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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IB)의 새로운 틀을 짰다고 평가 받던 삼성증권의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다. IB가 자산관리(WM) 부문을 위한 지원부서 대접을 받으며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요 인재들이 회사를 등졌다. 이 과정에서 장석훈 사장은 물론, 신원정 IB총괄 부문장의 리더십에 대한 잡음도 들려온다.
최근 유안타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김병철 상무 등 실무를 맡던 책임자급은 물론, 주니어 인력들의 이탈도 잦아졌다는 안팎의 지적이 나온다. 이는 곧 인력들의 사기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임병일 전 UBS 대표를 영입하는 등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침체된 사기를 한 순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을 거란 평가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594억원의 인수 및 자문수수료를 올렸다. 삼성증권은 '정통파 IB'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정작 인수합병(M&A) 자문이나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등 전통 IB 부문에서 거둬들이고 있는 수익은 비중이 크지 않다. 수익의 대부분인 80%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및 외화수익증권 등 구조화금융 수수료에서 나온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삼성증권의 WM-IB 전략을 배경으로 지목한다.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사업의 비중이 큰 삼성증권이 IB를 '상품 공급을 위한 통로'로 활용하기 시작하며 상품 공급을 위한 구조화 부문은 커지고, 전통 IB 부문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 소속이던 장석훈 대표 취임 이후 이후 WM에 힘을 실으며 WM-IB 연계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했다. 이후 시간이 갈수록 IB가 '상품 공장'으로 변질됐다는 내부 지적이 나온다. IB에서 딜을 한 건 따낼 때, 이와 관련해 리테일 고객의 수요 조사를 중요한 절차 중 하나로 두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증권 관계자는 "인사ㆍ기획ㆍ재무 등 주로 관리직에서 커리어를 쌓은 장석훈 대표는 아무리 큰 딜이라도 본인이 직접 영업을 위해 움직이는 일이 없었다"며 "말만 WM-IB 시너지 추진이지 IB를 상품 공장 취급하는 내부 분위기가 지속되며 IB에 상당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진우회, 미래에셋대우 세우회 등 주요 증권사들은 IPO 등에서 비롯한 최고경영자 친목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삼성증권은 이 커뮤니티 운영 주체를 IB에서 WM으로 옮겼다"며 "일반적인 IB의 관점에선 이해하기 힘든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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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삼성증권 IB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요 인력들의 이탈로도 이어졌다. 한정훈 노무라금융투자 ED(Executive Director), 배성환 SK증권 ECM본부장, 박성우 씨젠 M&A 총괄. 이경수 KB증권 ECM 3부 상무 등이 최근 수 년 새 삼성증권을 떠난 사람들이다.
삼성증권의 명성과 맨파워를 보고 입사한 주니어들의 이탈도 잦아지고 있다는 평이다. 물론 삼성증권 IB 부문 인력 수는 공식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탈이 많지만 그 이상으로 인력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증권사 부장급 관계자는 최근 "타사에서 일하던 주니어 한 명을 채용하기로 하고 면접 후 최종합격 통보까지 했는데, 중간에 삼성증권이 끼어들어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가로채갔다"며 "인력이 급한 건 알겠지만 지나친 비신사적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 내부적으로 '빅딜'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는데, 매도자측 주관이나 유력 인수 후보엔 대부분 외국계 IB가 붙어있다"며 "그 대신 인수금융 부문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엔 과도한 영업을 주문해 내부적으로 상당히 불만이 쌓였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주력으로 삼으려던 바이오 기업의 IPO도 녹록지 않다. 삼성증권은 딜을 따내기 위해 서울대학교 약학 박사 출신인 김원제VP(차장급)를 영입했다. 현재도 김 VP를 중심으로 바이오기업 IPO 딜을 따내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다만 현재 삼성증권이 주관하는 바이오기업 IPO 딜은 HK이노엔 1건 뿐이다. 게다가 한국거래소는 신라젠ㆍ 티슈진 사태 이후 바이오 기업 상장 심사에 있어 상당히 까다로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2012년부터 햇수로 10년째 IB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신원정 부문장의 역할론을 두고도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신 부문장은 정통 IB맨 코스를 밟아왔다. 런던법인 ECM 총괄, 본사 M&A팀 팀장, 대기업 커버리지를 담당하는 기업금융1사업부장 출신으로 나름 '최장수', '정통IB'라는 수식어가 붙는 임원이다. 본인의 커리어 뿐만 아니라 혈연 등 외부 요소를 통해 삼성증권 내부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주요 IB 실무진 이탈을 두고 신 부문장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김병철 기업금융1본부장의 유안타증권 이직에도 배후에는 신 부문장과 연관된 헤게모니 다툼이 있었다는 게 회사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는 6월부터 기업금융 총괄본부장으로 근무하게 되는 임병일 전무의 역할이 관심을 모은다. 크레디트스위스, UBS 등을 거친 글로벌 IB 전문가로, 최근 약화한 전통 IB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 올려줄 거라는 기대감이 없지 않다. 다만 삼성증권 내부에선 승진을 노리던 인사들이 무력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임병일 전 대표 외에도 몇몇 IB맨에게 제안이 갔지만, 신 부문장 보다 한 단계 아래 지위였기 때문에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신 부문장이 승승장구하는 이상 인력 이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측은 "인력이 나가는 게 아니고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이라며 "IB 부문, 특히 IPO 관련해서는 역량강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라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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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01일 10: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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