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신세계 '포인트 동맹'?…무색해진 SSG페이
입력 21.03.31 07:00|수정 21.03.31 10:33
네이버, 신세계 등과 '통합 멤버십' 준비중
거래대금 규모 1위 사업자로 록인 효과 예상
그룹 페이사업인 'SSG페이' 활용은 약해질듯
  • 네이버와 신세계그룹 간 협업안이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거래액 제고와 관련이 있어 기대를 키운 결제 시스템 통합안이 최근 애널리스트데이에서 조심스럽게 언급됐다. 신세계·CJ·대한항공 등 타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통합 멤버십이 내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으로선 거래대금 규모가 큰 네이버 덕을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자체 그룹 멤버십이었던 SSG닷컴의 SSG페이 활용도는 이전보다 떨어질 거란 분석이 제기됐다.

    이달 네이버가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애널리스트 데이'에선 네이버의 새로운 통합 멤버십 계획이 언급됐다. "2022년 패밀리 멤버십을 만들 것"이란 발언이 나왔는데 넷플릭스처럼 가족 구성원들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는 멤버십으로 파트너십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CJ·신세계·대한항공 등 타사와의 파트너십이 거론된다. 각 업계 유력 사업자와 손을 잡아 플랫폼 외형을 더욱 키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엔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손잡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결합상품을 출시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제휴사 서비스가 추가된 첫 사례다. 가장 최근 지분스와프를 통해 협업을 공식화 한 신세계그룹과도 비슷한 구조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와의 협업은 당초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쓱닷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오픈마켓 진출을 검토 중인 쓱닷컴은 네이버와 제휴 시 오픈마켓 유입이 많아지며 거래금액(GMV)도 크게 늘 전망이다. 제휴 서비스를 출시하기만 해도 이용자 록인(Lock-In)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 일각에선 'SSG페이(쓱페이)'의 활용처에 대해 궁금증이 제기되기도 했다. 쓱페이는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쓱닷컴이 지난해 6월 신세계I&C로부터 600억원에 인수해왔다. 페이먼츠 사업 시너지를 통해 쓱닷컴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사업 초기만 해도 쓱페이를 키우기 위한 그룹의 의지는 꽤 강했다. 출시 이후 전국의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전 계열사의 온·오프라인 결제 데이터 통합에도 나섰다. 그러나 네이버와 협력안이 공개되면서 위기감이 확산됐다. 협력 시 결제 시스템을 단일화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거래대금 규모가 큰 네이버페이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맥락이었다. 실제로 네이버가 신세계그룹 등과 통합 멤버십을 구상하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쓱페이 활용처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은 현재 멤버십과 포인트와 관련된 통합 혜택을 논의 중이다. 신세계 계열사들의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네이버페이를 사용, 적립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쓱페이의 활용처는 애매해질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그룹으로선 자체 결제사업을 포기하더라도 국내 최대 규모 사업자인 네이버와 협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네이버 결제 시스템을 따르는 쪽이 더 이득이라 판단했을 것"이라 전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네이버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단순 검색부터 다른 업체와의 가격비교, 광고, 결제 등 네이버를 거치지 않고서는 물건을 사고팔 수 없을 만큼 판매자·구매자 모두 의존도가 높다. 입점 비용이 '0'인 무료 플랫폼인데다 타 오픈마켓보다 낮은 결제 수수료, 간편한 결제 시스템 등 네이버가 주는 효용이 막대하다.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250만명을 달성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연간 기준 거래액 규모 26조원의 국내 1위 사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