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료 한푼도 안 떼였다'…항공기시장 반등에 베팅하는 IMM인베
입력 21.03.15 07:00|수정 21.03.12 17:20
크리엔자 통해 3월 항공기 추가 3대 매입 예정
항공기금융 부실 뇌관 우려 속 약정 리스료 모두 받아
신용등급 우량하고 정부 지원 큰 항공사와만 리스 계약
항공기마다 별도 SPC 설립 구조로 전체 리스크 헷지
  • IMM인베스트먼트가 항공기 추가 매입에 나선다. 항공기 투자에 뛰어든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업황 악화로 부진을 겪었지만, IMM인베는 손해를 보지 않았고 오히려 운용규모를 키우며 시장 반등에 베팅했다.

    IMM인베는 최근 '크리엔자에비에이션(Crianza Aviation)'을 통해 에어버스와 보잉으로부터 항공기 3대를 추가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수 대상은 모두 와이드바디(Wide Body, 2열 이상 복도를 가진 비행기)로, 총 인수대금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중 거래를 최종 성사할 계획이다.

    크리엔자는 IMM인베가 2016년말 설립한 항공기 금융사로, 항공기를 대신 구매해 항공사에 빌려주는 대가로 리스료를 받고 있다. 항공기 리스자산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면 크리엔자는 15대의 항공기를 거느리게 된다.

  • 국내 항공기 금융 투자는 2016년 이후 본격화했다. 가격 변동성이 낮고 연 4~8%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로 꼽혔다. 항공 산업이 급성장하며 항공기 확보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리스료를 떼일 위험은 크지 않았다. 주요 보험사와 공제회, 연기금 등이 적극적으로 항공기 투자에 뛰어들었다. 항공기 투자자산을 수익증권 구조로 상품을 만들어 투자하고 셀다운(재매각)했다.

    항공업계는 작년 코로나 사태로 최고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항공 수요가 전년보다 66% 급감하면서 재정난에 직면한 항공사들은 리스료를 제때 내지 못했고, 리스사들은 자산 재매각이 어려워 우발채무가 늘었다.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연말 평가가 이뤄지면서 금융사들의 항공기 금융 손실도 속속 현실화하고 있다.

    2019년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롯데손보는 그간 항공기금융 투자에 전문성을 보여 왔다. 작년 항공기 리스료 체납이 줄어들며 적자전환했다. 작년말 기준 항공기 금융 자산 익스포저만 9000억원 수준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차주들의 상환유예 요청까지 있을 수 있어 충당금 추가 적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외에 NH, 하이투자, 메리츠 등 경쟁적으로 투자에 뛰어든 증권사들의 손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당장은 재투자자를 찾기 어렵고, 항공기 자체의 매각 가치도 급락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 증권사 항공 담당 연구원은 "항공기 금융에 뛰어든 기관 다수가 현재 수수료 수입 없이 보유한 항공기에 대한 감가상각비만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최근엔 재매각이 안 돼 항공기를 사하라 사막에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IMM인베는 항공기 금융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업황의 영향을 덜 받는 안정적인 투자 구조를 짜고 중간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항공기 금융은 업황 주기를 타는 항공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금융 조건을 꾸리지만, 작년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으면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다. IMM인베는 신용등급이 우량하고 정부 지원 가능성이 큰 글로벌 항공사만을 리스 계약 고객으로 둬 리스료에 미칠 변수를 최소화했다. 작년에도 약정한 리스료를 모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 금융은 가장 폐쇄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가치산정 등 정보 교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새로운 주체가 끼어들기도 어렵다. IMM인베는 20년 업력의 독일 항공기관리 회사 '이스트머천트(East Merchant)'를 인수하며 대형 항공사들과 직접 거래할 창구를 마련했다. 중간 단계를 줄이다보니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각 항공기마다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한 자산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위험이 전체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통상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항공기 투자는 항공기 구입 시 선순위, 중순위 대출에 집중한 경우가 많다. 반면 크리엔자는 각 항공기를 인수할 때마다 지분(Equity) 투자금 전량을 대면서 나머지 대출금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전략을 폈다. 장기로 펀드를 운용하고 만기 시 항공기를 매각해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대당 2000억~3000억원의 항공기 구매 비용에서 지분 투자금 비중은 10% 미만으로 극히 일부지만, 회수 때는 차입금만 갚으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재정 부양책 도입이 임박해 각종 지표 개선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항공업이 그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투자운용사인 캐피털그룹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백신 출시 상황을 보면 항공 수요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 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면서 1920년대 수준의 호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침체했던 항공업이 올해는 회복될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IMM인베 등 항공기 투자자산 셀다운에 성공한 기관들은 항공업 반등에 선제 베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투자 수익 대부분 지분 투자자들이 가져가고 있는데 다른 기관들과 달리 대출채권 투자보다 에쿼티 투자에 주목한 IMM인베는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파이낸싱을 일으켰던 만큼 펀딩에도 시기적인 운이 따랐고 항공기금융 시장 전체 파동 대비도 잘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