 ‘이벤트’로 회사와 구성원의 괴리가 좁아지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실적 반등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같은 날, 국내 게임업체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3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넥슨은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올리기로 했다. 평균 연봉 인상률은 13%로 작년의 3배를 넘고, 총액만 4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신입 개발자 초임 연봉은 국내 대기업군과 견줘도 최고 수준이다.

    넥슨은 성과에 따른 보상 지급 방식도 개편할 계획이다. 직책, 연차, 직군에 상관없이 성과를 낸 조직과 개인에게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해부터 넥슨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지 많이 고민해왔다”며 “일회성 격려보다 체계적인 연봉 인상을 통해 인재 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좋은 인재들을 영입하고, 또 기존 인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선 구조적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국내외 산업계 전반에서 인력 빼가기, 기술유출 우려 논란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핵심인재 이탈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나 사람이 자산인 산업의 경우는 더할 테다.

    과거 총수들이 격려금, 금일봉 형태로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이벤트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들이 ‘시스템 경영’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격려 역시 시스템에 따라 가야 각자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나 ESG가 대세가 되는만큼 회사가 이익을 얻었을 때 주주 배당, 고객 보상, 지역사회 공헌뿐만 아니라 회사 구성원들의 성과급까지 투명한 이익 분배구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