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에 달린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ISS 권고에 힘실린 박찬구 회장
입력 21.03.15 07:00|수정 21.03.15 09:09
모든 주주제안 주총 안건으로 상정
회사 4200원, 박철완 상무 1만1000원 배당제안
박 상무 ”경쟁사 수준으로 배당 끌어올려야”
회사측 “보유 현금 소진시키는 과당배당” 지적
위원회 설치제안은 공통적, 이사진 차별성은 글쎄
”긍정적 변화 이끌어 내” 평가도
  •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의 향방은 회사측과 박철완 상무측이 각각 제시한 배당안 중 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으로 기존 배당금의 7배가 넘는 박 상무의 제안을 포함해 모든 주주제안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회사측은 박 상무의 제안을 ‘과당배당’으로 못박았지만, 기존 배당금 수준 대비 3배 가량 높은 방안을 제시하며 주주들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일단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회사측의 제시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한 상태로 박찬구 회장 측이 다소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정관 일부 변경(대표이사-이사회 의장의 분리,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사외이사) ▲사내이사 1명 선임 ▲사외이사 3명 선임 등을 의결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이사회 내 위원회(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신설 등 회사의 제안 안건은 당초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과 유사하다. 회사측은 추가적으로 ESG위원회 신설을 제안한 상태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목적으로 재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등은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에 반발을 일으킬 만한 안건은 아니기 때문에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사실 쟁점은 주총에서 가장 먼저 표결하는 ‘이익 배당 승인’ 안건이다.

    지난해까지 1주당 1500원을 배당했던 금호석화는 올해 대주주 4000원, 일반주주 4200원을 배당하는 안을 제시했다.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를 해소하고 주당 1만1000원의 파격 배당을 제안한 박 상무에 대항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박 상무가 제안한 배당규모에 비해 절반에 채 못 미치기 때문에 회사측이 주주들의 표심을 확실히 잡을 것으로 예단하긴 어려웠다.

    박 상무측이 기존 배당에 7배 카드를 꺼내든 것은 금호석화의 배당이 경쟁회사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이유에서다. 박 상무측은 금호석화의 2019년 배당성향이 약 14% 수준으로, 해외 경쟁사의 6분의 1, 국내 경쟁사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코스피 상장사와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이다.

  • 회사 측은 박 상무의 배당안에 반발하고 있다. 박 상무가 제안한 총 3072억원의 배당은 2017~2019년 배당총액의 3배에 달할뿐 아니라, 배당성향(별도기준) 71%, 시가배당률(보통주 기준) 8% 수준으로 업종 평균을 2~4배 상회하는 금액이란 주장이다. 회사의 보유 현금을 일시적으로 소진시키는 것으로 금호석화의 중장기적 발전과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은 상태다.

    투자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반 주주 입장에선 회사의 배당이 크게 늘어나는 것에 반발한 유인이 없다. 다만 현금 소진으로 인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일부 기관들이 고민하고 있다. 과거 현대차-엘리엇 경영권 분쟁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과 외국계 투자자들이 고배당 정책에 무조건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회사측 제안 안건에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ISS  금호석화의 총 주주수익률(TSR)과 이익창출 능력이 동종 업계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는데, 박 상무의 배당 제안이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지분이 30%에 달하는 금호석화의 주주구성을 비쳐볼 때 이번 권고안은 주총 표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상당히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배당 성향 강화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며 “배당을 어느 수준까지 늘려야 주주가치를 제고하면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각 기관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했다.

    1번 안건인 배당안에서 어느 측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금호석화의 경영권 향방도 윤곽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에선 총 5명의 이사가 새로 선임된다.

    박철완 상무는 본인을 사내이사로 추천함과 동시에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 오피스 대표 ▲민준기 Dentons Lee 외국변호사 ▲조용범 Facebook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자대학교 공과대학 환경공학과 교수 등 4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회사측은 백종훈 영업본부장(전무)를 사내이사로 추천하며 ▲황이석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도성 한국임팩트금융 이사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박순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고 제안했다. 표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양측 모두 화려한 사외이사진을 앞세운 상태이기 때문에 양측 이사진의 면면만으론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회사측은 박 상무 추천인사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최근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마찬가지로 ISS는 회사측 손을 들어준 상태다.

    회사측은 박철완 상무가 본인을 사내이사로 추천한데 대해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회사 가치 및 주주 이익 제고를 위해 경영 관련 방안을 제시했는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이병남, 조용범 후보에 대해선 석유화학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마케팅, 컨설팅,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분야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의문이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양측은 기관투자가는 물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 받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투자자들의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정관변경(이사회 의장 분리, 위원회 설치)는 특별결의 요건(참석 주식수의 66.7% 이상 동의)이지만, 배당안을 비롯한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일반결의(참석 주식수의 50% 이상 동의)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금호석화의 최대주주는 박철완 상무(10%)고 이에 맞서는 박찬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약 14%이다. 국민연금의 지분은 약 7.9%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다. 자사주 18%는 의결권이 없다. 결국 50% 내외의 지분율 5% 미만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도 엇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결론과 무관하게 회사측의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박 상무의 주주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박 상무 개인적으로도 회사 측의 배당 성향 강화 제안으로 인해 기존 배당금의 최소 3배가 넘는 1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어느 쪽이 이사회를 장악하느냐와 무관하게 기업의 배당성향이 강화하고, 이사회의 투명성이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돼 주주가치 제고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4일 07:00 게재ㆍ1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