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치솟는 몸값에 나스닥 상장설까지...신작 게임 성패가 열쇠
입력 21.03.19 07:00|수정 21.03.19 09:10
액면분할‧예심 청구 준비 등 상장 작업 한창
플랫폼기업 과열에 크래프톤 몸값도 덩달아 높아져
엘리온 실패 만회할 새 게임 사전 흥행몰이 관건
  • 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이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한창이다. 쿠팡의 성공적인 상장 이후 크래프톤을 비롯한 창업회사를 놓고 기대감이 커지는 데다, 범(凡) 플랫폼 기업으로 분류되며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스닥 상장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열된 상장시장 분위기와 별개로, 크래프톤의 사업적 펀더멘탈을 살펴볼 때 다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1위 배틀로얄 게임으로 유명한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위주의 매출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말 야심차게 공개한 신작 ‘엘리온’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만큼 신작 게임을 통한 수익성 유지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이르면 3월 말, 늦어도 4월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다. 상반기 안으로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을 결정하는 등 상장을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크래프톤은 이번 액면분할을 통해 현재 액면가 500원인 주식을 100원으로 낮춘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200만원을 넘나드는 높은 몸값을 낮추고 주식 유통을 더욱 수월하게 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앞서 청약 ‘대박’을 터뜨린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장외주가가 300만원까지 이르자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진행하기도 했다.

    통상 신규 상장기업의 액면가가 500원을 밑도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이 액면분할을 결정한 데는 쿠팡의 상장 ‘대박’에 힘입어 밸류에이션(Valuation)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17일 크래프톤 장외주가는 전날보다 3.56% 오른 203만5000원에 거래됐다.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170만원 선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는데, 4개월여만에 20%가까이 올랐다.

    상장을 앞둔 발행사가 시장에서 높은 밸류를 받는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기업의 펀더멘탈이 아닌 자칫 분위기 때문에 몸값이 높아지는 것은 부담 요인이 크다. 때문에 공모주 흥행 분위기를 뒷받침할 탄탄한 신작 게임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증시 분위기에 좌우된 것이 아닌 향후 성장 가능성으로 몸값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경우 그동안 과제로 꼽혀온 매출구조 다양화 역시 또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크래프톤이 작년 말 출시한 엘리온의 흥행 부진은 다소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엘리온은 크래프톤 내 블루홀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게임으로, 배틀로얄 유형의 배그와는 별개의 장르다. 배그 외에 새로운 매출처의 물꼬를 터줄 역할로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엘리온은 국내 이용자에게 생소한 이용권 패키지 형태의 과금 방식 등의 여러 이유로 현재 흥행 순위에서 밀려난 상태다. 출시 3개월 만에 PC방 점유율 순위가 20위권으로 떨어졌다.

    크래프톤의 또 다른 신작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배그 후속작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모바일 배그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자칫 기존 지적재산권(IP) ‘우려먹기’라는 시선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아직 사전예약 단계라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배그 IP를 기반으로 했을 뿐 맵이나 피쳐(전술 아이템)는 모두 새롭게 등장한다”라며 “연내 출시를 목표로 현재 사전예약 단계에서 흥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크래프톤 내부에서도 몸값 부풀리기, 나스닥 상장 등과 같은 ‘설레발’은 자제하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계 투자은행(IB) JP모건 출신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가 크래프톤 상장을 진두지휘하는 만큼 현실성을 강조한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주관사 선정 프레젠테이션(PT)당시부터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지양하라고 주문했다. 나스닥 상장 역시 선택지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크래프톤 주주총회에서 본사를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델라웨어에 법인을 두고 있는 쿠팡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확고히 한 셈이다. 나스닥 상장에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이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크레디트스위스 (CS),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과 함께 영문 투자설명서(Offering Circular) 등을 통해 해외 기관유치에 전념할 계획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미국 법인을 토대로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뒤 국내 플랫폼기업들도 너도 나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현실성은 크지 않다”라며 “대부분의 국내 비상장기업들이 쿠팡과 상황이 다를뿐더러 크래프톤은 배동근 CFO나 장병규 의장이 (나스닥 시장 등) 앞뒤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가장 실현 가능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