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우주사업 핵심으로 한화시스템 급부상...작은 덩치는 부담
입력 21.03.29 17:56|수정 21.03.29 17:56
한화시스템 이날 1.2조원 유상증자 통해 대규모 인수합병 예고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입지 커질 가능성도
시가총액 2조원 남짓인데 대규모 인수 가능할까
  • 한화그룹이 수소사업에 이어 항공우주산업을 새 먹거리로 점찍고 투자 광폭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해당 분야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시가총액이 2조원을 갓 넘는 한화시스템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시스템은 29일 약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미국 개인항공기 회사 오버에어 경영권 지분을 비롯한 글로벌 항공우주업체 세 곳에 대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7000억원을 인수합병 재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한화시스템은 약 2500만 달러(약 283억원)를 들여 오버에어 지분 30%를 인수한 바 있다. 오버에어는 수직 이착륙기 전문업체인 카렘 에어크래프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도심항공교통(UAM)인 에어택시 기체 전문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오버에어 잔여 지분 추가 인수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향후 도심항공교통(모빌리티) 및 위성통신 관련 투자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공위성 시스템 사업 인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군사용 위성통신 및 레이더 분야의 기술을 바탕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택시가 상용화하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서비스가 필수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은 에어모빌리티 사업의 핵심인 교통관리·관제 시스템에 활용된다”라며 “향후 시너지를 위해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항공우주산업을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사업 밑그림을 그려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의 그룹 내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은 한화그룹의 항공·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한 민간 인공위성 제조·수출 기업 쎄트렉아이에서도 무보수 등기임원인 기타 비상무이사에 올랐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내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데, 앞으로 관련 사업에서 주도권이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태양광 산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이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도 총대를 멘 배경으로 꼽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아직까지 김승연 회장의 입김이 상당히 센데,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당시 손실을 내고 있던 태양광 사업을 끈질기게 주도하며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았다”라며 “수소나 우주산업 등도 같은 맥락을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규모 인수합병의 주체인 한화시스템의 덩치가 다소 작다는 점은 시장의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대형 증자가 끝난 뒤에도 한화시스템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원을 조금 넘는 데 그친다.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닌, 경영권을 확보하는 M&A 거래의 경우 인수후통합(PMI) 능력이나 시너지 창출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상증자로 인해 일시적인 주가 조정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번 한화시스템의 유상증자 규모는 한화시스템의 금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의 약 절반 수준이다. 이날 한화시스템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5.94% 내린 1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그룹 우주항공 관련 사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쎄트랙아이 주가는 각각 2.1%, 6.0% 상승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