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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신사업 확장의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소사업에 이어 바이오 사업 진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롯데 유통부문의 사업 확장 의지가 지속될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무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4조~5조원대 규모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롯데그룹의 소식이 연일 터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통해 바이오산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 엔지켐생명과학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분 투자나 조인트 벤처기업 설립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된다.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바이오산업 진출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도 있지만 일단 진출 계획을 밝힌 점이 주목된다.
전통 화학기업인 롯데케미칼은 수소기업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수소전기차(FCEV)의 핵심 부품인 수소탱크 개발을 눈 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2030년까지 친환경사업에 5조원을 투입하는 등 총 6조원 규모의 투자 목표를 설정했다.
롯데그룹이 바이오, 수소 같은 새로운 키워드를 던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유통 부문으로 쏠리게 됐다. 롯데쇼핑이 이커머스 시장을 키우겠다고 천명한 것처럼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 지가 관심이다.
일단 롯데쇼핑은 몸값 5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은 지난 23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투자설명서를 받았다”며 “충분히 관심이 있다”고 직접 밝혔다.
같은 날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하며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 진출을 알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와 손잡고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전체 거래금액은 1150억원으로, 롯데쇼핑은 이 중 약 200억~3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쇼핑은 나머지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밖에도 작년부터 눈독을 들였던 온라인 플랫폼 'W컨셉'의 입찰에도 참여해 유력한 인수후보인 CJ, 신세계와 맞붙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유통 부문 역시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롯데그룹의 전방위적인 신사업 확장 분위기에서 유통 부문에도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여력이 있을지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자연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완주할 지에 대한 의구심이 핵심이다.
이베이가 제시한 이베이코리아 몸값은 5조원, 그리고 유력 후보들이 제시한 가격은 4조원대다. 2020년말 연결기준으로 롯데쇼핑의 현금성자산은 3조8882억원이고, 순차입금은 12조원이 넘는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추가로 외부차입을 하더라도 4조원이라는 인수가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인수한다고 해도 4조원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이베이코리아가 16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긴 하지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작아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몇년간 매각을 염두에 두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은 만큼 인수 후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롯데의 성향상 입찰에 참여해도 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 인수 의지는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중고나라 인수를 했다고 하지만 실질 지분은 20% 정도 밖에 안되고 상황을 봐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중고거래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고나라 인수를 시작으로 '롯데가 유통 부문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승부를 걸 것이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고 평했다.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지원을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롯데지주가 SK그룹의 지주사 SK㈜처럼 투자형 지주회사가 돼 바이오, 모빌리티,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물론 이런 이유로 롯데쇼핑이 중도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빠질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롯데쇼핑이 단독으로 인수에 나서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할 수도 있다. 이에 IB업계에선 롯데쇼핑과 MBK의 컨소시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MBK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서 양사의 관계가 맺어진 만큼 언제든 컨소시엄을 맺고 함께 인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롯데는 재무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고 MBK도 롯데를 믿고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 모든 결정은 신동빈 회장의 손에 달렸다. 과거와 달리 롯데그룹이 쓸 수 있는 재원은 한정적이다. 신 회장이 그리는 롯데그룹의 미래에 어떤 사업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느냐에 따라 투자의 향방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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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24일 13:37 게재]
그룹 차원으로 바이오 사업 진출 꾀해
롯데케미칼은 수소기업 발돋음 준비
몸값 5조 달하는 이베이 인수 부담 커져
다각도 사업 확장 속 유통부문 방향성 관심
롯데케미칼은 수소기업 발돋음 준비
몸값 5조 달하는 이베이 인수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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