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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과 KCGI의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이미 사그라들었다. 조 회장은 산업은행이란 든든한 우군을 맞아 열위한 지분율 걱정을 덜면서 경영권 위협에서 한 발 멀어졌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으로 지분을 확보한 KCGI는 결국 2대주주, 그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긴 어렵게 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합류로 조 회장 일가의 전횡에 맞서겠단 대의명분은 사라진지 오래다. 유휴자산 매각을 비롯한 경영 효율화 전략은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
경영권 분쟁이란 이벤트가 수년간 지속하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은 위안이다. 다만 주총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된 예년의 모습은 사라졌다. 이젠 한진칼의 대주주로 남아있을 것인가 아니면 퇴장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때이다.
올해도 주주연합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최대주주였을 당시 다수의 사내·사외이사를 추천하며 경영권 장악을 노리던 것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띌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율은 10.7%, 조 회장의 우호지분율은 약 47.3%다. 산업은행의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40.4%까지 내려갔다.
지분율 50%를 눈앞에 둔 조원태 회장-산업은행을 주총 표대결에서 이기긴 쉽지 않다. 이사 선임과 같은 일반 결의사항은 주총 참석 주식수의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데 사실상 산업은행 측 인사가 차지할 것으로 보는게 합리적이다.
KCGI의 한가지 노림수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3%룰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최근 개정된 상법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의 선임과 해임을 할 경우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일반주주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된다. 감사위원의 자리를 얻게 된다면 일정 수준의 경영참여가 가능해진다. 이는 주총이 끝날 때 까지 성패를 예단하기 이르다.
경영권을 가져 오지 못할 바엔 수익률 극대화라도 노려야 한다. 대의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KCGI 역시 출자자(LP)들에게 수익률을 유의미한 숫자로 증명해야하는 펀드이다.
KCGI(그레이스홀딩스 외)는 2018년 말부터 꾸준히 지분을 사들였다. 최초 투자단가는 2만원 초반, 공시를 통해 처음으로 보유 상황을 밝힐 당시엔 1주당 2만4000원 수준이었다. KCGI는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며 약 8개의 유한회사(그레이스, 타코마앤코, 엠마, 캐트, 디니즈, 헬레나, 베티, 캐롤라인홀딩스)를 통해 주식을 사들였다. 최초 2만4000원이던 투자 단가는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최고 9만4000대까지 치솟았다. 이를 고려한 KCGI의 보유 지분 총 20%에 대한 평균 투자단가는 약 3만2000원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뒤늦게 합류한 반도그룹까지 합한 주주연합의 평균 투자 단가는 이보다 높다. 물론 현재 주가가 6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 구간이긴 하다.
수익을 어떻게 현실화 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현재와 같이 주주로서 남아있을 때의 실익은 크지 않다. 한진칼의 지난해 배당금은 총 150억원, 주주연합의 지분율을 고려해 절반 가량 수령했다고 가정해도, 전체 주식담보대출의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주력인 대한항공의 실적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과거와 같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확실히 잡고 있는 상태이고 특히 이동걸 회장이 KCGI를 상당히 냉담하게 생각하는 것을 고려하면 대주주로 남아 얻을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고 본다”며 “KCGI가 꾸준히 투자금 회수 방안을 고심하고는 있지만 뚜렷한 출구전략을 마련하긴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주주연합의 계약관계는 올해 주주총회 이후 종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총 41%에 대해 공동으로 의결권을 해도 경영권 장악엔 모자른 상황이지만 앞으론 KCGI-조현아 전 부사장-반도그룹의 연대가 느슨해 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주주연합 주체별로 각각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KCGI는 해당 지분을 외부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힘있는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지분을 받아줄 투자자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특히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회사에 주요주주로 참여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재무적투자자(FI)가 과연 있을 것인가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관심도는 떨어졌다. 국적 항공사 통합이란 대전제 아래 진행되고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 작업에 자칫 잘 못 발을 들였다가 정부와 여론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가 코로나 상황이 종식된 이후 성장세가 뚜렷해 질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현재의 주주구성을 볼 때 일반 대기업 또는 대형 FI가 주주로서참여하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고 했다.
소수 지분을 주식시장에 내다파는 것도 쉽지않다. 한진칼의 주가는 KCGI의 경영참여 선언과 넘치는 시장 유동성으로 가까스로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칫 KCGI의 지분 매각이 경영 참여 포기로 비쳐질 경우엔 주가의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에 달하는 지분이 장내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란 불안감이 더해진다면 한진칼의 오버행 이슈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은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미 반기를 들고 일가족에 등을 돌린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 처리 문제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 반도그룹도 엑시트 타이밍을 한차례 놓쳤다. 수천억원을 들여 국적항공사의 경영자 자리를 노렸던 권홍사 회장은 수년 동안 자금이 묶여 본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기회비용에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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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5일 17:04 게재]
산은(産銀)이 장악 회사의 2대 주주
과거 같은 파격 주주제안 없을 듯
3% 룰 활용한 감사 선임 성공하면 긍정적
영향력 미미한 지분, 제 3자 찾기도 어려워
주주연합 계약기간 만료 코앞
연대 느슨해지면 각자 출구전략 앞장설 듯
과거 같은 파격 주주제안 없을 듯
3% 룰 활용한 감사 선임 성공하면 긍정적
영향력 미미한 지분, 제 3자 찾기도 어려워
주주연합 계약기간 만료 코앞
연대 느슨해지면 각자 출구전략 앞장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