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진입 원한 포스코인터, 장금상선과 흥아해운 공동 인수 가닥
입력 21.02.04 07:00|수정 21.02.05 14:37
장금상선, 흥아해운 백기사로 나섰지만 협상 지연
포스코인터는 출자전환으로 경영권 확보에 관심
격론 끝 장금상선 1대, 포스코인터 2대주주 가능성
  • 장금상선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흥아해운을 공동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주요 채권자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출자전환을 통해 흥아해운을 인수하길 바랐으나 여의치 않자 공동 인수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채권단과 장금상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흥아해운 매각 방안을 막판 조율하고 있다. 현재로선 장금상선이 1대주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이 거론된다. 거래가 진행된다면 지분율은 장금상선이 50%+1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33%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흥아해운은 작년 3월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워크아웃)를 받았다. STX마린서비스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1200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안을 추진했으나,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신주인수 계약을 해제했다. 차순위자인 KSS해운도 인수 의사를 접으며 위기에 몰렸다.

    지난달 장금상선이 채권단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장금상선은 정부의 해운재건 계획에 따라 2019년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사업(흥아해운 컨테이너)을 인수했다. 탱크선 사업만 남은 흥아해운을 인수할 의지는 크지 않았지만 관계 부처 및 채권단의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금상선이 백기사로 나섰지만 M&A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산업은행 등은 감자 및 유상증자를 통해 장금상선이 지분 대부분을 확보하는 안을 구상했으나, 다른 주채권자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생각이 달랐다. 자기 채권을 출자전환해 최대주주에 오르길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내 합의가 늦어지며 워크아웃 기한(1월 21일)도 4일까지로 2주 연장했다.

    포스코그룹은 해운업 진출에 관심을 가져왔다. 작년엔 비용 절감을 위해 물류회사를 설립하려고 했다. 그러나 해운업계가 생존권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회장 직속으로 물류사업부를 새로 만드는 데 그쳤다. 최근 HMM 인수설이 부각하기도 했다.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나서면 평판 위험이 줄어들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관련 법에 따르면 제철원료 등 화주나 화주가 지배하는 법인이 해운업을 하기 위해선 관련 업계, 학계, 해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해운업계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해양수산부의 승인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채권단끼리 서로 생각이 다르니 협상이 길어졌다. 채권단은 이후에도 절충점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협상을 거쳤고, 장금상선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공동 인수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장금상선은 자기 자금과 해양진흥공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흥아해운 증자에 나서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출자전환을 통해 각각 지분을 갖는 방식이 거론된다.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흥아해운을 원했지만 해운업계 반발이 컸고 법적으로도 제약이 있었다”며 “장금상선이 1대주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대주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흥아해운 채권 회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